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이청용을 찾아온 팬, 그리고 그녀와의 만남

조회수 2017. 6. 21. 09: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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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의 꿈이 된 착한 선수 - 꿈을 이룬 팬과 선수의 아름다운 만남

지난 해 SNS 메신저를 통해 저에게 한 여자분으로부터 장문의 메세지가 와 있었습니다. 모르는 아이디였고, 이름도 생소한 낯선 분이 보낸 메세지였죠. 내용을 확인해보니 그녀는 이청용 선수의 팬이었습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그녀의 메세지를 보며, 참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팬'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청용 선수에게 자연스레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주었죠. 

그 팬의 이야기를 들은 이청용 선수가 팬을 대하는 마음과, 한 선수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쏟아내는 팬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중간에서 전하고 보고 들었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서 칼럼 담당자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껴 두었다가 시즌 끝나고 소개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가슴속에 묵혀 두었던 선수와 팬의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선수와 팬의 따듯했던 만남의 현장


칼럼을 읽고 보내온 어느 팬의 메세지

많은 사람들이 특정 선수, 특정 팀을 통해 힘든 시기를 이겨내듯, 그녀는 이청용 선수의 경기와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냈다고 합니다. 영국가서 이청용 선수의 모습을 꼭 보고 싶다’라는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열심히 여행 비용을 마련하여 이청용 선수를 만나는 꿈을 이루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고 설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메세지를 받고 이청용 선수가 떠 올랐습니다.주전경쟁을 하며 제대로 경기도 뛰지 못할 때 였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봐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였습니다. ‘이 메세지를 보면 힘이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청용 선수에게 대화 내용을 전달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어떤 경기보러 오실건가요? 티켓 구해주려구요. 이럴 때 또 한 번 축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틀 후, 코리안더비(당시 크리스탈팰리스와 스완지시티의 경기)때 경기장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청용 선수도 “경기 후에 그 분을 꼭 데리고 와서 소개시켜 주세요.”라며 당부를 했습니다. 그 팬이 기다려졌나 봅니다. ‘팬도 선수도 참 따듯한 마음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누군가에게 위로와 꿈이 되어준 선수 이청용

이청용 선수의 팬이 영국까지 이청용 선수를 보러 오게 된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그녀는 16살이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이청용 선수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2011년 아시안컵을 보고 난 후 푹 빠졌다고 합니다. 바로 그 해였습니다.

“외할머니께서 많이 아프셨어요. 제가 손주들 중에 막내라 유독 예뻐해 주셨어요. 한창 사춘기시절이고 대학도 준비해야하는 시기였는데 할머니의 소식은 정신적으로 저를 많이 힘들게 한 것 같아요. 지금도 그 때가 가장 힘들게 생각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 시기였어요. 이청용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었어요. 이청용 선수가 제게는 아이돌이자 정신적인 위안이었던거죠.”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위안이자 삶의 원동력으로 이청용 선수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새로운 꿈이자 목표가 생겼다고 합니다. 영국으로 가서 이청용 선수의 경기모습을 직접 보는 것 이라는 ‘그 꿈'이 현재의 그녀를 만들지는 않았을까요?   그 소녀는 그 꿈을 꾸며 열심히 달려왔다고 합니다. 결국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영국으로 오게되었다고 합니다. 꿈을 이루게 된 것이죠.

당시 이청용 선수 팬으로 부터 받았던 메세지 중 일부 캡쳐

그리고 여느 팬들과 마찬가지로 “이청용 선수가 톰 밀러의 태클로 인해 부상을 당했을 때가 너무 속상했어요. 본인이 가장 힘드시겠지만 그 부상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아쉬워요.”라며 그 부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아직도 그 부상이 아쉬움과 아픔으로 남아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간절히 바랐던 꿈은 이루어진다

드디어 사춘기 소녀가 품었던 꿈이 이루어지는 날, 특히 이 날은 쌍용 더비이자 코리아 더비였기에 더 설레이는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았고 경기 후에 이청용 선수와 대학생 팬의 만남이 이루어졌죠. 이청용선수는 유니폼에 사인을 해주고 사진도 함께 찍어 주었습니다. 이청용 선수에게는 먼 곳에서 온 팬에게 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진현양에게는 자신의 우상을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 대한 행복함이 느껴졌습니다.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아쉬움은 잊은 듯 했습니다.

자신의 팬을 위해 대표팀 유니폼에 사인해준 이청용 선수의 사인 유니폼


진현씨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그 날 경기는 야간 경기를 관전한 뒤 자정 즈음 집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이청용 선수에게 연락이 와서는 저에게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봤죠.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어제 이청용 선수에게 메세지가 왔어요. 경기보러 와줘서 고맙고 응원해줘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뛰는 모습 못 보여줘서 아쉽다구요. 앞으로 선수생활할 때 큰 힘이 된다구요. 전 너무 행복해요. 사실 1월 2일이 제 생일이었거든요. 잊지 못할 생일선물을 받은것 같아요. 전 오늘 행복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가요. 두 분께 정말 감사드려요.”라며 이청용 선수와 나눈 메세지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더불어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더군요. ‘내가 감사인사를 받을 일은 아닌데…’


착한 선수를 향한 진심어린 팬의 바람

시간이 흘러 2주 전에 또 한 통의 메세지를 받았어요. “이청용 선수가 대표팀에 소집된 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열심히 응원할게요.”라는 메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청용 선수는 “연락줘서 고마워요. 열심히 응원해주세요.”라는 답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아주 가끔씩이지만 선수와 팬의 인연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내심 뿌듯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오래토록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마지막으로 황진현씨는 “감히 선수님에게 바랄 것은 없지만, 딱 한가지 그라운드위에서 다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라는 바람과 소망을 전합니다. 자신을 사랑하며 응원해주는 팬의 바람처럼 이청용 선수가 모든 상황을 잘 극복하고 다시 그라운드위에서 비상했으면 좋겠습니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청용 선수의 이 모습을 앞으로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선수를 향한 변하지 않는 팬심이 결국에는 선수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고, 그 선수에게 잊혀지지 않는 팬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팬을 생각하는 착한 선수 이청용과 그 선수의 그런 모습을 변함없이 사랑하는 팬의 모습을 통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따듯한 상황들을 전하고 듣고 볼 수 있었음에…

오늘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청용 선수가 축구하기를 잘했다는 것처럼 황진현씨가 이청용 선수의 팬이되길 잘했다는 것처럼,  나도 부족하지만 이 일을 하길 잘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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