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메이저리그로 복귀해 19일 시즌 2승째를 거둔 류현진은 KBO리그에 갓 데뷔한 2006년과 마지막해인 2012년, 무려 200개가 넘는 탈삼진을 솎아내며 리그의 다른 투수들을 압도하는 삼진 능력을 뽐냈다.
그런데 사실 2000년대 이후 KBO리그의 탈삼진 빈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9이닝 당 탈삼진 개수(K/9)로 비교해 보면 1980년대 3~4개 수준에서 1990년대에는 4~6개로 그리고 2000년 이후에는 6~8개까지 크게 증가했다.
시즌별 득점 환경의 변화와 관계없이 삼진 증가 추세는 지속됐다. 이는 투수들의 전반적인 구속 증가, 구종의 다양화 그리고 타자들의 성향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일 것이다.
프로 원년(1982) 이후 올 시즌까지 연도별 리그의 타석당 탈삼진 비율(K%)의 변화 추이는 다음과 같다.
프로 초창기인 90년대 이전에는 타석당 탈삼진 비율이 10% 안팎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0년대 이후로는 17~18%를 오가고 있다. 삼진 비율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단일 시즌 200 탈삼진이더라도 최근의 기록과 8~90년대 기록이 갖는 가치는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당시만 해도 리그 평균 탈삼진 비율이 현격히 낮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대 투수들의 탈삼진 능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기 위해서는 리그 평균 삼진율을 고려한 "조정 탈삼진율(K%+)" 스탯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지표의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 K%+ (조정탈삼진%) = ( 투수 K% / 리그 K% ) x 100
리그 평균 수준을 고려했고 투수의 탈삼진 능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9이닝당 삼진 개수(K/9)가 아닌 타석 당 삼진 비율(K%=K/PA)을 활용했다.
수식의 정의에 의해, 탈삼진 능력이 리그 평균인 투수는 K%+ 100을 기록한다. 이 지표를 바탕으로 역대 투수(1982~2016시즌)들 중 조정 탈삼진율(K%+) 상위 20걸을 확인해보자.( *단일시즌 600타석 이상의 투수를 대상으로 함)
# KBO 역대 조정 탈삼진율(K%+) 상위 20걸
상위 20위의 시즌 중, 선동열(6회)과 최동원(4회)이 무려 10번이나 랭크되었다. 특히 선동열은 상위 1위부터 6위까지의 순위를 모두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과시했다.
* 선동열의 연도별 탈삼진 기록
선동열은 200 이상의 조정탈삼진%를 기록한 유일한 투수이며, 1988년엔 무려 300의 역대 최고 K%+를 기록했다. 그 해 리그 평균적인 투수보다 약 3배 더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보인 것이다(물론 구원투수로 등판한 경기가 더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총 31경기 중 12선발, 19구원)
# 선동열 9타자 연속 탈삼진 영상
한편, 2000년대 이후 투수가 20위 안에 든 것은 류현진의 2006(164.9)년과 2012년(173.8) , 그리고 밴덴헐크의 2014시즌(173.3) 세 차례 뿐이다.
이중 류현진은 최동원(2회)-선동열(3회)에 이어 유일하게 단일시즌 200탈삼진을 2회 이상 기록한 투수이다. 2001년(SK 에르난데서 215K) 이후 200K 이상을 잡아낸 투수 역시 그 뿐이다.
* 류현진의 연도별 탈삼진 기록
그렇다면 올시즌은 어떨까? 5월 19일까지 높은 조정 탈삼진율을 기록 중인 투수들은 아래와 같다. (규정이닝 달성 투수 기준)
SK 외국인 에이스 켈리는 145.1의 K%+로 KBO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보이고 있다. 역대급은 아니지만 리그 평균적인 투수보다 45.1% 더 뛰어난 것이다. 위 투수들의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듯 'K%+'가 120 이상만 되더라도 리그 정상급이다.
리그의 삼진 개수가 더욱 증가하고 투수들의 실력이 점차 상향 평준화 되는 와중에, 과연 160 이상의 역대급 K%+을 기록하는 투수가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타고투저가 완화된 올시즌 주목해 볼 대목이다.
#2017시즌 가장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보이는 SK 켈리 8이닝 11K 영상
[기록 출처 및 참고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suxis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