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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MLB리포트] 야구 경기 시간은 과연 긴 것일까?

조회수 2017. 5. 16. 09: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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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팬들과 간접 시청자들의 다른 시각도 있지만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3시간 이하 시간이 이상적

MLB의 럽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과제 중의 하나가 경기 시간 단축입니다.

일부에서는 ‘너무 집착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경기 시간을 줄이는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특히 지난 2014년 사상 최초로 MLB 정규 이닝 평균 경기 시간이 3시간을 넘기자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원인과 해결책을 연구하는 등 경기 시간을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KBO리그 역시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스피드업’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이후 KBO리그는 한 번도 정규 이닝 경기 시간이 3시간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습니다. 2014년에는 3시간24분으로 최장 시간을 기록했고, 작년에도 3시간21분의 길고 긴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나마 올 시즌에는 3시간 12분으로 꽤 줄고 있습니다.

시간제한도 무승부도 없는 야구 고유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 미국 프로야구 AAA 포터켓과 로체스터의 경기는 33이닝 8시간25분의 혈투로 이어졌습니다. 1981년 4월 18일 시작된 이 경기는 19일까지 이어지다가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이 됐고 마지막 33회는 6월23일에 재개돼 포터켓이 3-2로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특별한 경기를 제외한 전체적인 경기 시간 단축은 대단히 중요한 MLB의 목표입니다. ⓒWikimedia Commons

개인적으로도 경기 시간 단축에는 적극 찬성하는 입장입니다만 때론 그런 질문을 받습니다. “경기 좀 오래 하는 게 뭐가 큰 문제입니까?” 라든지 혹은 “야구장에서 경기 오래 보면 좋은데요”라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과연 3시간을 넘기는 야구 경기는 너무 오래하는 것일까요? 야구 경기 시간을 꼭 단축할 필요가 있을까요? 최근 ESPN.com에 소개된 기사가 있어 참조하면서 야구 경기 시간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사실 긴 경기 시간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돈을 내고 입장해서 오래 즐길 수 있다면 무슨 문제냐는 의견도 많습니다. 야구장 가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어서인데, 경기가 좀 오래 진행된다고 나쁠 게 없다는 팬들이 많습니다. 만약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게 큰 문제라면 작년에 800만 명 이상이 KBO리그 경기를 찾았고, 7300만 명 이상이 MLB 경기를 직관했으며, 4100만 명 이상이 마이너리그 경기를 현장에서 보려고 찾았을 리가 없다는, 눈에 확 띄는 증거마저 있습니다.

그런데 관점에 따라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ESPN에서 사설 기관에 의뢰해 받은 연구 조사에 따르면 경기장을 찾는 팬들과 TV나 컴퓨터, 핸드폰 등을 통해 야구를 보는 팬들 사이에는 의견이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직접 야구장을 찾는 팬 중에 42%가 야구 경기 시간이 그 정도면 준수하다는 답을 한 반면에 TV로 야구를 보는 팬은 32%만이 현재 경기 시간이 적당하다고 답했고, 모바일이나 다른 기구로 야구를 보는 팬은 30%만이 현재 경기 시간이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역으로 분석하면 모바일 기기로 야구를 보는 팬은 56%가 경기 시간이 너무 길다고 답했고, TV 시청자 팬의 52%가 경기 시간이 길다고 답한 반면에 경기장을 찾은 팬은 43.6%만이 경기 시간이 길다고 답한 것입니다.

결국 경기장을 찾는 팬에게는 경기 시간이 조금 길어진다고 해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사실 경기 시작 두어 시간 전부터 야구장에 나오는 팬들도 많습니다. 경기가 끝나고도 선수들을 보기 위해 떠나지 않고 기다리는 팬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경기 시간이 10분, 20분 줄어든다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현장의 팬들이 많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직관하는 팬보다는 TV나 모바일 기기로 야구를 보는 팬들이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1년에 10경기 야구장을 가는 팬이 있다면, 그는 홈경기의 60-70경기 정도는 직접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MLB는 홈 81경기, KBO는 72경기) 이런 저런 이유로 야구를 못 보는 날들이 있지만 열성팬이라면 약 30-50경기 정도를 TV 등을 통해 간접 관전한다는 뜻입니다. 훨씬 많은 팬들이 간접 시청을 하고있고, 그 팬들의 불만이 쌓여간다면 그건 장기적으로 큰 문제점으로 대두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팬들은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되는데, 바로 광고입니다. 야구는 꼬박꼬박 이닝 교체가 있어서 그 어떤 종목보다 광고를 내보내기 좋은 환경입니다. 풋볼이나 농구, 축구 등은 타임아웃이 있어야 광고를 내보낼 수 있지만, 야구는 이닝이 바뀔 때마다 17번의 정해진 브레이크 타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광고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시청자 팬들의 불만은 분명히 있습니다. 코치의 마운드 방문, 잦은 투수 교체, 투수와 타자의 불필요한 시간 끌기, 비디오 판독 등까지 어우러져 시간이 점점 늘어지는 현상은 분명히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 팬들은 경기 시간 단축에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전체적으로 58%가 경기 시간 단축에 찬성표를 던졌고, 13%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답을 했으며 29%가 경기 시간 단축이 야구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특히 17-36세 젊은 층은 67%가 경기 시간 단축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 중에 74%는 경기 시간이 줄면 야구를 더 많이 볼 것이라는 답도 했습니다. 젊은 야구팬이 점점 줄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만큼 야구계가 주목할 부분임은 분명합니다. 

지난 수년간 MLB와 KBO리그의 정규 이닝 평균 경기 시간


그런데  우리 야구팬들에게 받은 직접 결과도 눈길을 끕니다.

지난 주말 동안 개인 SNS를 통해 팬들에게 질문을 던진 결과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SNS는 사이트에 따라 약간의 성향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야구팬들의 답은 비율이 거의 같았습니다.

240분이 답을 주신 TW사이트의 결과는 46%가 ‘경기 결과에는 개의치 않는다.’에 답을 주셨습니다. ‘경기 진행이 느리다’에 22%, ‘경기 시간이 길지 않다’에 19%, ‘경기 시간이 길다’는 놀랍게도 13%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21개의 댓글이 달린 FB사이트도 경기 시간이 길다와 길지 않다가 12:11로 거의 같았던 반면에 ‘개의치 않는다’가 5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경기 진행이 느리다’에 17명이 표를 던졌습니다. 44개의 댓글이 달린 TL사이트에는 역시 개의치 않는다는 표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리고 댓글 중에는 ‘경기 내용이 좋으면 시간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꽤 많았습니다.

반면 투수의 긴 인터벌, 심판의 판정, 비디오 판독, 몰입도, 경기의 질 등 지적하는 구체적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너무 시간 단축에 신경 쓰다가 야구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야구의 고유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의견은 아주 적었지만 그로 인해 야구의 본질을 잃게 되는 변화(예를 들어 고의 볼넷을 신호로 대처하는 MLB의 결정 같은)는 절대 반대하는 분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국내 야구팬 중에 의외로 야구 전통주의자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기 시간 단축은 보다 다양하고 많은 팬의 확보와 야구의 미래의 인기도와도 직결된다고 MLB 사무국은 굳게 믿고 있습니다.

스포츠 사회학자들 역시 팬들의 귀가 편의, 어린 팬들의 취침 시간, 에너지 절약, 경기장 인근 경제활동 활성화 등 경기 시간 단축의 긍정적인 효과가 대단히 크다는 것을 강조한지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경기 시간 단축이 캠페인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현장의 인식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도 이미 증명되고 있습니다.

경기 시간에 신경을 쓰면서 야구 경기를 관찰하다보면 여전히 불필요하게 허비되는 시간이 꽤 된다는 것도 이내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KBO리그 역시 3시간 안팎으로 경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적절히 운영되면 시간 단축은 경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일 수도 있습니다.

합리적인 한도 내에서 경기 시간 단축의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Wikipedia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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