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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의 하프타임] 한국인 '최초' 영국 프로, 대표팀 분석관이 되다

조회수 2017. 3. 29. 13: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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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본고장에서 꿈을 개척한 젊은이
“축구만 보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축구를 사랑하는 한 소년이 가졌던 미래에 대한 고민이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삶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스스로에게 던진 문제의 해답을 찾았다는 김보찬 경기분석관

A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와 U20 4개국 친선경기로 인해 숨가빴던 열흘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여자대표팀이 4월5일부터 월드컵 본선진출 티켓을 위한 경기를 갖습니다.

남자축구에 비하면 관심이 적지만, 그래도 이제 축구팬들의 시선은 평양에서 단 한장의 본선티켓을 놓고 남북대결을 앞두고 있는 여자축구로 향할 때 입니다. 평양대첩을 위해 선수들은 목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맹훈련을 하다가 4월 3일 평양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평양으로 떠나는 선수단에 앞서 사흘 먼저 평양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소속의 비디오 분석관이자 현재 여자축구대표팀의 경기분석관인 김보찬 분석관입니다.


축구만 보며 살고 싶다는 꿈을 향해 나아가다

지난 달 키프러스에서 만난 김보찬 분석관을 통해 오직 축구만 바라보고 살아온 한 남자의 재미있는 축구 이야기를 들었어요. 

“사춘기가 지나면서부터 ‘축구만 보면서 먹고 살 수는 없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선수는 될 수 없었지만 축구를 보는 것이 너무 좋았거든요. 입시준비를 하던 시기인 2002년 월드컵 이후에 경기분석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구요. 그 때부터 그 길을 찾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오게 된 거에요.”

키프러스에서 북한의 경기를 분석하기위해 경기장을 찾은 분석관

그는 2007년도에 경희대학교 체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대학원에 진학을 했다고 합니다. 힘들게 들어간 대학원을 1학기만 다니다가 그만두고 2008년 가을,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요,

그 이유는 ‘실제 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부분을 배우기 위해서’ 였다고 하네요. 꿈이 있었기에 어렵게 들어간 대학원을 자퇴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유학이라는  힘든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영국으로 갈 때는 영국에서 경기분석을 공부하고, 그 쪽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조차도 너무 힘들었어요”

김보찬 분석관이 들려준 영국 유학 이야기의 시작은, 예상 밖으로 현재 유학생들이 흔히 축구 유학을 목표로 향하는 런던, 리버풀 같은 대도시가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축구관련 공부와 일을 하고 싶어서 영국을 찾는 젊은 친구들이 꽤 있어요. 경기분석을 공부하고 일을 찾고 인턴으로 일하는 친구들도 있구요. 하지만 제가 영국으로 갈 때는 영국에서 경기분석을 공부하고, 그 쪽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조차도 너무 힘들었어요.”

“영국에 와서 제가 향한 곳은 웨일즈였어요. 카디프의 한 대학교에서 경기분석 석사과정을 시작했어요. 한국에서부터 영어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처음에는 수업을 듣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25명의 동기들 중에 비영어권은 저 혼자라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다행히 열심히 한 결과인지 1년만에 학위를 취득하게 되었어요.”

웨일즈에서 함께 공부하며 어울렸던 친구들

그 당시에는 24시간이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로 된 수업을 따라 가기 위해서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많은시간을 공부해야 했고, 좋아하는 분석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여가시간을 다 투자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열심히 했어요.”  라며 자신이 선택한 일이었기에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 길을 걷고 싶은 후배들에게 ‘성실, 열정,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로팀 분석관이 되다

물론 그는 웨일즈에서 공부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업을 하면서 현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카디프에 도착해서 바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2008년 12월부터 웨일즈 풋볼 트러스트 경기분석관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파트타임이었지만… 열심히 한 덕분이었는지 2009-10 시즌에는 스완지시티유스 및 리저브팀 분석관으로 일하게 되었구요. 아마 한국인으로서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1세대가 아닐까 싶네요.”라며 공부와 일을 병행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나아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었기에 선수개인의 테크니컬 분석을 하고 데이타를 만들며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그의 노력의 결실이었는지 기쁜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 본 소사감독이 다음시즌(10-11시즌)부터 1군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했던 것입니다.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프로팀에서 분석관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웨일즈 풋볼 트러스트와 스완지시티 팀에서 보내준 증명서


웨일즈 풋볼 트러스트와 스완지시티 팀에서 보내준 증명서

석사학위도 받고 2년간의 워크퍼밋도 받았습니다. 이제 몇 개월 후면 프로팀의 스탭으로 데뷔하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스완지시티의 감독이자 그에게 영입제안을 했던 소사감독이 팀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운전을 하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감독이 바뀐다는 뉴스가 나오더라구요. 설마했는데 새로 부임하는 감독이 분석관을 데리고 합류한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그렇게 꿈꿔 왔던 1군무대는 밟지 못했습니다.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죠.”라며 그 당시의 아쉬움을 전합니다.

그렇게 되고 나서 스스로 팀을 찾아 나섰다고 합니다.

“브리스톨, 카디프시티, 여빌타운, 버밍엄시티 등 챔피언십(2부)에서 리그2 (4부)안에 속해 있는 수십개의 팀에 제 프로필을 보냈어요. 연락이 없는 팀은 직접 프로필을 들고 방문해서 스스로 세일즈를 했죠. 교통비도 많이 들었고, 시간도 많이 들었어요. 무시도 당하기도 하였고, 상처도 받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꿈꿔왔던 축구만 보면서 먹고 살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라며 그 웃습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토록 원했던 일이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 이라는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분석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그의 목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결국 그는 2010년 웨일즈 여자대표팀의 월드컵 예선전 경기분석관을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축구영상 관련일을 계속해서 했습니다. 지난 2016년 1월부터 대한축구협회소속 분석관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백호를 가슴에 달고 있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부담도 되구요. 북한전을 앞두고 더욱 그런 마음이 들어요. 내가 잘못해서 누가 될까봐 더 정밀하고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어요. 지금은 오로지 북한전에서 승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라며 지금은 북한전에 대한 준비만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여느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고민하며 꿈꿔왔던 ‘축구만 보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았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죠. 분석에 대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다가올 세대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현재 우리나라 분석관에 대한 이해도나 분석에 대한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높아질거라 믿고 도움이 되고 싶어요.”라며 한국축구의 미래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목표가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경기영상을 찍고 있는 모습

그냥 축구가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달려왔고,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자신 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다는 지금이 행복하고,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앞으로 계속 이 길을 가겠다고 말합니다. 꼭 대한민국축구를 위해서 다가올 세대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기에 오늘도 열심히 노력한다고 말합니다.

‘축구만 보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노력해서 스스로에게 ’yes’ 라는 대답을 삶으로 보여주는 그의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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