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지단은 레알 마드리드가 어울린다.

조회수 2017. 5. 11. 10: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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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틀레티코 v 레알 매치 리뷰
 '레알의 장자' 지단보다 현재 레알의 감독에 적합한 사람은 없다. (UEFA.COM)

지난 4월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대단히 중요했다. 리그와 챔스를 포함하여 총 아홉 경기를 치렀고 무엇보다 중요한 대진이 몰려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한 챔스 8강은 잘 넘어갔다. 하지만 이어진 엘 클라시코에서 제동이 걸렸다. 바르셀로나와 승점이 같아지며 리그 우승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자연스럽게 아틀레티코를 상대하는 챔스 4강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시즌 레알의 무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무관은 지단 감독의 경질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최근 10년 간 7명의 감독과 일한 레알 마드리드의 전례를 따져보면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2년 동안 ‘라데시마’를 포함하여 4개의 트로피를 따낸 안첼로티도 경질한 레알이다.

하지만 지단의 레알 마드리드는 오늘 카디프 행을 확정했다. 운명이 걸린 4월을 헤쳐나와 라이벌 아틀레티코를 제압했다. 내부 결속력이 강한 팀은 외부에서 아무리 흔들어도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을 웃어넘기면서 팀은 더욱 단단해 진다.

2017년 5월 현재, 지단 감독의 팀은 꽤 견고해 보인다.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큰 위기 없이 순항한 느낌이지만 사실 몇 차례 고비를 넘겼고 그 과정을 겪으며 발전했다.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시즌을 트로피 없이 마친다면, 그래서 지단 감독을 경질한다면 이는 2000년 들어 레알 마드리드가 결정한 것 중 최악의 선택이 될 것 이다.

양 팀의 테크니컬 라인업 (UEFA.COM)

# 로테이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한 이번 챔스 4강 경기에서 지단 체재 레알 마드리드의 특징이 잘 나타났다. 지단은 지난 해 1월, 시즌 도중 부임하였기에 이번이 온전하게 시작하는 첫 번째 시즌이나 다름없다. 프리시즌을 시작으로 후반기 5개월이 아닌 시즌 전체 10개월에 대한 운영 계획을 갖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55차례 공식전에서 39승11무5패, 성적은 우수하다. 1월, 세비야 상대로 패할 때 까지 이어진 40경기 연속 무패 기록과 여전히 진행 중 인 61경기 연속 득점 기록까지 거대한 기록도 달성했다.

레알과 아틀레티코는 최근 네 시즌 연속 챔스에서 만나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 대결은 결과와 내용 모두 레알 마드리드가 앞섰다. 이번 시즌 내내 아틀레티코에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그동안 아틀레티코가 약해진 것 보다는 레알이 강해졌다고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양보다는 질로 진화 중 인 호날두 (UEFA.COM)

이번 시즌 지단은 팀내 로테이션 문화를 장착시켰다. 1군 스쿼드를 폭넓게 활용하며 선수단 에너지 레벨을 조절했다. 호날두조차 레알에 입단한 09/10시즌 이후 처음으로 리그 30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했다. 어느덧 32세가 된 호날두의 득점 수는 지난 시즌보다 적지만 그 순도는 높아졌다. 오늘 아틀레티코를 상대한 2차전 직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9골, 챔스로만 한정한다면 바이에른과 2차전 헤트트릭, 아틀레티코와의 1차전 헤트트릭 등 최근 3경기에서 모두 8골을 기록했다. 로테이션에 의한 신체적, 정신적 집중도 향상과 경기 스타일 변화에 따른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새해 들어 수비라인에 부상이 생겼다. 풀백 카르바할과 센터백 페페와 바란이 이탈했다. 레알이 넘어야 했던 고비였지만 가까이 있던 나초가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수비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이번 시즌 숨은 MVP 역할을 해냈다. 나초는 진심으로 주급 많이 올려줘야 한다.

아틀레티코는 이번에도 레알의 벽을 넘지 못했다. (UEFA.COM)

# 포메이션과 스타일

지단은 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갖고 있는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부상 빈도가 높은 가레스 베일이 이탈한 ‘BBC라인’은 더 이상 지단 레알의 ‘플랜A’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스코가 프리롤도 최전방에 위치하여 벤제마-호날두를 지원하는 4312 포메이션. 또는 아센시오-바스케즈를 윙어로 놓고 빠르고 활발한 전개를 시도하는 433 포메이션까지. 심지어 시즌 중반 40경기 무패 기록이 끝난 세비야 전에서는 스리백 카드를 내세우기도 했다.

 패스 성공률 92%, 패스 127회, 1골, 오늘의 이스코

오늘도 지난 1차전과 같이 ‘이스코 시프트’로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 초반 20분, 아틀레티코의 강력한 압박과 활동량으로 레알은 두 골을 내주며 대단히 어렵게 경기를 시작했지만 이후 점유율을 회복하며 이스코가 공을 만지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실 전반전만 놓고 보면 레알이 점유율을 회복한 뒤 이스코의 볼 터치가 많아졌지만, 경기에 대한 영향력은 결코 그것과 비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코는 갈수록 불 붙기 시작했고 결국 지단이 원하는 흐름으로 골을 기록했으니 이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가 아닌 ‘좋았다’로 평가 될 수 있다.

선제골을 넣으면 레알은 전략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다. 오늘도 그랬고 지난 1차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센시오와 바스케즈와 좌우 윙어로 투입되면 레알의 공격은 역습에 최적화 된 형태를 갖춘다. 공격에게는 덤비는 성향의 수비가 상대하기 수월하다. 그리고 보통 지고 있는 팀이 더비는 수비를 한다. 레알이 이기고 있을 때, 아센시오와 바스케즈는 대단히 유용한 유닛이다. ‘BBC’, ‘이스코’, ‘아센시오 & 바스케즈’, 이미 레알은 세 개의 강력한 공격 스타일을 보유했다.

 사울,카라스코,코케,가비보다 카세미루,크로스,모드리치의 영향력이 더 컸다. (후스코어드닷컴)

# 지단의 눈

상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를 아는 것이다. 우선 나의 장단점을 확실히 알아야 전략을 세울 때 오류가 덜 생긴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늘 어렵다. 자신의 약점을 애써 부정하는 본능 때문이다. 하지만 지단 감독은 자신의 선수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알바로 모라타와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같이 기량에 비해 출전 시간이 다소 부족한 선수도 있다. 그로 인해 종종 언론에선 불화설이 터지지만 이들 대부분 출전 할 때 마다 자신의 가치에 걸맞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덕분에 플랜B가 플랜A보다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발렌시아의 보로 곤살레스 감독은 ‘레알의 A,B도 아닌 플랜C와 상대하고 싶다.’라며 레알의 두터운 스쿼드를 칭찬했다.

나는 지금도 2016년 1월, 지단이 처음으로 드레싱룸에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눌 때 선수들의 눈빛과 표정을 잊지 못한다. 마치 팬이 자신의 아이돌 스타를 보는 것 같았다.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몇몇 선수들의 불만은 꾸준히 기사화 됐다. 하지만 실제로 일부 기자들이 바라는 사고는 터지지 않았다. 분명 하메스나 모라타는 더 많은 경기에 참여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밖에서 보기에 이들은 매우 프로답게 대처하고 있다. 비록 지단의 첫 번째 선택은 아니지만 경기에 투입되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하메스는 최근 11경기에서 9골, 모라타는 최근 4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세상에 불만 없는 선수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갈락티코의 장자 지단의 통솔력은 적어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만큼은 특별하다. 세상에 불만 없는 선수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레알은 오늘도 전진하고 있다.

# 선수

레알은 여전히 두 개의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팀의 호성적을 위해 선수들은 시즌 내내 몇 차례 고비를 견뎌냈을 것이다. 모드리치와 크로스는 시즌 도중 진행한 수술을 극복했고 호날두는 일부 팬들의 야유를 견뎌냈다. 나바스 역시 반복된 실수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오늘 이스코의 골을 도운 벤제마는 후반29분 당당하게 아센시오와 교체됐다.

오늘 이스코의 골, 아니 벤제마의 도움에 대해서는 꼭 이야기 해야 겠다. 측면에서 세 명의 아틀레티코 선수들을 따돌린 드리블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장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벤제마 때문에 중계하다가 소름이 돋았다.

모든 축구 선수들은 한번 쯤 그런 상상을 한다.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시나리오를 그려두고 가장 멋지게 그 상황을 벗어나거나 종결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생각한다. 하지만 드물게 그와 비슷한 상황이 현실에 발생해도 당황하거나 급해서 미처 생각해둔 플레이를 실행하기 어렵다.

가령 나의 로망 중 하나는 수비라인을 뚫는 마지막 스루패스를 하는 타이밍에 패스하는 척 하면서 칩킥으로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슛을 하는 것 이였다. 마지막 스루패스가 발생하는 상황이되면 상대 골키퍼 역시 그 공을 차단하기 위해 중심이 앞으로 쏠린 채 달려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 때 오히려 그 힘을 역이용 한다면 환상적인 골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항상 머릿속에 그렸지만 정작 그 상황 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벤제마는 오늘 그런 상상을 실현했다. 사비치, 고딘, 히메네즈에게 둘러 쌓인 상황에서 엔드 라인을 동료 삼아 돌파에 성공했다. 사비치는 벤제마의 모든 코스를 막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벤제마는 침착한 볼 터치, 세밀한 몸 동작, 그리고 역발상으로 아틀레티코의 핵심 수비 세 명을 동상으로 만들었다.

벤제마의 피치가 사비치의 피치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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