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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모의 Respect] 벵거의 '10가지 잘못'과 아스널에 필요한 변화

조회수 2017. 3. 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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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아스널 전문가가 지적한 벵거의 '10가지 잘못', 그 속에 담겨있는 아스널에 필요한 변화
지난 주말, 영국에서 처음으로 벵거 감독이 아스널에 남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데일리 익스프레스. 

지난 약 1주일 사이에 영국 현지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을 통해 가장 꾸준히 언급된 축구계 인물은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다.

2016/17시즌 프리미어리그가 10경기 정도(아스널은 11경기)만을 남겨둔 가운데 6위까지 처지며 벵거 감독 본인이 지난 20년간 만들어온 '절대로 4위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대기록이 깨질 최악의 위기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현지 언론을 통해서는 "아르센 벵거가 아스널에 남기로 결정했으며 발표만 남겨놓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들이 이어지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렇듯 벵거 감독의 아스널 잔류가 유력하다는 현지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의 아스널 전문가가 꼬집은 '벵거의 10가지 잘못'에 대해 소개하고 그 행간 속에 숨어있는 아스널이 앞으로 변화해야 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의 최대 서점 '워터스톤스'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어 판매되고 있는 알렉스 핀의 저서 "아스널 : 더 메이킹 오브 모던 슈퍼클럽" 

1. '풋볼 구루'(Football Guru)' 알렉스 핀이 말하는 벵거의 10가지 잘못  

위에 첨부한 사진은  영국 현지 시간으로 3월 23일, 영국의 최대 서점 체인인 워터스톤스의 바넷 지점에서 촬영한 것으로, 바로 현재 시점에 영국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어 판매되고 있는 아스널 관련 서적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다. 

알렉스 핀은 이 사진 속의 책인 "아스널 : 더 메이킹 오브 모던 슈퍼 클럽"의 저자로, 책의 오른쪽 하단에 보면 아르센 벵거 감독이 직접 알렉스 핀에 대해 '풋볼 구루(Football Guru : 축구 전문가, 혹은 축구계의 권위자)'라고 부르며 "나는 그의 말에 늘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르센 벵거 감독에게 이렇듯 치하를 받는 인물인 알렉스 핀은 선수 출신이 아니며, 방송에 출연하거나 기사를 쓰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축구팬들에겐 다소 낯선 인물이지만, EPL이 출범하기 전인 1980년대부터(EPL은 1992년 출범했다) 아스널, 토트넘 등의 구단에 자문 역할을 했고 EPL의 출범과정에 크게 기여한 바 있어서 특히 영국의 스포츠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렇듯, 영국의 '숨어있는' 아스널 전문가인 핀은 최근 본인의 SNS를 통해서 벵거의 10가지 잘못(Wenger's 10 sins)을 지적했는데, 이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데이비드 딘 전 아스널 부회장을 다시 데려오지 않은 것 

: 데이비드 딘 전 아스널 부회장은 1996년 일본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있던 잉글랜드에선 무명에 가까웠던 벵거 감독을 아스널로 데려온 주인공이자, 그 이후 아스널에서 주요 선수들을 영입하는 일을 포함한 행정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상주의자인 벵거 감독과 최고의 실행력을 가진 행정가였던 딘의 결합은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지만 딘은 에미레이츠 구장 건립 과정에서 불거진 아스널 이사진 내부의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결국 2007년에 아스널을 떠났고, 일각에서는 아스널의 부진이 시작된 것이 바로 딘이 아스널을 떠난 시점과 겹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2) 자신의 No.2(수석코치)를 수시로 교체하며 팀을 재정비한 퍼거슨 감독과 달리, 단 두 명의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아스널 출신 수석코치를 기용한 것 

: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축구 감독으로 불리는 퍼거슨 감독은 실제로 재임기간 중 수시로 수석코치를 교체하며 그 때마다 팀 내부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그러나 벵거 감독은 20년간 아스널의 수비수 출신인 팻 라이스, 스티브 보울드 두 명의 수석코치만을 기용하며 팀을 운영했다.

3) 일관적이지 않은, 비논리적인 이적정책

: 핀은 이 부분에서 아스널이 마지막으로 이적시장에서 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2년이며, 2016년에도 충분히 돈을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 데이비드 딘 전 부회장이 떠난 후 팀의 야망이 사라진 것 

5) '독재주의' 

: 비에이라, 앙리, 아르테타 등 다른 팀에선 높은 평가를 받는 아스널 출신 선수들에게 코치 역할을 맡기지 않은 점

6) 전술적 문제점들

: 성공적인 팀의 기본 요소들이 결여된 점

7) 과거에 안주한 점

: 과거에 혁신적이라고 평가받았던 벵거지만 그의 방법은 이제 더이상 혁신적이지 않다. 

8) 스카우팅의 실패

: 과거에는 비에이라와 같은 보석을 발굴했던 아스널의 스카우팅 시스템이 현재는 칸테를 놓친 것에서 볼 수 있듯 타팀에 비해 우월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됐다.

9)  구단 내 이사진 및 코치진들로부터 거의 견제를 받지 않은 점

: 그래서 과거의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한 점.

10) 핵심선수들(질베르토 실바, 반 페르시 등)을 너무 빨리 이적시킨 점

벵거의 아스널 잔류 소식을 전한 데일리메일

2. 벵거의 '10가지 잘못'의 큰 공통분모

나는 알렉스 핀이 지적한 벵거의 '10가지 잘못'들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아주 예리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벵거 감독이 부임하기 전부터 아스널을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또 아스널에 대한 책을 쓴 저자이자 벵거 감독과도 관계가 있는 사람으로서 핀이 전문가다운 지적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의 의견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독자들 사이에서도 저 10가지의 문제들 중 동의하는 것이 있고 아닌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큰 관점에서, 핀이 지적한 10가지 문제점들을 바라보면 그 안에 숨어있는 아주 큰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다. 나는 그것이 바로 다음의 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벵거로는,
혹은 벵거 '혼자서는' 현재 아스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추론이 옳다고 가정할 경우, 아스널이 취해야 할 선택은 다음의 두가지 중 하나다. 

1) 벵거를 경질하거나(즉 감독 자체를, 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감독으로 바꾸거나) 

: 대부분의 클럽이었다면 진작에 그렇게 됐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벵거의 경질을 요구하는 팬들이 많은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2) 벵거를 지키되, 벵거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들을 누군가가 도와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 현지 언론의 보도대로 정말 아스널이 벵거와 재계약을 체결한다면, 이 과정이 필수적이다.

위 두가지의 경우의 수 중, 벵거 감독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아스널에게 남은 질문은 단 한가지다. 


그렇다면, 아스널은 과연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3. 단장 임명, 권한의 분배, 선수단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아스널

무엇보다도, 애매모호한 논의가 아닌 구체적인 그것이 되기 위해서 하나의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자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아스널에는 다른 클럽에서 흔히 '단장'이라고 부르는 역할을 수행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는 핀이 '10가지 잘못'에서 1번으로 지적한 데이비드 딘 전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아스널에서 수행했던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지난 20여년간, 특히 최근 10여년 간은 유럽의 그 어떤 축구 클럽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막대한 권력을 지니고 팀을 운영한 인물이다. 특히 선수를 발굴하고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본인이 최종결정권한을 갖고 행사해왔다. 

이런 방식은 아스널이 무패우승을 달성하고 2004/05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였던 그의 부임 후 초반 약 10년 간은 유효했지만 그 뒤에는 두가지 숨은 요소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벵거의 방식이 혁신적이었던 시기였다는 점, 그리고 벵거의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는 최고의 행정가(데이비드 딘)가 아스널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 두 가지가 사라진 이후 아스널은 단 한 번도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대목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는 명백하다. 아스널의 선수영입 및 선수단 운영 등에 대해서 벵거를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데이비드 딘의 복귀이든, 혹은 새로운 '단장'이든 간에 관계없이 말이다.

그런 존재가 아스널에 부임해서 현 아스널 선수단 중에 벵거 감독이 몇년 째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내보내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을 과감하게 내치고, 그 대신 새로운 선수들을 과감한 지출을 통해서라도 데려와야만 한다.

* 이 기간 중 특히 최근에 아스널에는 'transfer fixer'(이적협상가)라는 특이한 타이틀을 가진 인물이 존재했지만, 그가 맡은 역할은 전형적인 단장의 역할에 비하면 협소한 것이었다. 

2) 단장 이외에도, 벵거 감독의 권한을 분배해서 수행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 대목은 앞서 핀이 말했던 5, 8번 항목과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영국 현지 전문가들 중에는 핀 외에도 바로 이 대목을 지적하는 사람이 또 있다.

현 데일리미러 편집장으로 현지기자들 중 아스널 소식에 가장 밝기로 유명한 사람이자, 가장 최근에 영국에서 출간된 아르센 벵거 감독에 대한 평전의 저자이기도 한 존 크로스다. 그는 그의 저서 [아르센 벵거 - 아스널 인사이드 스토리]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벵거에 대한 한 흥미로운 면이자, 어쩌면 아주 중요한 점은 그가 임무를 위임하고 나누는 데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모든 것을 그가 스스로 완벽하게 운영하길 원한다. 반면에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은 특히 그의 재임기간 후기에 업무 분담에 아주 뛰어났다. 그는 그 주변에 강한 사람들을 많이 두고 그 사람들에게 코칭, 피트니스 관리, 축구의 과학적인 접근 등의 업무를 맡겼다. 물론 퍼거슨 본인이 그 전부를 지켜보며 관리하긴 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효율적으로 자기 임무를 하도록 했다. 퍼거슨식 팀 운영의 강점은 그의 뛰어난 임무 분담에서 오는 것이다."

단적으로, 벵거 감독의 바로 옆에서 그를 보좌하는 No.2의 역할을 하는 수석코치 혹은 코치들 중 한 명 정도는 비에이라, 앙리 등과 같이 벵거 감독의 지도 아래서 영광의 시절을 만들어냈던 선수들인 동시에 현 아스널 선수단으로부터도 존경을 받을만한 사람으로 기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기 중의 긴박한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3) 선수단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이는 1번과 2번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임과 동시에, 가장 구체적이고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현재 아스널에는 팀 내에서 최고의 선수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현지에서 그런 평가를 받고 있는) 산체스와 외질 모두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며 그 외 대부분의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이 기복이 심하거나,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여전히 못 떼고 있거나, 몇 시즌 째 고질적인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소화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으며, 벵거 감독 하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그 결단을 내리는 역할을 벵거 감독이 직접 하거나, 혹은 그 역할을 대신해서 해줄 사람을(단장을) 고용해서라도 해결해야만 하는 아스널이다.

4. 그리고, '자기혁신'이 필요한 아르센 벵거


"빅클럽에겐 팬들을 행복하게 해줄 의무가 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종종 기자회견 등을 통해 위와 같이 말하곤 한다. 이 말에는 벵거 감독이 축구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철학이 담겨있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의 그는 그의 철학을 아스널에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혁신적이었던, 프리미어리그를 혁신한 주인공으로 평가 받는 아르센 벵거 감독은(그는 은퇴 이후에도 그런 존재로 축구의 역사에 남을 것이다) 현재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 있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한계는 더 많이 노출될 것이고 그럴수록 벵거의 아스널을 상대하는 상대팀들은 더 수월하게 아스널을 맞이할 것이다. 

결국, 벵거 감독이 이번 시즌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스널에 남기로 결정한다면,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과거 자신이 했던 혁신에 대한 재혁신, 즉 '자기혁신'이다.

단장을 절대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모든 이적과정에 관여하는, 자신 외에 다른 코치들에게 권한을 분배하는 것에 약한 자신의 스타일을 비롯해 스스로 냉철하게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스스로 바꾸고 극복해야만 20년을 넘게 이어진 그와 아스널의 인연에 '유종의 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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