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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KIA 김민식은 올스타 포수의 자격이 있는가

조회수 2017. 6. 15. 11: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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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직후였다. 와이번스의 염경엽 단장은 광주 출장 내내 한 사람과 붙어지냈다. 상대는 적장이었다. 아무리 둘이 친하다지만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남자 둘이, 사흘 내내. 무슨 그리 할 말이 많은 지….

결국 두 절친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올 시즌 판도를 뒤흔들만한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것이다. 물론 당시만해도 ‘대형’이라는 사이즈가 이름값 때문에 매겨질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4+4, 총 8명이 오가는 규모가 큰 교환이었기에 가능한 수식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그 중의 핵심이다. 나중에 밝혀진 2박 3일간 대화의 일단은 이렇다. 김 감독이 줄기차게 친구에게 매달린 것은 한 명 때문이었다. “(김)민식이 좀 주라”였다. (김 감독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김민식을 데려오고 싶어했다.) 여기에 대해 염 단장은 “그럼 (노)수광이랑 (이)홍구 다 줄 수 있어?”라고 되물었다. 그런 얘기 끝에 일이 커져서 결국 4대4의 명단이 나왔고, 전격적으로 딜이 성사됐다. 

어젯밤(14일) 인천 문학 구장이 시끌시끌했다. 홈 팀은 이홍구가 다치는 바람에 포수 자리에 구멍이 생겼다. 부랴부랴 잇몸들이 동원됐다. 1루수 로맥이 낯 선 2루로 갔다. 1루 자리에는 투수(전유수)를 끼워 넣는 궁여지책이 발휘됐다. 땜빵 포수로는 2루수 나주환을 앉혀야 했기 때문이다.

12년 전에 한번 마스크를 써봤다는 그는 훌륭하게 6-3 경기의 세이브 포수 역할을 마쳤다. 그리고 그 경기 후반에는 대형 트레이드의 멤버인 노수광이 시즌 1호 홈런을 터트렸다.

그 무렵 부산 사직에서도 원정 팀이 똑 같은 스코어(6-3)로 앞서고 있었다. 여기서도 역시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포수가 있었다. 물론 그 트레이드의 핵심 멤버였다. 

7회 승부처에서 섬광처럼 빛난 삼진 + 도루 저지 

7회였다. 5-3으로 앞서고 있지만 그리 여유는 없었다. 아시지 않나. 원정 팀의 불펜 사정을. 늘 스펙타클한 흥행작을 상영하는 개봉관 아닌가.

이런 사정을 홈 팀이 모를 리 없다. 벤치가 호시탐탐, 움직임을 시작했다. 첫번째 대타 카드를 빼들었다. 황진수 대신 김상호를 내보냈다. 중견수 앞 안타, 불씨 하나가 피어올랐다. 공격 팀은 연이은 승부수를 던졌다. 안타 친 김상호를 빼고 대주자를 기용한다. 빠르기로 소문난 김동한이 1루 베이스로 날쌔게 달려나간다. 승부가 가쁜 호흡을 내쉬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쎄~ 하다. 투구수 120개를 향해 가고 있던 선발 헥터 노에시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홈 팬들은 기대감에 두 눈이 반짝인다. ‘오늘도 잘 하면 영화 한 편 보겠구나.’

맞다. 승부처였다. 여기서 흐름이 바뀌면 이 경기의 승패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대목이었다. 바로 그 순간, 빛나는 플레이 하나가 섬광처럼 번쩍였다. 

김민식, 몸쪽에 함정을 파다 

무사 1루에서 타석에는 8번 김대륙이다. 헥터는 주머니 속에 아껴두었던 2~3㎞를 꺼내 들었다. 위기라고 생각하고 147~148㎞의 빠르기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볼카운트 1-2. 투수의 카운트에서 4구째를 맞았다.

여기서 부터 음미할 대목이다. 포수 김민석의 4구째 사인은 몸쪽 직구였다. 의외였다. 보통이라면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을 던져야 할 타이밍이다. 헛스윙을 시키던가, 아니면 3루/유격수 쪽 땅볼로 병살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것도 아니면 바깥쪽 직구라야 한다. 왜? 혹시라도 1루 주자가 움직일 지 모른다. 그렇다면 2루에 쏘기 편한 외곽쪽이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민식은 안쪽을 원했다. 어쩌면 이건 함정을 판 것인지도 모른다.

4구째 몸쪽 사인을 내고 붙어 앉았다. 어쩌면 상대를 유인하기 위한 함정인 지 모른다. sky sports 중계화면

반대로 공격쪽 시각에서 보자. 2점 차였다. 보내기 번트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병살은 싫다. 단독 도루? 히트앤드런? 뭔가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다. 마침 카운트는 1-2가 됐다. 변화구를 던질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2루에서 좋은 타이밍이 나올 확률이 있다.

그런데 어라? 포수가 사인을 내고 타자쪽으로 바짝 붙어앉는다. 그럼 변화구가 아니라 빠른 볼이라도 괜찮을 것 같다. 좋다. 승부다. 2루로 간다.

삼진과 함께 2루 도루를 잡아내는 역동적인 송구 모습.        sky sports 중계화면

결과는 아시다시피.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타자는 헛스윙 삼진, 그리고 주자는 2루에서 잡혔다. 평소에는 감정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 헥터조차 마운드에서 펄쩍 뛰며 기쁨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2개가 한꺼번에 만들어지며 사실상 이날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홈 팀은 더 이상 반전의 빌미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음미해야 할 대목이 포수 김민식의 플레이다. 앞서 말한 몸쪽 볼배합 말이다.

앞서 말한대로 유인구나 외곽쪽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럴 경우 부담감은 투수가 안게 된다. 왜냐하면 상대의 예상 범위에서 투구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몸쪽 빠른 공으로 역습한다면 타자와 승부에서는 승산이 높다. 반면 주자에 대한 걱정 때문에 그런 선택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을 했다. 


김민식의 팝 타임 -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빨라 

그는 어떻게 그 타이밍을 만들어냈을까. 실전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마운드의 헥터는 최고의 투수다. 그러나 약점이 있다. 흔히 퀵 모션이라고 부르는 릴리즈 타임이다. 주자가 있을 때 빠른 동작으로 투구하는 모션인데, 1.2초 이내로 끊어야 합격이다. 그런데 그는 1.31~1.32초 정도 걸린다. 느린 편이다.

이걸 만회해야 하는 게 포수다. 그들에게는 팝(pop) 타임으로 불리는 게 있다. 포수 미트에 꽂히는 순간부터 2루수(또는 유격수) 글러브까지 도달하는 시간이다. 우리 귀에는 ‘퍽’ 또는 ‘팡’ 하고 들리는 공 잡는 소리가 미국사람들 귀에는 ‘pop’이라고 들리나 보다.

김민식의 팝 타임은 1.96~1.97초 정도다. 메이저리그 평균(1.98초) 보다도 조금 빠르다.

헥터 릴리즈 타임         1.32 초

김민식 팝 타임             1.97 초

합계                               3.29 초

미국의 통계 사이트 팬 그래프 닷컴에 따르면 합계가 3.3초 이내면 괜찮은 수준이다. 그보다 오래 걸리면 도루 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니까 헥터 약점을 김민식이 메우며 충분히 경쟁력 있는 조합을 만들어낸 것이다.

효율적인 포구와 스텝, 정확한 배달의 요소

사실 그의 팝 타임이 소름끼칠 정도는 아니다. 오승환의 파트너인 야디어 몰리나가 한창 때 1.8초대를 끊었다고 하니 그보다는 한참 아래다. 그럼에도 저지율이 탁월한 것은 정확성 탓이다. 어제 실전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2루로 슬라이딩 하는 주자 바로 위로 배달하는 능력이다.

이런 정확성은 탄탄한 기초에서 비롯됐다. 좋은 송구는 포구하는 순간부터 연결된다. 즉 전환이 빠른 효율적인 자세로 공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 발사 자세를 만들기 위한 스텝으로 이어진다.

올스타 팬 투표가 시작됐다. 며칠 안 지났지만 벌써 나눔 쪽은 KIA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무려 8개의 포지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포수 부문도 마찬가지다. 김민식이 2위 최재훈을 10만표 이상 앞서고 있다. 이를 두고 논란도 있다. 워낙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평가되는 위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공격력은 취약하다. 블로킹, 수비 범위 측면에서 다른 후보에 비교 열세인 지점도 있다.

하지만 뚜렷한 장점들이 분명하다. 일단 1위팀의 안방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볼배합도 벤치 사인 없이 직접하고 있다. 그만큼 헥터와 임기영의 승수에 대한 자신의 지분도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50%에 육박하는 도루 저지율이 괄목할 만하다.

어쨌든 그가 투표 순위 앞쪽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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