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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모의 Respect] 손흥민의 2016/17 시즌은 '역전 드라마'다

조회수 2017. 5. 22. 09: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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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설'로 시작된 손흥민의 2016/17시즌.
적응과 부상에 고생했던 첫번째 시즌, '안 될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선 딛고 9월 이달의 선수 수상.
본인이 잘하고 있는 와중에도 팀 전술에 의해 출전할 수 없었던 시즌 중반.
그 모든 것 이겨내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정 받는 공격수로 우뚝 서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거의 내보낼 뻔 했으나, 이제는 손흥민이 토트넘의 영광을 위한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됐다는 이번 시즌 중간에 나왔던 런던이브닝스탠다드의 기사 내용. 어쩌면 이 기사 제목이 손흥민의 이번 시즌을 가장 잘 요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8월 말, 토트넘 진출 후 맞는 손흥민의 두 번째 시즌을 기대하고 있던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독일의 볼프스부르크가 손흥민의 영입을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소식을 처음 듣고 거의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2015/16시즌 손흥민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던 사람으로서, 또 새 시즌 손흥민을 위주로 취재계획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사람으로서 만약 그 일이 현실이 된다면 나에게도 아주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리 없다'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에 뒤늦게 밝혀진 것이지만, 당시 그에 대한 영입제안은 실제로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 포체티노 감독은 기자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내가 손흥민에게 넌 내 계획에 있다"고 말하며 직접 손흥민을 붙잡았다고 밝혔지만, 토트넘에 이적해서 이제 겨우 한 시즌을 뛰었을 뿐인 손흥민 본인에게나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그 이적설 전후의 상황은 분명히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본 기자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본인이 사우스햄튼 감독 시절부터 손흥민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영입제안이 왔을 때 직접 '넌 내 계획에 있다'고 말해 손흥민을 붙잡았다고 밝힌 포체티노 감독.(사진출처=스포츠서울) 

그렇게 시작된 2016/17시즌, 손흥민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채 마무리됐던 첫 시즌의 모습이나 이적시장 막판에 불거졌던 이적설에 대해 마치 보란듯 '실력으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사실상 새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중순에 시작되는 8월이 아니라) 9월에 첫 선발 출전했던 스토크 시티전에서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그 달에만 4골 1어시스트의 맹활약을 보여주며 당당히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9월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당시의 손흥민(사진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홈페이지) 

단순히 상을 받은 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 9월, 그가 보여준 모습은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순간에는 '월드클래스'라는 말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준의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말하는 '월드클래스'라는 수준의 선수들의 모습이라는 것이 곧 손흥민이 9월에 보여준 모습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선수들을 일컫는 것과 진배 없기 때문이다.

8월 말의 이적설에서, 9월 '이달의 선수상' 수상까지, 단 한 달만에 손흥민이라는 선수에 대한 영국 혹은 유럽의 평가가 단숨에 달라졌다. '프리미어리그에선 안 통할 것'이라는 비판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즌이 진행되고 손흥민의 공격포인트가 점점 줄어드는 기색이 보이던 무렵, 그의 소속팀 토트넘에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리그 우승팀 콘테 감독이 꺼내들면서 거의 프리미어리그에 '유행'시키다시피 한 3백 시스템을 포체티노 감독 역시 채용하면서 토트넘이라는 팀 자체가 '윙어'가 필요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분명히 물 오른 시즌을 보내고 있던 선수가,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닌 팀의 전술상의 이유로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 손흥민 본인도, 그를 지켜보는 팬들도 답답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에 대한 영국 정론지 가디언의 기사 

그러나 그 위기에서 손흥민은 또 한 번 위기를 실력으로 극복했다. FA컵 위컴, 밀월전에서만 도합 다섯골을 터뜨리며 필요할 때 '한 방'을 터뜨리는 능력을 보여준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포 케인이 부상으로 빠지고 기존에 손흥민의 포지션 경쟁자인 라멜라 역시 부상으로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한 상황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며 서서히 영국 언론으로부터 '토트넘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가온 4월, 손흥민은 4월 1일 번리 전에서의 골을 시작으로 다시 한 번 지난해 9월에 보여줬던 절정의 기량을 뽐내며 이번 시즌에만 두 번째로 '이 달의 선수'상을 또 한 번 수상했다.

그 사이, 첼시와의 FA컵 준결승전에서 윙백으로 출전했다가 상대 선수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도리어 영국 언론에서 손흥민을 지적하기보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적인 실책을 지적했던 모습은 손흥민이라는 선수의 가치가 영국에서 얼마나 올라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기자가 다음 칼럼을 통해 소개한 적 있는 BBC의 수석기자 필 맥널티 역시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을 왜 윙백으로 쓴 것이냐"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시즌 중간 중간에 있었던 어려운 상황을 모두 실력으로 극복해낸 손흥민은 5월 18일 열린 레스터 시티 전에서 31년 동안 차범근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며 본인의 능력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손흥민이 연출하고, 한국의 모든 축구팬들이 이번 시즌 목격한 그의 행보는 이적설로 불안하게 한 시즌을 시작한 선수에게 있어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말 그대로 하나의 멋진 '역전 드라마'였다.

2015년 9월 20일, 크리스탈 팰리스 전에서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넣은 직후 만났던 손흥민.(사진출처=스포츠서울) 
지난 5월 18일, 레스터 전에서 차범근의 기록을 깨며 최다골 신기록을 세운 직후 만났던 손흥민. (사진출처=골닷컴)
2016/17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헐 시티 원정 경기 직후 만난 손흥민.(사진출처=골닷컴) 

* 두 시즌간 손흥민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분명히 어느 한 시점에는 실망에 가까운 반응이 더 많았던 손흥민의 2015/16시즌과 '월드클래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성장한 손흥민의 2016/17시즌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내가 처음 다음 칼럼에 썼던 그 칼럼의 제목과 한 대목이 떠오른다.

그 칼럼의 제목은 '손흥민은 우리의 생각보다 강합니다'였고 그 칼럼에서 나는 "손흥민은 위기마다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가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썼다.

그 두마디는 손흥민이라는 선수 개인이나 그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하고 싶어서 했던 말이 아닌, 적어도 두 시즌 그의 경기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믿음과 확신을 갖고 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말을 현실에서 멋지게 이뤄내줬다.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전에 선수와 기자가 만나서 인터뷰를 갖는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늘 자신감과 겸손함이 공존하는 말투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한다.

그는 2016/17시즌의 마지막 경기였던 헐 시티 원정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도 본인의 이번 시즌에 대해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부족한 것도 많은 시즌이었다"며 "나는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며 앞으로 더 발전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인터뷰를 마친 후, 한 시즌 전체를 마무리하는 분위기 속에 손흥민은 그 현장에 있던 한국 취재진에게 '제 경기를 찾아와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몇차례나 반복했고 그 말을 듣는 취재진도 고맙다는 말로 화답했다.

손흥민의 두 번째 시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손흥민 덕분에 나를 비롯한 한국의 취재진들 역시 잉글랜드와 유럽 곳곳의 취재현장을 누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더 나아가서 한국의 축구팬들 역시 프리미어리그의 한 중심에 있는 손흥민이라는, 위기를 극복해나가며 점점 더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를 통해 그 여정을 함께하며 역시 발전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손흥민의 2016/17시즌은 '역전 드라마'였다. 참으로 멋진 드라마를 썼다.

1년 전 이맘때쯤에 비해 훨씬 더 성장한 그가 다음 시즌에도 그 드라마를 계속해서 이어가주길 기대한다. 그래서 그를 취재하는 한국의 취재진도,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한국의 축구팬들도 모두 함께 즐거운 여정을 함께해나갈 수 있도록.


* 손흥민이 한국 축구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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