[ACL] 영화보다 축구, 깡과 기적으로 빚은 서울의 8강행

임성일 기자 2016. 5. 2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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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분에 터진 극장골로 만든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승리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 서울과 일본 우라와 레즈의 경기 연장전에서 세번째 골을 넣은 고요한이 최용수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2016.5.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우라와 레즈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하루 앞둔 2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1차전에서 패했으나 지난 것은 지난 것"이라면서 "내일 경기는 근성이 중요하다. 이기고자하는, 싸우고자하는 투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그 지시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를 악물고 뛰면서 서로서로의 악바리 근성을 깨웠고, 그 투지는 결국 기적을 불렀다.

FC서울이 2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와의 ACL 16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18일 원정 1차전에서 0-1로 패했던 서울은 2차전을 3-2로 승리해 3-3 동률을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신승, 값진 티켓을 손에 쥐었다.

경기 초반부터 상암벌은 뜨거웠다. 발단은 FC서울의 윙백 고요한이 이끌었다. 고요한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상대 왼쪽 풀백 토모야와 충돌을 빚었다.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 신경전이었다. 고요한은 전반 13분, 서울 지역 끝줄 밖으로 나가 코너킥을 허용할 수 있는 순간 근성을 발휘해 공을 살려내는 투지도 발휘했다.

경기 초반이라 굳이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는 장면이기는 하지만 초반이기 때문에 더더욱 깡다구를 발휘했다. 고요한의 이런 모습은 조금씩 동료들에게도 전이됐다. 선수들은 보통 때보다 더 강력한 전방 압박을 펼쳤다. 아드리아노도 데얀도 앞에서부터 상대 공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전반 28분, 아드리아노가 우라와 박스 근처에서 전방 압박을 통해 공을 빼앗은 뒤 낮고 빠른 크로스를 연결 데얀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줬고 이를 데얀이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으면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골의 직접적인 주인공은 아드리아노와 데얀이었으나 그 시발점이 된 것은 고요한의 깡다구였다.

피가 뜨거워진 FC서울 선수들은 '오버페이스'가 걱정될 정도로 많이 뛰었다. 하지만 누구하나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왜 힘들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다. 말로는 참 쉬운 '전원 공격 전원 수비'가 가능했던 FC서울이다.

데얀과 아드리아노는 우라와 골키퍼가 킥을 준비할 때도 앞으로 뛰쳐나갔다. 고요한과 고광민 양 날개는 그 긴 축구장 세로 범위를 수시로 왕복했다. 서울이 공격을 할 때는 윙 포워드였다가 어느 틈에는 풀백이 됐다.

스리백의 중심을 잡아주던 오스마르는 종종 전방까지 드리블을 치고 올라가 공격에도 가담했고 파이터 김원식은 하프라인 근처까지 나가 공중볼을 따내거나 마크맨과의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이 가진 것을 모두 쏟아냈다. 최용수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적극적인 몸동작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공격에 치중하다보니 수비 쪽에 틈이 발생할 위험부담이 있었는데, 이 또한 희생으로 극복해냈다. 우라와가 공격할 때 어지간하면 일대일 방어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형태든 동료가 도우러 왔다. 가로채기 장면이 많이 나왔던 배경이다.

우라와가 마냥 수비만 한 것도 아니었기에, 이날 선수들이 체력 소모는 여느 경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선수들의 에너지가 떨어져 위험한 순간들을 몇 차례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집념이었다.

두드려도 열리지 않은 채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면서 사실 서울이 좋을 것 없는 상황이 됐다. 체력 소모는 아무래도 서울이 컸다. 하지만 이기고자 하는 간절함은 결국 행운의 여신을 불렀다.

연장 전반 3분 '작품'으로 추가골이 터졌다. 주세종이 우라와 수비라인을 꿰뚫어버리는 스루패스를 꽂았고, 오른쪽 측면에서 박주영이 낮게 올린 크로스를 아드리아노가 밀어 넣으면서 그토록 기다렸던 추가골이 터졌다. 이 득점이 서울의 8강행을 이끄는 결승골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연장 후반전 들어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펼쳐졌다. 연장 후반 7분 우라와의 리 타다나리가 헤딩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승부차기를 생각할 찰나, 연장 후반 10분 다시 리 타다라리가 동점골까지 뽑아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종합 2-3으로 서울이 패배하고 우라와가 8강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었다. 상암벌에 있던 모든 이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던 순간, 고요한의 거짓말 같은 중거리포가 터지면서 경기는 3-3으로 끝났다.

이어진 승부차기도 드라마였다. 3번째 키커 오스마르의 슈팅이 너무 강해 크로스바 위로 향했다. 행운의 여신이 서울을 외면하는 듯했다. 하지만 유상훈 골키퍼가 우라와 5번째 키커의 슈팅을 막아내며 다시 원점이 됐다. 그리고 유상훈은 우라와의 8번째 키커의 슈팅까지 막아냈다. 서울의 마지막 키커 김동우의 슈팅이 성공되면서 결국 7-6으로 서울이 짜릿하게 승리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던 FC서울 선수들의 날 선 깡다구가 귀중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축구를 왜 전쟁과 비유하는지 이 경기가 잘 보여줬다. 왜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부르는지도 입증됐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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