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토트넘 118년 역사의 피날레 현장

조회수 2017. 5. 15.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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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그리고 118년.. 굿바이 화이트하트레인

12일 대한민국 축구 팬들에게 기쁜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쏘니, 쏜샤인’ 손흥민 선수의 4월의 선수상 수상 소식이었습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한 시즌에 두번 이 달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것입니다. 손흥민 선수가 영광을 누릴 수 있고 팬들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토트넘이라는 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손흥민 선수도 “함께 한 스탭들과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영광을 안겨준 팀 토트넘, 그 팀의 118년 역사의 홈구장이자 안식처였던 화이트하트레인이 이제 마지막으로 그들과 함께 합니다. 오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마지막 홈경기를 끝으로…

화이트하트레인, 118년 역사의 마지막 경기 시작전 모습

팬들을 비롯해 선수들과 스탭들 모두 아쉬움과 서운함도 있겠지만 화이트하트레인에서의 마지막 북런던 더비와 마지막 홈경기를 잘 마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기에  행복한 마음으로 2년 뒤에 들어갈 더 좋은 모습의 새로운 안식처를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을 것입니다.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마지막 북런던 더비

화이트하트레인에서의 마지막 경기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지난 4월 30일 토트넘이 홈구장인 화이트하트레인에서는 역사적인 경기(나름 의미가 있는 경기)가 열렸습니다. 오랜 기간 북런던의 라이벌이었던 토트넘과 아스널의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경기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대로 2대0으로 홈팀인 토트넘이 승리를 거두면서 화이트하트레인에서 귀중하고 의미 있는 마지막 북런던 더비를 장식했습니다. 또한 22년 만에 리그에서 아스널보다 위에 순위로 리그를 마치는 기록을 세웠고요. 이런 역사적인 경기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손흥민선수는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최고의 활약을 보였습니다. 언론이나 팬들도 그의 활약을 극찬했습니다.

경기중에 교체되어 나오는 손흥민선수

경기중에는 인상적인 응원이 들렸습니다. “Arsen Wenger, We want you to stay.”(아르센 벵거, 우리는 당신이 남기를 원해요) 벵거감독이 남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내용이 왜 인상적이냐구요?’ 그것은 바로 토트넘팬들이 부르는 노래였으니까요. 벵거감독과 아스널을 향해 조소를 던지는 내용이었으니까요. 아스널 팬들은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지…

토트넘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스널팬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되었겠지만요. 경기장에서 만난 토트넘팬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곳이 곧 사라진다는 것이 아쉬워요.그래도 구장이 더 좋아지고 구단이 더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니까 괜찮아요.”- 빌 에이든(43)씨

“22년 만에 아스널 보다 높은 순위에 올랐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지금은 우리 팀이 더 강하기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계속 잘 할 것입니다.” –매튜 제닝스(46)씨

북런던더비 후에 소감을 말하는 에이든씨

그들은 22년 만에 북런던의 맹주를 차지한 사실이 기쁘게 다가옵니다. 화이트하트레인을 떠난다는 아쉬움보다는…


22년만에 북런던의 맹주자리를 빼앗긴 아스널팬들

5월 7일 에미레이츠스타디움을 방문했습니다. 아스널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챔피언스리그진출권을 위해 양팀에게 중요한 경기였기에 흥미로울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리뉴감독이 유로파리그에 집중하기 위해 최고의 스쿼드를 꾸리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역시나 무리뉴 감독은 유로파리그 우승에 힘을 쏟는 선수와 경기운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관심사는 경기내용도 있지만, 바로 지난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궁금했던 아스널팬들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경기전에 여러 명의 팬들을 만났습니다. 팬들의 반응이 다양했습니다. 화를 내는 팬도 있었고, 이야기하기 싫다며 대답을 회피하는 팬도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토트넘이 잘했습니다. 현재는 토트넘이 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이벌팀이지만 인정해야 합니다. 22년만에 토트넘보다 아래 순위인 것은 슬픈 일이지만 이번 한 번으로 끝냈으면 좋겠어요. 챔피언스리그도 진출하면 좋겠지만 힘들것 같아요. 그리고, 벵거감독은 훌륭한 감독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감독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디 (25)씨

화가 났었습니다. 우리가 토트넘보다 순위가 아래 있다는 사실에 실망스러웠어요. 다음 시즌부터는 우리가 다시 승리할 것입니다. 이제는 챔피언스리그에는 꼭 나갈 수 있도록 남은 경기를 잘 해야 합니다. 오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전부터 승리해야죠. 그리고 벵거감독을 좋아하지만 팀을 위해서는 이별할 때인 것 같아요.” – 주세프 하미드(23)씨

아스널 상징물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하미드씨

아디씨와 하미드씨는 화가나고 속상하지만 현재 토트넘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러면서도 다음 시즌부터는 토트넘에게 북런던맹주의 자리를 넘겨 주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벵거감독이 아닌 새로운 변화를 위해 새로운 감독을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팬들이… 다시금 아스널의 부흥을 위해… 토트넘의 팬들이 포체티노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 하며 팀을 강하게 만들거라는 확신과 바람과는 다르게…


118년의 흔적을 가슴에 담아야 하는 팬들

그리고 마침내, 화이트하트레인에서의 마지막 홈경기. 오늘도 역시 손흥민 선수의 활약과 득점에 대한 기대보다 경기외적인 부분에 흥미가 많았습니다. ‘팬들은 어떤 마음일까? 경기후에는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내심 기대를 안고 마지막홈경기가 열리는 화이트하트레인을 찾았습니다.

“느낌이 이상해요. 나는 시즌권만 50년동안 유지하고 있어요. 오늘따라 어려서 아버지 손을 잡고 이 곳에 오던 기억을 비롯해 수많은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지금은 아버지가 안계시지만 오늘은 내가 아들과 딸 그리고 손주들의 손을 잡고 이 곳에 왔어요. 그리고 우리는 우승을 놓쳤지만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선수들이 아직 젊기에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시즌은 행복합니다.” - 엘렌 허트슨(63세)씨

토트넘의 50년 팬인 허트슨씨

“오늘 마지막 경기에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표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서 아쉽게도 혼자 현장에 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영광스럽습니다. 이번 시즌은 성공적이지만 트로피가 없어서 아쉬워요. 다음 시즌에는 포체티노와 함께 트레블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쏘니와 함께 토트넘의 많은 응원부탁드립니다.” -존 피터스(35세)씨

“자랑스럽게 ‘나는 토트넘팬이다.’라고 세상에 외치고 싶을만큼 이 팀에 대한 자부심이 큽니다. 토트넘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 역사의 현장에 우리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공식서포터즈 그룹 토비아스(22), 제이콥(24), 요나스(25)씨

토트넘의 오스트리아 서포터즈

성별, 나이, 국가를 넘어서 그들은 같은 마음입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바로 그 마음입니다. 그 마음으로 오늘 역사의 현장에 온 것입니다. 자신들의 희로애락의 추억이 담긴 그 현장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경기를 보기위해서

경기장안으로 들어서자 깃발의 물결이 그라운드를 덮고 있었습니다. 한 쪽 벽이 무너지고 118년의 흔적이 사라져야하는 순간임에도 팬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승리를 위해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테리셰링엄, 레들리 킹, 드미트리 베르바토프를 비롯해 48명의 토트넘 레전드들도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감동이 되더라고요.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베르바토프

경기는 2대1 토트넘의 승리였습니다. 118년 역사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승리를 확정짓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수 많은 팬들이 그라운드로 뛰어 들었습니다.  장관이었습니다. 장내아나운서의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주세요”라는 멘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라운드위에서 선수들은 안기도 하고 노래도 하며 마지막 추억을 만드는 모습이었습니다.

Good Bye 화이트하트레인

그리고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기가 끝날 무렵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끼리 ‘하늘도 슬퍼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무엇이라도 연관을 짓고 싶을 만큼 소중한 순간. 118년 역사의 장이 사라지는 순간이었으니까요.

지난 두 번의 홈경기가 그들에게는 의미있는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행복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경기였습니다. 그 행복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그 현장에서 그들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어서 저 역시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118년 역사의 피날레를 상징하는 광고판

긴 시간이었습니다. 자그만치 22년이었습니다. 라이벌팀보다 22년 만에 좋은 결과를 얻고 북런던의 맹주가 되는데 걸린 시간이… 118년이었습니다. 역사의 마지막을 승리로 마무리하며 토트넘 핫스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한 시간이

화이트하트레인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슬픔과 아쉬움은 가슴에 묻고 이제 희망을 품고 기다립니다. 다시금 아름답고 긴 역사를 써 내려갈 웅장한 새 집이 완성될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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