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교체 고민했던 로버츠 감독, 류현진에게 내린 지시는?

조회수 2017. 6. 18. 23: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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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브라이언~”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로버츠 감독이 애타게 브라이언(류현진 통역)을 찾습니다. 류현진은 마운드에 올라 서 있었고, 베이스는 주자들로 꽉 찬 상황.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었던 3회말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오른 수아레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다음 타자인 셰블러를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잡은 직후였습니다. 그러니까 3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로버츠 감독은 브라이언을 찾은 것입니다. 

정황상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류현진에게 지시할 상황이라 생각했습니다. 교체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브라이언이 로버츠 감독에게 다가가자 로버츠 감독은 “현진이가 내려오면 곧바로 클럽하우스로 데리고 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조용한 귓속말로 브라이언에게 추가 설명을 합니다.  

‘아니 왜 클럽하우스에?’

생각지도 못한 지시였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왜 하필 클럽하우스일까.  

류현진은 이날 1회부터 많은 공을 던졌습니다. 1회와 2회에만 각각 25개씩 던져 이미 투구 수 50개를 채웠습니다. 3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투구 수는 많아지고, 무사 만루 위기까지 맞이하니 마운드에 서 있는 류현진도, 더그아웃에 있던 감독도 대책을 세워야 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류현진은 “좋지 않은 건 빨리 잊어야 한다.”며 메이저리그 첫 밀어내기 볼넷이었지만,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승부가 펼쳐집니다. 투구 수도 많은 데다 무사 만루라니. 허니컷 투수 코치는 불펜에 전화했고, 조쉬 필즈가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로버츠 감독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생각이 많아 보였습니다. 라인업 카드를 보고 또 보고, 몇 차례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불펜 대기를 지시하긴 했지만, 교체 결정은 아직 내리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고민의 연속이었죠. 경기 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3회에 류현진을 내릴 생각을 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마운드를 주시했습니다.  

걱정이 앞서기 마련. 다음 타자 셰블러를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잡자, 로버츠 감독은 다시 파이팅의 박수를 보내며, 브라이언을 부른 것입니다.  

같은 시각, 타석엔 페라자가 올라 있었고, 류현진 공 두 개를 던져 병살 처리를 했습니다. 약 150Km의 패스트볼은 페라자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려들었고, 강하게 맞고 튕겼지만 류현진의 글러브에 제대로 들어왔습니다. 류현진은 포수 그랜달에게 그대로 연결해 추가 득점을 막았고, 그랜달은 1루수 벨린저에게 송구해 순식간에 이닝을 종료시켰습니다. 1-2-3의 완벽한 투수 병살타가 완성된 것입니다.

 류현진은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불끈 쥐며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오늘 가장 중요한 승부처였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어떻게든 큰 건 맞지 않으려고 했다.”며 위기 모면을 위해 노력했음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운도 따라줬음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직선타로 잘 맞은 타구였는데, 유격수가 잘 막아줬다. 마지막 병살타도 타자가 잘 쳤는데, 운이 좋게 글러브에 들어왔고, 병살로 연결됐다.” 

무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1실점만을 한 류현진.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물 한 병을 금세 비웁니다. 상황도, 날씨도 그를 목마르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브라이언이 전달한 대로 클럽하우스로 향합니다. 브라이언은 감독이 내린 지시를 류현진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입니다.

로버츠 감독은 왜 류현진을 클럽하우스로 가라고 했을까. 무사 만루에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던 로버츠 감독은 생각을 바꾼 것입니다. 교체가 아닌 다음 이닝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 고민이 많았던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 믿고 가기로 한 거죠. 

이날 신시내티는 화씨 91도(섭씨 약 33도)의 무더운 날씨를 자랑했습니다. 습도까지 높아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를 정도였죠. LA는 낮에 화씨 100도(섭씨 약 38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날씨지만 습도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습도가 높은 곳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그야말로 찜통더위. 

5이닝까지 마무리한 류현진은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시원한 물을 찾았고, 더위부터 식힐 정도였습니다. 

더그아웃에 서 있기만 해도 무더운 날씨였기에,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생각해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시원하게 땀을 식히고 오라고 지시한 것이었습니다. 교체가 아닌 다음 이닝 준비를 알리는 로버츠 감독의 지시였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오늘처럼 무더운 날씨에 류현진이 5이닝까지 던지고 내려온 건 본인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도 5이닝을 채우고 싶었을 것이다.”라며 더위 속에서 5이닝을 2실점으로 마무리한 것에 만족했습니다.  

류현진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4회까지의 투구 수는 88개. 사실 류현진이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르기까지는 또 한 번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로버츠 감독과 허니컷 투수 코치는 류현진을 마운드에 또 올릴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꽤 오랜 시간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로버츠 감독의 평소 스타일대로라면 88개의 공을 던졌으니 교체할 만도 하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허니컷 투수 코치는 불펜에 전화를 걸었고,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찾아갔습니다. 류현진은 휴식을 취하러 클럽하우스에 들어간 상황.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더그아웃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허니컷 코치에게 지시합니다. 5이닝은 류현진이 책임진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허니컷 투수 코치는 다시 불펜 전화기를 들어 불펜 투입을 늦췄습니다. 두 번의 교체 위기가 있었지만, 3회말엔 류현진의 위기 관리 능력을 믿었고, 4회말엔  류현진의 건강한 몸 상태를 믿었습니다. 

5회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 이런 로버츠 감독의 생각을 의식이라도 한 듯 93마일, 94마일을 뿌려댔습니다. 

류현진은 “5회 마운드에 올라갈 때부터 마지막 이닝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투아웃 상황에 주자가 3루에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잘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력투구 했음을 알렸습니다.

5회 류현진을 마운드에 올리기 전, 둘은 분명 이야기를 나눴고, 로버츠 감독이 보여준 믿음에 류현진도 할 수 있는 노력을 한 것입니다. 5이닝까지는 책임지는 것. 

류현진이 5이닝을 마무리 짓고 마운드를 내려오자, 로버츠 감독은 악수를 청하며 “정말 좋았다. 잘했다.”를 연발했습니다.  

힘든 출발이었고, 투구수와 실점 위기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류현진은 “홈런을 의식해서 던지다 보니 투구 수도 많아졌고, 불필요한 공도 많았다.”고 이날의 경기를 되짚었습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집중타를 맞지 않아 최소 실점으로 경기를 마감한 것은 만족스럽다."고 전했습니다.  

5이닝까지 채웠다는 것. 그리고 투구 수 100개가 넘어간 상황에서 패스트볼 최고 구속 93마일과 94마일을 연달아 찍었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엔 회심의 미소가 흘렀고, 카메라를 향해 깨알 같은 ‘V’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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