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어느 날 갑자기 오승환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회수 2017. 5. 13.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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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최희재 씨 핸드폰 아닌가요? 저 오승환 선수예요”

어느 날 갑자기 울린 전화기. 요즘 유행하는 말 “이거 실화냐?”가 떠오를법한 이야기입니다. 이는 실제 있었던 일이고, 사연은 이렇습니다.

스프링 캠프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월 중순. 그러니까 오승환이 WBC 참가를 위해 한국으로 건너가기 전, 로저 딘 스타디움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됐습니다. 볼펜으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손편지엔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아버지의 소개, 그리고 딸이 아버지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간절함이 적혀있었습니다.

[사진=‘야구야 고맙다’ 책의 일부]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기록지를 작성하면서 라디오 중계를 들을 만큼 야구광이셨고, 최희재 씨의 친구들 사이에선 ‘스포츠 기자 아버지’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에모리 대학을 진학한 최희재 씨는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대학에 진학해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미국에 오시지 못했던 부모님. 졸업식을 맞아 큰맘 먹고 미국행을 결정지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가족이 미국 여행을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야구광이셨던 아버지는 또 하나의 버킷 리스트인 메이저리그 관람도 원하셨던 거죠. 가족들은 아버지의 소원인데 못 들어 드릴 이유 없다며 경기 티켓 예매를 했습니다.

평생의 소원이었던 메이저리그 관람이 드디어 이뤄지는 순간인데, 아버지가 이렇게나 좋아하시는 모습을 본 딸 최희재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승환 선수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것입니다.

최희재 씨는 야구를 잘 알지 못했지만, 아버지를 위해 오승환 선수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사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이 팬레터를 받고 답장을 하거나, 대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최희재 씨도 ‘설마 답장이 오겠어?’라는 마음이컸다고 전했습니다.

오승환은 WBC 출전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갔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졸업을 앞둔 최희재 씨 역시 논문과 학교 마무리에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간 거죠.

그런데 시즌이 시작하고 2~3주쯤 흘렀을까. 낯선 번호가 최희재 씨 핸드폰에 뜹니다. 스팸은 아닌 것 같아 전화를 받았는데, 정말 깜짝 놀랄 목소리. 오승환이었습니다.

[사진=‘야구야 고맙다’ 책의 일부]

최희재 씨가 너무 당황하자 오승환은 “저한테 편지 보내신 분 아니세요? 언제 오실지 물어보려고요.”라며 편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니 선수가 직접 전화를 주다니, 말도 안 돼’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지만, 침착하게 “5월 4일 경기 예매했어요. 혹시 그때 사진 촬영 가능하세요?”라며 물었습니다.

그런데 오승환의 답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필드 패스(경기장 그라운드에 입장할 수 있는 패스. 아래 영상 참조) 끊어드릴 테니, 그날 오시면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드릴게요. 필드 패스 받으려면, 영문 이름 필요하니 문자로 보내주세요. 아, 그리고 경기 티켓 예매하셨다고 했는데, 혹시 더 좋은 자리 원하시면 제가 더 좋은 자리 마련해 드릴게요.”

전화를 받으면서도 최희재 씨는 “이거 진짜 실화인가?”라는 생각을 수차례 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최희재 씨 제공] 

오승환의 팬 서비스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있던 당일 오후 1시쯤 오승환은 “경기 시간보다 일찍 오셔야 필드 패스로 입장 가능하세요.”라는 문자까지 직접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쏟아지는 굵은 비로 인해 훈련이 취소됐고, 필드 패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선수들도 안에서 훈련을 소화한 상태. 오승환은 최희재 씨 가족을 잊지 않고, 미리 준비해 둔 사인 모자와 사인볼을 선물로 건넸습니다.

팬들을 경기장에 초대하거나,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구단 홍보팀 직원을 통하거나, 매니지먼트 담당자를 통해 진행합니다. 오승환 선수 옆에는 구기환 씨도 있고요.

기자가 “기환 씨나 구단에 이야기하지 않고 직접 전화를 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으니, “에이, 그래도 직접 통화해야죠. 저한테 정성스럽게 편지를 보내주셨는데..”라며 당연하게 말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닌데, 아무렇게 않게 답하는 오승환이었습니다. 팬서비스도 끝판왕.

그리고 “물론 모든 팬에게 답장을 해드릴 수는 없다. 경기에 초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진정성을 느꼈고, 뭐라도 해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기자가 이 사연을 알게 된 것도 선수가 아닌 최희재 씨 아버지를 통해서였습니다. 경기장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주고받곤 하는데, 아버지는 얼굴에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오승환 선수가 티켓 마련해줬다. 이런 선수 보셨냐?”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하지만 오승환은 되려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기억에 남고, 좋은 추억이 됐다면 내가 더 고마운 일이다.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

팬서비스도 끝판왕인 오승환은 사진이든 사인이든 가능한 뭐든 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안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춤’. 영상 속에 그 내용이 있습니다. 춤을 춰달라는 꼬마 팬(서민정 씨 딸)의 요청에는 많이 쑥스러워하며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삼촌은 춤 못 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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