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잉글랜드 여자축구 챔피언' 지소연을 만나다.

조회수 2017. 6. 13. 07: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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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태극낭자
며칠 전에 다시 재계약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지금 생각을 정리중이에요.

얼마 전 잉글랜드 버밍엄에서 지소연 선수가 뛰는 첼시레이디스가 스프링시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우승의 주역인 지소연 선수가 한국으로 출국하는 날 오전, 런던 근교 코밤에 위치한 첼시트레이닝센터에서 지소연 선수를 만났습니다. 휴가를 받아서인지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챌시훈련장에서 훈련 후에 만난 지소연 선수

지소연 선수가 이야기하는 시즌과 휴가계획

“대부분의 선수들이 A매치에 갔고, 지난 주에 시즌도 끝났는데 왜 훈련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마지막 훈련이 끝났어요. 오늘 밤에 한국으로 떠나요. 8월 초에 돌아올 거 같아요.”

“며칠 전에 다시 재계약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지금 생각을 정리중이에요. 맨시티레이디스가 챔스4강까지 오르고 우리팀도 시설이나 선수들에게 투자를 많이하고 있고요. 맨시티처럼 우리도 전용 구장도 생기고요. 좋은 선수들이 잉글랜드로 많이 영입되고 있어요. 리그나 시장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챔피언스리그에도 경쟁력이 생기는 것 같고 …”

지소연 선수의 이야기를 듣다가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이번 시즌 팀과 자신에 대한 평가, 기억에 남는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 휴가기간의 계획과 다음 시즌의 목표 그리고 U20월드컵에 관해…

락커룸 앞에 걸려있는 자신의 사진과 비슷한 포즈를 하고 있는 지소연 선수

“스프링시즌이라 사실 정규시즌같은 부담은 없었어요. 그래도 경기가 진행되면서 우승에 대한 욕심과 부담이 생기더라고요. 처음에는 새로 영입된 선수들과 전술이나 호흡 그리고 포지션때문에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팀이 강해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느낌이에요. 경기보실 때 그런 생각 안드셨어요? 개인적으로는 항상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잘해도 못해도 끝나고 나면 늘 아쉬운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와 앞으로의 계획은?

리그경기보다는 평양원정이 가장 기억에 남죠. 앞으로도 그 기억은 오래 남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기억에 남는 경기가 아쉬웠던 경기였어요. 버밍엄시티와의 FA컵 4강전이에요. 2대 2로 비긴 후에 승부차기에서 패한 경기요. 웸블리에서 다시 한 번 경기하고 싶었는데… 그 때가 가장 아쉬웠어요.”

“일단 2주 정도 쉴 생각이에요. 엄마랑 여행도 다닐거예요. 그리고 훈련을 할 예정이에요. WK리그 많이 보고 응원도 할 생각이고요. 좋은 모습으로 돌아와서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을 보내고 싶어요. 부상없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시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팀은 좋아지고 있고, 자신은 아쉬웠다고 합니다. 리그 득점3위를 기록했으면서도 팀에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모습입니다. 아직도 평양의 여운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효녀입니다. 엄마가 늘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U20대표팀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친한 동생인 백승호 선수와 나누었던 이야기도…


대회 중에는 승호한테 한 번도 연락 안 했어요. 16강에서 패하고 며칠 후에 연락했죠.

“일단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결과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쉬움이 남죠. ‘더 높이 올라갔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죠. 선수들이 흘린 노력과 땀을 아니까요.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바람도 있고요.”

백승호 선수의 눈물, 그리고 7 년전 지소연의 눈물

“대회중에는 승호한테 한 번도 연락 안 했어요. 16강에서 패하고 며칠 후에 연락했죠. ‘왜 울었어?하고 묻자누나도 알잖아요. 왜 눈물이 나는지… 라고 하는데 갑자기 2010년 생각이 나더라고요. 독일에서 열린 U20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게 패한 후에 흘렸던 그 눈물이요.(웃음) 너무 아쉬웠죠. 승호도 그랬을거예요. 결과도 경기력도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거에요. 저도 그랬으니까…”

“승호는 잘 할 거에요. 재능도 있고, 성실한 녀석이거든요. 잘 아시잖아요?(웃음) 무엇보다도 경기를 많이 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승호를 위해서도 대표팀을 위해서도…”

U-20 대표팀 아우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이 아픔을 딛고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백승호 선수의 마음을 자신도 알 것 같다고 합니다. 그가 포르투갈전이 끝난 후에 눈물 흘리는 모습이 7년 전 자신의 모습 같아서 인지…


첼시레이디스 감독이 말하는 '선수' 지소연

지소연 선수와 이야기를 나눈 후에 엠마헤이즈 감독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JI(지소연), 한국으로 언제가니? 휴가에 뭐 할 생각이야?”

“오늘 밤에 가요. 엄마랑 여행도 하고 휴식을 취할거에요. 2주 후에 운동 시작할거에요.”

너무 힘들게 운동하지마. 쉴 때는 푹 쉬고… 우리 시즌은 길어. 천천히 준비해서 꾸준히 올려가야해. 처음부터 무리해서 지치지 않도록 해. 이번 시즌 어땠어? 마지막 몇 경기는 전술이 괜찮았지?”

“네 그렇게 할게요. 처음보다 시즌 막바지에 사용한 전술이 우리 팀에 잘 맞는 것 같아요. 팀도 좋아진 것 같아요.”

 엠마헤이즈 감독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지소연 선수

지소연 선수와 엠마헤이즈 감독의 대화를 듣다가 감독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우선 우승 축하해요. 그리고 JI(지소연)와 재계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던데요?”

“감사해요. JI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아요. 난 그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고요. JI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고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싶어요. 자주 그런 표현을 했고요. JI가 충분히 생각하고 좋은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합니다. ”

“다음 시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죠.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진출하고 싶어요. 맨시티레이디스도 해냈어요. 우리도 충분히 할 수있다고 생각해요. JI,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엠마헤이즈 감독과 대화를 나눈 후에 다정하게 기념사진을 찍은 지소연

엠마헤이즈 감독은 지소연 선수가 팀에 필요한 선수이고 좋은 선수라는 이야기는 자주 했습니다. 이번에도 여느 때처럼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JI는 꼭 필요한 선수라고…’ 그렇기에 재계약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재계약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지소연 선수가 여전히 경쟁력있는 선수라는 반증이겠죠.


현재 겸손히 땀흘리기에 다음이 더 기대되는 선수 지소연

리그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팀에서 투자도 많이 합니다. 좋은 경쟁자들이 많이 영입되고 있습니다. 주전경쟁도 치열합니다. 지난 시즌까지 공격의 핵이자 부동의 주전이었던 애니 알루코와 젬마 데이비슨도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지소연 선수도 지난 시즌까지 에이스였다는 사실은 내려놓았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팀의 에이스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시즌 초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와서 주전경쟁을 해야해요.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생겨서 오히려 행복해요.” 라며 행복한 땀방울을 흘렸습니다.

스프링시즌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끈 후의 지소연 선수

그녀가 흘린 겸손한 땀방울이 팀에 또 한 번의 우승트로피를 선물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변함없는 감독의 신뢰를 받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팀에서 오래토록 함께 하기를 원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에서 대한민국 여자축구를 알리는 대표선수가 되었습니다.

또 한 번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소연, 그녀가 다음 시즌에도 축구의 종주국에서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자존심을 세워나가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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