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의 빌드업6] 대한민국 U-20, 누가 누가 잘했고 무엇을 잘했나

조회수 2017. 5. 21. 10: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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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분석업체 '팀트웰브'와 함께 한 경기 분석

A조 3팀이 모두 16일 입국한 것을 고려했을 때 가장 유리한 경기이며 반드시 잡아내야 했던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 U-20 대표팀이 3-0 완승을 거뒀다.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83년 4강 이상의 성적이 가능한 전력이라 생각하기에 가장 껄끄러운 경기였던 첫 산을 잘 넘어선 셈이다. (항상 청소년 국제대회에서의 아프리카 팀은 이변을 일으키는 다크호스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전문 분석업체 ‘팀트웰브’의 통계와 함께 누가, 무엇을 잘했는지 분석해보자.

 

1. 신태용호의 색깔.

팀에 색깔이 있을 때, 실수의 배경에 ‘의도’가 있을 때 당장 지더라도 감독은 앞을 볼 수 있다. 최근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전문가들의 질타는 부진한 경기력 그 자체보다는 어떤 미래를 지향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오늘 신태용 감독은 U-20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고민한 흔적과 전략을 보여주었다.

 

볼 소유와 후방 빌드업.

오늘 송범근 골키퍼는 대부분의 골킥, 프리킥 찬스에서 어쩔 수 없던 상황을 제외하고는 모두 롱킥보다는 숏패스 빌드업을 선택했다.

전반 21분 후방 빌드업 상황 (SBS 중계화면)

1) 중앙수비가 확실히 벌려주어 골키퍼에게 빌드업 패스 선택지 제공

2) 나머지 CB 골키퍼 의도(시선) 확인 즉시 반대쪽으로 벌려주며,

3) 그 사이로 미드필더(이승모)가 내려와 빌드업 가담, 풀백을 위쪽으로 전진시킨 채 전개를 가능하게 함. 

위와 같이 볼 소유 시간을 늘리고 후방 빌드업 카드를 꺼냄과 동시에 한국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노렸는데 이는;

a. 상대를 끌어들인 후 공격 시 기니 팀의 약점; 공격지역에서 수비지역으로 전환될 때 수비가담 조직력과 타이밍이 떨어져 간격이 벌어지고 공간이 노출된다는 점 극대화

b. 스피드와 힘 등, 피지컬이 강한 상대와의 부담스러운 1:1 경합&대결 횟수를 최대한 컨트롤

c. 전방 압박하는 상대 빠른 공격수의 체력을 소진시켜 후반 늦은 시간대 유리한 운영 준비

와 같다. 수비수들의 약속된 빌드업 플레이에 맞춰서 미드필더 자원들은 상대 선수를 달고 또는 상대를 순간적으로 떨쳐놓고 번갈아 내려왔다. 이를 통해 중원에서도 볼 소유를 연장 함과 동시에 단계적으로 상대를 끌어들여 수비 뒷공간을 한번에 공략하는 롱패스의 성공률도 높이려 했다.

중앙 지역으로의 전개 (SBS 중계화면) 

위 장면에서는

1)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움직여 상대 시선을 끌어들여

2) 생겨난 공간으로 다음 움직임 가져가며 공간확보, 볼 소유 유지

를 볼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한국은 이와 같은 뒤쪽에서부터의 숏패스 단순연결을 통해 차근차근 만들어 올라가는 형태의 공격 전개가 모든 패턴 중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전체의 39.5%), 이는 다가올 경기에서도 요긴하게 사용 될 때가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 패스 영역 : 수비지역과 측면지역에서 가장 많은 패스연결 (팀트웰브 제공)

2. 아쉬웠던 점

다양한 패턴을 가져간 한국의 공격 (팀트웰브 제공)

상대 위험지역까지 볼을 운반시킨 공격 플레이에서 한국은 굉장히 다양한 패턴을 두루 사용했다. 특히 측면보다 상대 박스 앞 정면 공간(핵심 공간)에서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한국의 전체 공격 횟수 중 위협적인 슈팅까지 연결된 플레이의 비율은 6%에 그쳤는데 보통 수준 높은 팀들의 위험슈팅 연결 비율이 10% 선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발전의 여지가 있다. 물론 첫 실전이라는 것을 감안해야겠으나 앞으로 상대할 팀들의 수준이 더 높으므로 남은 경기에서는 모든 패턴의 공격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보다는 한 두가지 패턴에 더욱 집중하는 상대 맞춤형 패턴에 집중함으로써 완성도 향상을 노릴 수 있다.


3. 걱정했던 수비

이번 대표팀은 공격에 있어서는 역대급이나 수비가 불안다는 평이 많았다. 

측면 비중 높은 기니 공격패턴 (팀트웰브 제공) 

기니는 20번 케이타 선수와 같이 개인기술과 피지컬이 우세한 선수들을 앞세워 측면을 주로 공략했는데 한국의 주전 풀백 이유현 선수 등이 1:1 대결에서 더러 당황하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때마다 한국이 선택한 것은 ‘협력’이었다. 협력수비와 조직적인 역할분담으로 상대를 덜 위험한 공간으로 몰아가서 압박하는, 상대 개인은 잘하게 두더라도 상대 팀은 잘하지 못하게 수비하는 방식을 철처히 고수하며 사실상 위협적인 슈팅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한국팀의 전체 수비 ‘허용률’은 1% 였다. 상대 전체 공격 횟수 중 성공적이라고 꼽을 수 있는 장면이 1%에 불과했다는 뜻으로 보통 승리팀의 수비 허용률이 5% 내외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4. 공격 빌드업 기여 순위

한국 공격 기여 순위 TOP 5 (팀트웰브 제공)

전문 분석업체 ‘팀트웰브’는 모든 공격시도를 득점에 얼마나 가까웠냐를 기준으로 4가지 단계로 나누는데 이승우와 백승호는 도합 9번의 ‘공격전개’에 기여하며 역시나 중심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두 선수는 현재 개인 경기감각도 100%가 아니지만 동료들과의 조직력 역시 향후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승모는 한 차례 득점에 가까운 장면 포함 매우 좋은 박스투박스 움직임을 보여줬으며 다음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선발출전 한다면 좀 더 수비에 특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중앙수비 정태욱이 위험한 슈팅 장면에 2차례나 직접 기여하며 이 부문 이승우와 같은 기여도를 보인 것은 역시나 신태용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유기적인 포지션 이동(로밍)과 수비와 공격의 유동적인 밸런스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5. 임민혁

해외파보다 더 스페인스럽게 공을 차는 임민혁 (KFA 홈)

교체 투입 후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좋은 경기를 치른 임민혁 선수는 이번 대표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선수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전까지 봤던 한국 선수들과는 다른식으로 볼을 차기 때문이다. 가끔씩 바르싸 듀오보다 더 스페인스럽게 볼을 차는 이 선수가 얼마나 성장하는 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회의 즐거움이 아닌가 한다. 수비적인 미드필더진의 기여가 필요한 남은 경기에 전술적인 이유로 매 경기 선발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변수다.

 

오늘 신태용 호는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지향하는 지 볼 수 있었던 것이 3-0이라는 스코어보다 더 기분좋지 않았나 한다. 남은 경기들에서도 대표팀의 건투를 빈다. 다음 아르헨티나 그리고 잉글랜드와의 경기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경기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의 축구팬으로서, 승패를 떠나 한국축구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전을 신태용 감독이 보여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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