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토리] 최원태, 유망주가 에이스가 되는 조건

조회수 2017. 5. 17. 10:20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넥센 최원태는 2015년 드래프트 1지명이고 소속팀 역대 최고액인 신인계약금 3억5천만원을 받았다. 애지중지 유망주가 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제 만20살이다. 한참은 더 숙성되어야 전력이 되는게 보통이다.

지난해 17경기에 나와 61이닝 ERA7.23으로 난타당한 것도 새삼스럽지 않다.  유망주란 원래 그렇다.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정을 겪는다고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상당수는 한때의 유망주인 채로 사라진다.  

그런데 그의 올해 성적은 유망주라 하기엔 좀 굉장하다.  56이닝 ERA3.21이다. 8경기 선발등판 평균 7.0이닝을 소화한 이닝이터다.  팀의 에이스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무엇이 이런 급성장을 만들었을까.

올 시즌 유독 각성모드의 영건이 많다.  93년생 임기영(46.1이닝 ERA1.94), 91년생 고영표(44.1이닝 ERA3.25), 92년생 임찬규(33.2이닝 ERA1.34)가 그렇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커리어 성적과 비교했을 때 볼넷허용의 극적 감소다. 고영표는 9이닝당 볼넷 3.04개에서 1.42개로, 임찬규는 6.13개에서 2.67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최원태도 그렇다. 지난해 3.39개에서 올해 1.29개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이 이들에게만 넓어진 것은 아니다. 투수들의 스탯이 전체적으로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모두 상위선발급 투수로 변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만의 그리고 최원태만의 특별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결정구를 가진 투수

결정구란 결국 삼진피치다. 투수가 일단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하게 되면 끌려다니지 않고 타자를 몰아붙일 수 있는 무기다. 결정적 위기상황을 돌발변수 없이 아웃카운트로 바꾸는 힘이다.  타자를 압박해서 조급하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이다.  그래서 해당 구종의 헛스윙비율이 결정구의 지표가 된다.

2016년 KBO리그 800구(약 50이닝) 이상의 투구기록이 있는 투수 중

1) 젊은 (1990년 이후 출생)

2) 충분히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구종비율 20%이상)

3) 타자의 배트를 재낄만한 힘이 있는 (헛스윙비율 30%이상)
이렇게 세가지 조건에 만족하는 구종을 가진 투수는 총 15명이다. (2구종을 가진 투수도 있다)

2016년 KBO리그 1990년생 이전 투수의 구종|사용비율|헛스윙비율

지난해 등판기록이 있는 1990년생 이후 투수의 숫자가 138명인 것과 비교하면 15명은 작은 숫자다. 이들 중 이미 각 팀의 마무리급이된 김재윤, 심창민, 임정우를 빼면 12명이고 선발투수로 충분한 경력을 가진 이재학도 빼면 11명이다.  이들은 아직 유망주에 머물러있지만 타자를 언제라도 삼진피치로 써먹을 결정구 하나 이상을 가진 투수들다. 올 시즌 선발로테이션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임찬규, 고영표, 최원태의 이름은 모두 여기에 들어있다.

최원태는 16년  1071개의 투구 중 20.9%의 비율로 체인지업을 사용했고 여기서 33.3%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올해는 비중이  늘어 26.9%가 되었고 헛스윙비율도 39.0%로 더 좋아졌다.


성장 그리고 신무기의 개발

쓸만한 결정구가 좋은 투수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특히 결정구가 변화구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155kmh짜리 속구와 달리 커브 같은 변화구는 타자에게 읽히거나 제구가 완벽하지 못하면 불리한 볼카운트를 자처하는 독이 된다.  볼넷으로 주자가 쌓이거나 가운데 승부를 하다 크게 맞는다.

지난해 드디어 리그 대표급 마무리투수가 된 임정우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커브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 이 커브를 효과적으로 써먹으려면 타자를 2스트라이크에 몰아넣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16년에 달라진 것은 결정구 이전에 카운트를 잡아가는 방법이었다.

속구 평균구속이 15년 140.9kmh에서 16년 143.9kmh로 +3kmh 빨라졌다.  또 슬라이더 제구가 향상되었다. 더 쉽게 2S를 잡아내자 드디어 그의 3000RPM짜리 하이스핀커브가 승부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최원태는 속구구속이 16년 142.3kmh 17년 142.6kmh로 거의 같다. 속구 헛스윙 비율도 13.7%에서 8.7%로 오히려 낮아졌다. 12% 비중으로 사용하던 슬라이더가 3.2%로 줄면서 구종도 단순해졌다.

그의 새로운 무기는 투심패스트볼이다. 원래 커터성 포심패스트볼을 주로 던지던 그는 올해 들어 속구 중 70% 정도를 투심으로 던진다.

투심은 단순하게 정의되기 어려운 공이다. 두가지 성질을 함께 갖고 있는데 하나는 타자 앞에서 가라앉는 움직임이고 다른 하나는 우투수가 던졌을때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다. 잡는 그립이나 던질 때 공에 힘을 주는 밸런스에 따라 둘 중 어떤 움직임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지 결정된다.

KBO리그 투수들은 투심을 던질 때 가라앉는 움직임보다 같은 손 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더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에서 빗맞은 타구(weak contact)을 유도하기 위한 변형패스트볼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KBO리그에서는 움직임이 클수록 좋은 변화구의 일종으로 이해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최원태가 올해 던지는 투심은 빠른 구속과 짦게 가라앉는 움직임을 가진 메이저리그 스타일에 가깝다.   그의 투심패스트볼의 회전수는 2000RPM 정도로 포심패스트볼 2300RPM보다 낮다.  이렇게 억제된 회전수가 가라앉는 움직임을 만든다.  한가지 특징이 더 있는데 빠른 구속이다.

올해 50개 이상의 투심패스트볼을 던진 투수 중 최원태의 평균구속 141.9kmh는 6위에 해당한다. 1위 원종현은 사이드암에 가까운 팔각도를 가졌고 그 다음이 켈리, 돈로치, 오간도, 맨쉽이다.  그렇다면 4명의 외국인투수를 제외하면 정통 오버핸드 투수 중에서 최원태가 가장 빠른 투심을 던진다.


인플레이 타구에 대한 통제

하지만 투심을 던지는 것만으로 성적이 좋아질 수는 없다. 최원태 속구에 대한 헛스윙비율은 작년에 비해 올해 오히려 낮아졌다.  타자가 공을 배트에 맞췄을 때 파울이 되지 않고 페어그라운드로 들어간 비율 역시 작년의 포심이 55.0%였는데 올해의 투심은 59.3%로 높아졌다.

이것만 놓고보면 타자들은 그의 공을 더 정확히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 땅볼이 늘었다. 지난해 땅볼-뜬공비율(GO/FO) 는 0.94 였는데 올해는 1.36 으로 땅볼 비중이 많이 높아졌다.  땅볼유도는 장타억제에 효과적이다. 땅볼타구가 외야수 사이를 뚫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펜스를 넘어가는 일은 절대 없다.  가라앉는 움직임의 투심이 타자의 배트를 재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많은 인플레이 타구로 연결되었지만 그럼에도 투수에게 유리한 결과가 만들어지는 이유다.

최원태의 17년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은 0.261로 리그평균보다 휠씬 낮고 또 16년 자신의 0.388 보다는 더 많이 낮다.  따라서 그의 성적 중 어느만큼은 행운이나 수비의 도움 덕택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것이 볼카운트 싸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6년 최원태가 타자를 상대하며 인플레이 타구를 맞았을 때  3B 이후 승부였던 경우가 10.8%였다.  17년에는 4.9%로 작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대신 2S 이후 승부에서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한 비율은 32.8%에서 40.8%로 늘었다.  이것은 그가 더 유리한 볼카운트 상황에서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투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타격이 일어날 경우 BABIP이 억제된다.  

풀카운트를 제외한 3B승부(3-0, 3-1) 일 때  BABIP은 .362다. (KBO리그 2010-2016)  2S승부(0-2,1-2,2-2,3-2) 일 때 BABIP은 .319 이다.   투수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타자를 상대하면  4푼3리 정도의 BABIP 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컨데 17년의 최원태는 땅볼유도로 장타를 억제하고 유리한 볼카운트 승부로 BABIP을 억제하고 있다.

그의 피칭플랜은 제구가 용이한 투심으로 카운트를 잡아가는 것에서 출발한다.   대신 30% 이상의 헛스윙비율을 기록하는 체인지업이 항상 준비되어 있고 비중을 줄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타자를 더 혼란시키는 슬라이더도 있다.  만약 타자가 승부를 서두른다면 빗맞는 땅볼유도에 최적화된 투심의 효과가 배가된다.  이것이 기존에 가졌던 승부구 체인지업과 새로운 무기 투심이 더해져 완성된 컴비네이션이다. 

(최원태의 새로운 무기 투심패스트볼/ 2017년 5월 3일 vs KIA)


 기회를 받은 모든 유망주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는 유망주는 애당초 성장할 방법이 없다.  17년 젊은 투수들의 성공에는 스트라이크존이라는 외적 환경의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성공이 폄훼될 이유는 없다.  스트라이크존은 모든 투수에게 넓어졌지만 그들 모두가 똑같은 결과를 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준비된 유망주가 기회를 살리듯 더 준비된 투수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성과를 낸다.

3년 동안의 지독한 타고가 있었다.  그러는 중에 여러 명의 젊은 타자들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들 역시 같았다.  모든 타자에게 같은 유리함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타자가 다 성공을 만들지는 못했다.    더 준비된 이들이 먼저 기회를 잡았다.  기회를 통해 자신을 증명한 타자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더 많은 기회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켰다.  그들 대부분은 타고가 끝나고 투고의 조짐이 보이는 올 시즌에도 여전히 좋은 타자로 남아있다.  

이제 투수의 시대가 올 조짐이다. 누군가 기회를 살릴 것이고 누군가 기회를 통해 성장할 것이다. 최원태는 그 제일 앞줄에 서는데 우선 성공했다. 성공이 계속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20살이 젊은 투수에게 144경기 한시즌은 너무 길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에서 얻은 기회가 그를 더 성장시킬 것이라 믿는다. 리그의 영건들은 그렇게 에이스가 되어갈 것이다.

(8이닝 4피안타 1실점 최원태 하이라이트 / 2017년 5월 16일 vs 한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