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다가올 류현진 트레이드설에 대한 독해력 점검

조회수 2017. 6. 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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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6주 남짓이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7월 31일)을 앞두고 30개 팀이 동분서주할 것이다. 그 중에는 물론 LA 다저스도 포함된다.

이미 클럽 하우스 주변에서는 갖가지 풍문이 떠돌고 있다. 지난 6월 초 관련된 보도도 있었다. 출처는 mlb.com이었다. ‘다저스가 선발 투수를 보강하기 위해 올인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차고 넘치는 데 보강이라니…. 언뜻 이상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냥 플레이오프 정도가 목표라면 굳이 일 벌일 필요도 없다. 적당히 돌려막기 식으로 해도 지구 1위나 와일드카드를 경쟁할 실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그걸로 만족할 눈높이가 아니다. 투자한 게 얼마인데…. 월드시리즈 무대를 꿈꾸려면 얘기가 달라진다. 확실한 원-투, 아니면 원-투-쓰리 펀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트레이드 시장의 큰 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게 아니라도 정리는 불가피하다. 이미 숫자상으로 정원 초과다. 부상자 명단(DL)과 불펜을 활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적어도 1~2명은 필연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 대상은 2명의 동양인 투수(류현진과 마에다 겐타)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관측은 다저스 소식에 가장 정통하다는 현지 기자의 입을 통해서 전해져,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루머들은 아직 수면 아래 잠겨 있다. 그러나 조만간 관련한 보도들이 속속 전해질 것이다. 특히 99번 투수가 확실한 존재감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때마다 그런 목소리의 볼륨은 더 높아질 것이다.

과연 그걸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고, 어떻게 독해해야 할까. 오늘 <…구라다>가 하려는 얘기다.

이분법적인 이해는 곤란하다

물론 달가울 리 없다. 마치 시장 매물처럼 여기저기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좋든 싫든 불가피한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문의 근원은 다양할 것이다. 다저스 내부에서 새어나온 것일 수도 있고, 다른 구단에서 흘러나온 말도 있을 법하다. 그것도 아니면 미디어나 에이전시 관계자들의 수근거림이 퍼지는 경우도 흔하다. 어떤 경우도 개연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즉, 현실성을 지닌 그럴듯한 얘기들이라는 점이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저스는 틀림없이 트레이드 카드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짤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99번 투수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매물로서의 가치가 어느 정도 있느냐, 성사를 위해 어느 정도 적극적이냐의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말이다.

당연히 심각한 사안이다. 어찌보면 그의 메이저리그 커리어에 중대한 기로가 될 일이다. 때문에 남는다/떠난다의 이분법적인 구조로 이해하면 안된다. 훨씬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를테면 정치적인 접근이 필요한 대목일 것이다.

계약서에 포함된 트레이드 보호 조항의 허와 실

그의 트레이드 문제를 거론하기 앞서 중요한 팩트 하나를 상기해야 한다. 다저스와 합의한 계약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 중에는 이런 조항이 명시돼 있다. ‘구단이 사전 동의 없이 트레이드를 결정한 순간 FA 신분이 된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2년전에 OSEN 박승현 기자(현재 MBC Sports+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의 보도에서 드러났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아시아 담당 테드 여 씨에게 확인했다는 점도 부연됐다.

당시만 해도 일종의 ‘거부권’ 같은 안전 장치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1, 2년차 때처럼 좋은 상태라면 구단은 일방적으로 트레이드시키는 바보짓을 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 반대라고 치자. 즉 지금 같은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예컨대 다저스가 A구단과 임의로 트레이드를 강행했다(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과연 선수 본인이 반발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동의하지 않으면 FA가 된다. 30개 구단 어느 팀과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신분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내년까지 보장된 계약 내용 이상을 받아낼 수 있느냐는 문제다. 즉, 트레이드가 된다는 것은 현재 계약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A라는 팀으로 가서도 내년까지 700만 달러가 보장된다(아마도 일정 부분 다저스가 보전해주는 형태가 될 지 모르지만). 또 각종 옵션과 마이너리그 거부권 같은 보호 조항도 여전히 유효하게 된다.

하지만 FA가 되면 모든 것을 ‘0’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건 곧 이런 질문이 된다. 지금 상태에서 그와 7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을 할 팀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무래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약 아니라면 ‘보호 조항’은 사실상 의미 없는 장치가 된다.

불펜행을 놓고 벌였던 장시간의 격론

뭐, 그 정도로 극단적인 지경까지는 가지 않으리라 믿는다. 다만 상황에 대한 인식은 필요하다. 이런 배경을 놓고 양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일 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북한 미사일과 비슷한 요소가 있다. 실행 가능성과는 별개로 외교적,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바로 <…구라다>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다.

불과 몇 주 전이었다. 그의 불펜행을 놓고 한바탕 격렬한 힘겨루기가 있었다. 프런트 오피스와 코칭스태프, 메디컬 사이드, 선수측 에이전트가 장시간 격론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날 선 공방과 설전이 이어지고, 극단적인 대화들도 있었다는 후문이 돈다.

냉정하게 바라볼 부분이다. 구단이 악의를 갖고 행동할 리는 없다. 어쨌든 자기들의 중요한 자산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가치와 기대를 걸어두지도 않을 것이다. 어차피 커쇼가 아니라면 말이다. 변화를 통해서 얻는 게 많다고 판단하면 실행할 것이다.

물론 선발로 가치를 입증하면 변수는 사라진다. 하지만 요즘처럼 애매하면 결국 협상과 딜이 필요하다. 구단은 트레이드라는 압박 카드를 통해서 여러가지 주장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그 중에는 장기적인 불펜행도 포함될 지 모른다. 아니면 그야말로 전격적인 이동을 결정한 뒤, 선택을 종용할 수도 있다.

그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필수적인 전제가 있다. 바로 올해가 재활 시즌이라는 점이다. 어차피 풀타임 선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렇다고 (본인 동의하에) 마이너리그에서 조정 기간을 보낸다는 것도 찬성할 일은 아니다. 불규칙한 불펜으로 소모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는 아직까지 100% 완쾌 상태가 아니다. 여전히 의학적인 (투구수 제한이라든가)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이 절대적이다.

만약 다저스가 모종의 변화를 기획한다면,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재활에 필요한 조건이 충족될 것 같다면. 고려하지 못할 옵션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협상해야 구단과 주고 받을 게 생길 지 모른다. 자신과 슈퍼 에이전트가 잘 알아서 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최선은 남아서 멋지게 예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남는 데 집중하다가 정작 핵심을 놓치기 십상이다. 즉 잔류하면 성공이고, 떠나면 실패한다는 이분법적인 접근은 생산적이지 않다.

성공적인 재활/재기를 위해서 어떤 환경이 더 적절한가. 그리고 과연 다저스가 그런 여건을 제공해줄 의지가 충분한 지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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