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코리안 리포트] '첫 보크, 최다 볼넷' 류현진의 위기

조회수 2017. 5. 12. 14: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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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데뷔 후 최다실점하며 쿠어스필드에서 악몽, 앞으로 2,3 경기가 대단히 중요해져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런 경기가 한 두 번은 나온다고 말합니다.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야구라는 경기는 때론 너무 냉정하고 준엄합니다. 게다가 해발 1600m 산꼭대기 쿠어스필드에서는 투수에게 무슨 일이 발생할지 특히 예측불허입니다. 순식간에 5,6점 내줄 수 있는 게 야구지만, 하늘과 맞닿은 그곳에서는 그런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감안해도 MLB 통산 63번째 선발 경기는 류현진(30• LA 다저스)에게 악몽이 됐습니다. 2013시즌에는 두 번 5실점 경기가 있었고, 2014년에는 8실점 경기가 한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자릿수 실점을 한 것은 빅리그 데뷔 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다 볼넷, 최초의 보크도 있었습니다.

시즌 6번째 등판인 쿠어스필드 로키스전은 류현진에게 악몽이 됐습니다. ⓒ다저스SNS

물론, 2회말의 결정적인 실책이 있었습니다.

0-2로 뒤진 이제 시작인 경기. 류현진은 선두 8번 해니건에게 2구째 130.6km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중전 안타를 맞았습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제대로 떨어지는 공을 퍼 올려 내야 중앙을 갈랐습니다. 그리고 9번 투수 호프만의 번트가 포수 앞에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이날 류현진과 호흡을 맞춘 포수 오스틴 반스의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2루로 던지면 선행 주자를 잡고 어쩌면 병살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그러나 서둘러 던진 공은 원바운드로 2루에 갔고, 2루수 테일러의 글러브에 맞고 떨어졌습니다. 투아웃 대신에 노아웃에 주자가 둘이 됐습니다. 그리고 비자책 5실점이라는 재앙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그 실책에만 핑계를 대기에는 경기 내용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1회말 선두 블랙맨을 삼진으로 잡고 기분 좋게 스타트했지만 2번 르메이휴와의 대결에서 9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것이 아쉬웠습니다. 파울볼을 3개나 치며 버티다가 주자가 나가고 다음 타자는 바로 놀란 아레나도. 올 시즌 벌써 류현진에게 홈런 2개를 친 아레나도는 그러나 아주 영리하게 타석에 임했습니다. 3개의 패스트볼을 그저 지켜보며 볼카운트 2-1로 앞선 후 4구째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132km 체인지업을 짧은 스윙으로 정확하게 맞췄습니다. 쿠어스필드임에도 전혀 크게 노리는 스윙이 아니었고, 1사 주자는 1,2루가 됐습니다.

류현진 4번 타자 마크 레이놀스를 잘 처리했습니다. 예전의 마구잡이 헛스윙 아니면 장타의 레이놀스가 아닙니다. 시즌 12홈런에 30타점에 멀티 히트만 14번, 그리고 4경기 연속 홈런을 친 레이놀스를 류현진은 낮은 144km 속구로 땅볼을 끌어냈습니다.

아, 그러나 정타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코스로 보면 5-4-3의 병살도 보였지만 빗맞은 공은 힘없이 굴러갔고, 타자만 1루에서 아웃되면 2사 주자 2,3루가 됐습니다. 야구가 늘 그렇지만, 만약이란 없지만, 좀 잘 맞은 땅볼이었더라면..

5번 타자는 손 부상으로 이달 초에 복귀한 이언 데스몬드로 류현진과는 첫 대결이었습니다. 볼카운트 1-1에서 류현진은 오른손 타자 데스몬드의 몸쪽으로 휘는 137km 슬라이더를 던졌습니다. 적어도 의도는 그랬습니다. 그러나 공은 스트라이크 존 안에 걸쳤고 데스몬드의 스윙에 정확히 걸렸습니다. 좌측 선상 2타점 2루타로 0-2. 이어 카를로스 곤살레스를 경원 볼넷으로 내보낸 후 발라이카와 승부도 중원에 큰 타구가 나왔지만 중견수 피더슨의 호수비로 더 이상 피해는 없었습니다.

이날 로키스 선발 투수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당초 좌완 타일러 앤더슨이 공지됐다가 우완 신예 제프 호프만으로 바뀌었습니다. 왼손 투수에게 워낙 약한 다저스 타선이기에 나쁘지 않다는 예상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스타 유격수 툴로위츠키 트레이드 때 중심축이던 호프만은 만 24세의 우완 정통파 투수로 왜 토론토가 그를 드래프트 1라운드에 뽑았는지를 보여줬습니다. 196cm에 103kg의 거구인 호프만은 자신의 빅리그 생애 7번째이자 시즌 첫 선발 경기에서 1회부터 삼진 3개를 잡으며 다저스 타선을 압도했습니다. 제구가 매끈하지는 않았지만 구속 150km-154km의 강속구를 쉽게 던졌고, 공의 움직임도 좋았습니다.

호프만이 2회초를 무난히 막아낸 후에 류현진에게 뼈아픈 바로 그 2회말.

반스의 송구 실책 이후의 류현진은 블랙맨을 휘어나가는 슬라이더 헛스윙 삼진을 잡은 후 르메이휴의 잘 맞은 타구가 좌익수 정면으로 가며 투아웃이 됐습니다. 주자는 여전히 1,2루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레나도.

시즌 초반 아레나도는 류현진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습니다. 초구 체인지업을 지켜본 아레나도는 144km의 속구가 가운데서 약간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밀어 쳤습니다. 강한 타구가 푸이그의 수비를 뚫어버리자 1루 주자 호프만까지 홈으로 들어가며 0-4가 됐습니다.

류현진이 흔들렸습니다.

승부사 기질에서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투수지만 심각한 어깨 수술과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재활, 팔꿈치 이상, 다시 재활 그리고 2년 만에 돌아온 그는 아직 예전의 좋은 모습을 100% 찾지는 못했습니다. 구속도 아직은 예전만 못하고, 구위의 예리함도 다 돌아오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실점이 이어지고, 쿠어스필드의 어려움도 있고, 무엇보다 제구가 이날 맘껏 되지 않자 늘 믿고 보던 그런 안정된 투수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류현진은 17%가 넘는 비율의 아주 예리한 커브를 구사하며 필라델피아 타선을 혼란으로 몰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1회 2번 타자 르메이휴와의 승부 3구째 처음 던진 114km 커브는 엉뚱하게 벗어났습니다. 1회에 던진 커브 2개를 모두 빠지는 볼이 됐습니다. 쿠어스필드에서 커브의 각도가 무뎌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물론, 해발 1600미터의 약해진 공기 저항이 변화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대체적으로 이날 류현진의 제구가 몰리거나 높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다시 2회말로 돌아가면, 투아웃 0-4에서 4번 레이놀스에게 우측 적시타를 맞고 0-5가 된 후에는 올 시즌 도루 0의 레이놀스에게 2루를 그냥 내주기도 했습니다. 류현진과 반스 배터리는 전혀 주자를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급박히 흐르는 경기 상황에 휩쓸려버린 것입니다.

1루가 비자 데스몬드를 거르고 최악의 슬럼프에 빠진 카를로스 곤살레스를 선택했는데 ‘카르곤’마저 116km의 떨어지는 커브를 받아쳐 2타점 우측 2루타로 연결했습니다. 0-7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7점이 모두 투아웃 이후에 나왔다는 점이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3회부터는 이닝을 채워주는 역할로 변했습니다. 콜로라도와 샌프란시스코로 이어지는 라이벌과의 원정 7연전 첫날부터 불펜을 대거 투입하면 남은 시리즈가 힘들어질 것은 당연한 일.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가능하면 이닝을 끌어주길 기대했습니다.

3회말은 공 7개로 가볍게 처리, 그러나 4회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렀습니다.

선두 타자로 나온 또! 아레나도는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골랐고, 1사 후에 데스몬드의 몸쪽 공략을 하려다가 사구가 나왔습니다. 이어서 곤잘레스의 안타와 보크, 발라이카의 2루타가 이어지면 다시 3점을 잃었습니다.

4회를 마친 것을 끝으로 류현진의 힘겨운 날은 마감됐습니다.

특히 제구가 흔들린 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날 4이닝 만에 무려 101개의 공을 던졌는데, 스트라이크는 60%가 안 되는 57개였습니다. 고의 볼넷 하나와 몸에 맞는 공을 포함해 7명의 타자가 걸어 나갔습니다.

하나 우려되는 부분은 이날 헛스윙이 눈에 띄게 적었다는 점입니다. 1회에만 30개의 공을 던졌는데 헛스윙은 딱 한 번 나왔습니다. 타자들이 기다리다가 방망이를 내면 정타가 되거나 파울볼이 나왔습니다. 2회에도 33구 중에 헛스윙은 단 2개. 이날 총 8개의 헛스윙이 나온 반면에 14개의 파울이 있었고, 타격으로 스트라이크 인정된 게 16개였습니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류현진의 헛스윙 비율은 31%였는데 이날은 8%가 안 됐습니다. 구위의 저하와 수싸움에서 타자들의 우위가 어우러진 결과로 보입니다. 요즘 컨디션이 최고인 로키스 타자들이 류현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함께 노림수로 좋은 타격을 한데다, 평소보다 오히려 제구력과 구위가 떨어진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홈런이 없었지만 로키스 타자들이 노려 친 타구들은 타구 속도가 아주 빨랐고, 광활한 쿠어스필드의 외야를 빠르게 흘러 다니며 2루타를 4개나 쳤습니다.

한 마디로 완패한 경기였습니다.

단발성 부진인지, 투수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의 악영향인지 등은 앞으로의 등판이 말해줄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힘든 것은 이제 류현진이 약해진 이미지와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상 전까지 류현진은 발군의 체인지업에다 마운드에서 뛰어난 적응력과 변신에 능한 유연성, 그리고 예리한 제구력을 지난 아주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였습니다. 지난 경기에서는 젊은 필리스 타선을 상대로 9K의 위력도 과시했고, 변화무쌍의 능력도 보였지만 예전의 위력이 반감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145km를 약간 밑도는데다(MLB 평균 149.5km), 맞아가는 타구의 평균 속도가 약 154km로 MLB 평균 144.5km보다 훨씬 강하게 맞는다는 기록도 나옵니다. 공의 회전도 MLB 평균 분당 2179번에 못 미치는 2047번입니다.

상대 타자들이 류현진을 예전만큼 두려운 상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어려움이 됩니다. 그리고 약해진 이미지를 다시 단단하게 쌓아나가는 데는 적어도 몇 경기 이상의 호투가 이어져야 합니다. 다가오는 두, 세 번의 선발 등판이 그래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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