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과잉 충성?' 웨인라이트 "존경합니다. 보스"

조회수 2017. 5. 26. 04: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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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저분한 구위였다. (Oh is pretty nasty)”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라 불리는 클레이튼 커쇼가 오승환의 투구를 본 후, 남긴 소감입니다. 완봉승을 눈앞에 두고 동점을 허용했던 클레이튼 커쇼는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팽팽히 맞선 상황이고, 9회에서 동점을 허용했기에 짙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누구보다 팀 승리를 원했습니다.

현지 기자가 커쇼에게 “왜 더그아웃에 남아 경기를 지켜봤느냐”고 물으니 “등판하고 난 후에도 경기를 지켜보는 게 일반적인 루틴이다.”고 말한 뒤, 부연 설명을 한 것입니다. 더그아웃에서 상대 투수의 구위를 살폈음을 말이죠.

‘nasty’라는 단어는 짜증 날 정도로 좋은 구위를 말합니다. 보는 사람도 얼굴 찌푸리게 할 정도로 좋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보통 치기 힘들 정도로 좋은 공을 “지저분하다”고 표현하고, 웨인라이트는 한국말로 “쩔어”라고 표현합니다. 커쇼는 nasty라는 단어를 쓰며 오승환의 투구를 칭찬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9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클레이튼 커쇼가 연장전을 지켜 보고 있다.

이날 오승환은 9회초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1점 차 승부였기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역전 상황을 대비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야구는 9회말 2사부터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9회 1사 2루에서 폭투로 인해 동점을 허용하게 된 것입니다. 커쇼의 완봉승도 날아가고, 승부는 다시 원점. 연장전에 돌입했습니다.

역전 상황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9회부터 세 번이나 워밍업을 하며 불펜에서 대기했던 오승환. 결국, 보우먼이 주자를 허용한 11회말 2사 1루에서 구원 등판했습니다.

전광판에 소리 지르라는 ‘Louder’가 표시되자, 거대한 함성이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습니다. 위축될 법도 한 분위기. 하지만 오승환은 “이런 분위기는 어느 리그를 가더라도 존재한다. 개의치 않았다.”며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출발은 좋지 않았습니다. 오승환의 투구가 문제라기보단 실책이 이어지면서 삽시간에 2사 2, 3루를 만든 것입니다.

2사 1루 코리 시거 타석 때, 폭투로 1루 주자 포사이드가 2루까지 진루하고, 이어서 시거에겐 볼넷을 허용한 것입니다. 그랜달 타석 때, 포수 몰리나는 견제 실책을 범해 2루 주자가 3루까지 진루하고, 1루 주자는 2루까지 진루하게 됐습니다.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오승환의 투구가 더 빛났습니다. 2사 2, 3루에서 만난 타자는 선제 솔로포를 날렸던 야스마니 그랜달. 분위기에 압도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오승환은 85마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해 이닝을 종료했습니다.

11회를 마무리 짓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오승환은 12회도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카디널스 코치와 트레이너는 그의 손가락에 잡힌 물집이 걱정됐습니다.

경기 전에 오승환은 기자에게 손가락을 보여주면 “거의 다 나았다.”고 말했지만, 물집 치료 이후 첫 등판이었기 때문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오승환은 “정말 괜찮다.”며 이상 없음을 재차 알렸고, 12회에도 마운드에 오르게 됐습니다.

11회 2사 2, 3루 실점 위기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타자를 돌려세운 오승환은 12회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모두가 헛스윙 삼진이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변화구에서 헛스윙도 나오고 괜찮았다.”며 변화구의 제구가 좋았음을 알렸습니다.

사실 타자 입장에서 정말 짜증 나는 투구였습니다. 타석에 올랐던 벨린저, 곤잘레스, 테일러 세 타자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타석을 내려갈 정도였습니다.

순간 경기를 지켜보던 류현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타자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웃음을 보입니다. 상대가 오승환이었기에 푸이그와는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1 1/3이닝 동안 4탈삼진 1볼넷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몰리나와 주먹을 맞댄 오승환은 더그아웃에 들어오면서 감독, 코치, 그리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 중 가장 먼저 오승환을 맞이한 웨인라이트. 그 역시 오승환의 투구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커쇼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오승환의 투구를 말로 칭찬했지만, 웨인라이트는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맨 앞으로 가서 오승환을 맞이했던 웨인라이트는 오승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결국, 다시 오승환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냅니다. 왜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느닷없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합니다. 처음엔 가볍게 묵례만 하는가 싶더니, 점점 허리를 굽히고, 굽히고, 굽혀서 바닥까지 고개를 조아립니다. 오승환을 향해 4~5차례 허리 굽혀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존경합니다. 보스.”

웨인라이트의 행동을 본 기자가 사진을 찍다가 웃음을 보이자, 기자를 향해 서도 한 마디 건넵니다. “쩔어”. 그리고 “진짜 파이널보스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파이널보스다. 존경한다.”며 그의 투구를 칭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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