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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시속 157km' 한승혁, 왜 안 통할까?

조회수 2017. 6. 13. 17: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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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6.55, 광속구 투수 한승혁의 '기대 이하' 부진 원인은?

과거에 비하면 희소성이 떨어졌지만 '시속 150km'란 숫자는 야구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강속구 투수의 상징이다.

시속 150km로 날아오는 투구는 불과 0.44초만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한다. 배트 스피드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타자들도 헛스윙을 하기 일쑤다.  의도대로 제구만 된다면 150km가 넘는 속구는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구종이다.

2017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속구를 구사하는 투수인 KIA 한승혁 (사진: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한승혁은 올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평속 152km의 속구를 구사하는 투수다. (2위 LG 소사 149.2km/ 17시즌 10이닝 이상 투수 143인 중)

지난 5월 17일에는 전광판에 159km라는 놀라운 숫자가 찍히기도 했다. 159km의 공은 홈플레이트에 도달하기까지 0.42초도 걸리지 않는다.

# 159km 속구가 쾅! 한승혁의 ‘미친’ 구속

구속만 따지면 그야말로 메이저리그급이다. 하지만 올시즌  한승혁의 부진은 심각하다. 평균자책점(ERA) 6.55에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88로 2에 육박한다. 또한 자신의 최대 강점인 속구 피OPS는 무려 1.033으로 참담한 수준이다.

KBO리그 사상 최대 몸값을 받는 롯데 4번타자 이대호의 올시즌 OPS가 0.985다. 극단적으로 말해 한승혁의 속구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평소 이대호보다 뛰어난 생산력을 보인 셈이다.

150km 중반대 속구를 구사하는 한승혁이 평균 정도의 성적도 거두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다각도에서 그 이유를 살펴 봤다.

# 한승혁의 부진 원인은?

▲ 올시즌 한승혁의 속구 구사 위치 ⓒ 스탯티즈  

 

가장 큰 문제는 잘 알려진 것처럼 고질적 약점인 제구력이다. 올시즌 한승혁은 9이닝당 볼넷 개수가  4.91이고  총 431개의 투구 중  공식기록으로 집계된 5개의 폭투를 범할 만큼 제구가 좋지 않다.

또한 위 표의 속구 구사 위치를 통해 알 수 있듯  중심을 기준으로 투구가  낮은 쪽(31.5%) 보다는 높은 쪽(38.5%)에 더 많이 형성되며,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비율(53%)이 절반 이상이다.

속구의 피안타율이 무려 0.391에 달하고 속구 구종가치는 -6.8로  구속에 비해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속구의 위력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변화구를 가미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만 한승혁의 올시즌 속구와 변화구 낙폭은 리그 내 오른손 불펜 투수 중 최하 수준이다. 커브같은 낙차 큰 변화구를 추가하는 것이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우완 구원투수 변화구 낙폭 순위 (하위1~4위 ) ⓒ 레전드닷컴  

속구 무브먼트를 증대시키기 위해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시즌 중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것은 류현진 정도의 재능이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제구 난조를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

# 제구 난조 원인은 불안정한 ‘릴리스 포인트’, 그리고 ‘압박감’

한승혁의 제구 난조는 불안정한 릴리스 포인트의 영향이다. 안정된 볼 컨트롤을 위해서는 당연히 일정함을 유지해야 하며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그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 좋다. 

▲ 올시즌 릴리즈 포인트 최대높이 순위(내림차순 TOP5) ⓒ 레전드닷컴  

하지만 한승혁의 경우 릴리스 포인트의 최대 높이가 226cm에 이르고, 최저 높이는 57cm나 낮은 169cm로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 일정치 못했다. 올시즌 한승혁은 포수 머리 위로 치솟거나 홈플레이트에 못미치는 폭투성 투구가 빈번했는데 상황에 따라 불안정한 릴리스 포인트가 그 원인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한승혁의 릴리스 포인트가 흔들렸을까?

17시즌 한승혁의 주자 상황에 따른 구종별 피OPS ⓒ 스탯티즈

한승혁은 주자가 나가면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표본이 많지 않아 수치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순 없지만  주자를 둔 상태에서 속구의 피OPS가 4할 가까이 상승했고, 스플리터는 3할이나 상승했다.

한승혁의 투구폼은 팔을 뒤로 꺾은 후 급격하게 치켜 세우며 공을 내리 꽂는 매우 역동적인 형태다. 이 때문에 상체의 흔들림이 다른 투수에 비해 심한 편이다.

누상에 주자를 둔 상황에서 투구 동작을 작고 재빠르게 해야 하는 ‘슬라이드 스텝’시에는 릴리스 포인트가 더 흔들리게 되므로 제구 난조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 29일 경기에서도 주자 1루 상황에서 공을 너무 일찍 놓는 바람에 포수가 잡을 수 없는 어이없는 폭투를 저지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주자 1루 상황에서 폭투 후 결승 홈런을 허용하는 한승혁

1군 필승조로  타이트한 상황에서 등판 경험이 적기 때문에 승부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평소의 투구폼을 유지하지 못하고 릴리스 포인트가 흔들리는 측면도 강하다.

올시즌 한승혁이 홀드/세이브상황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경우는 단 한 번(4월 9일 한화전)이었는데 이 경기에서도 2개의 피안타를 허용했다. 대부분 1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특히 점수차가 적을 수록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한승혁의 놀라운 구속에 현혹되어 당장 그를 승부처에서 활용하기 보다는 점수차가 여유로운 상황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며 압박감을 덜어주고 릴리스 포인트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선택지라 판단된다.

# 애증의 파이어볼러 한승혁

201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로 KIA에 지명된 한승혁은 올해로 프로 7년 차지만 1군 마운드에서 핵심 전력으로 활약한 이력은 없다. 구단에서 핵심 유망주로 수년 간 육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재력만 인정받았을 뿐 그 실력을 1군 무대에선 입증하지 못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구속에 힘입어 구단과 팬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1군 무대에서 한계를 보이는 한승혁에 대한 실망감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올해 나이도 25세로 적지 않기 때문에 이번 시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병역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 한승혁의 시즌별 주요 기록

한승혁의 프로데뷔 후 시즌별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올시즌 현재 KIA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6.00으로 리그 최하위다.( 9위 삼성 5.92/리그 구원 평균 4.84)  

마무리 임창용은 난조 끝에 자발적으로 2군행을 택했고 복귀 전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지훈(ERA 7.07), 손영민(ERA 10.64)은 1군 마운드에서 버티질 못했다. 수년 간 쏠쏠한 활약을 보이던 최영필 역시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은퇴를 택했다.

위기 상황에서 의지할 만한 불펜 투수는 마무리 보직을 꿰찬 김윤동 단 한 명 뿐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치열해질 1위 다툼과 이후 가을 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장담하기 어렵다.  

KIA 타이거즈가 1위 질주를 이어가고  11번째 우승에 다가서기 위해선  만년 유망주의 껍질을 깨지 못하고 움츠러든 한승혁의 각성이 절실하다.

(관련 기사: 송은범 대신 임기영, 1위 KIA를 만든 '신의 한 수')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레전드닷컴] 


박성연 필진 /정리 및 편집 :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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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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