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2008 베이징키즈', 한국야구의 재도약 이끌까

조회수 2017. 3. 22. 11: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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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야구리포트] 2017 고교야구 유망주 풍년, 그 이유와 지속 방안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보고 꿈을 키운 야구 소년들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사진:  박신지)

2회 연속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한 2017 WBC 대표팀의 완패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깊은 실망을 남겼다. 단순히 승패를 떠나 투타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제 대회의 선전을 바탕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메이저리그 진출자를 다수 배출하며 리그 수준에 자부심을 갖던 한국 야구의 체면에 상당한 생채기가 난 셈이다.

단기전인 국제 대회 성적 만으로 한 국가의 야구 수준을  섣불리 재단할 필요는 없다. 특히 금번  WBC의 경우 기존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사건 사고,  메이저리그 팀 내 입지를 이유로 대거 불참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자국 리그도 없어 마이너리거를 중심으로 급조된 이스라엘에 침묵 끝에 패하고 역시 정상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대만과도 난타전을 벌인 사실은  현재 KBO 리그 수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품게 한다.

현재 대표 팀의 가장 큰 문제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만한 확실한 에이스의 부재를 들 수 있다.  
10여 년 전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이 동시에 등장하며  2008올림픽과  2009WBC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는 부상 등의 이유로 모두 불참, 필승 카드가 없다는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표팀 역시 그들을 대체할  젊은 에이스를 발굴할 시점이 됐으나 과거 그들만큼 존재감을 보이는 젊은 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아픈 현실이다.  
지난해 봉황대기 MVP 안우진(휘문고3). 좋은 투구 밸런스와 체격 조건, 최고시속 150km대 강속구가 장점이다. 2017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아)

그런 면에서 2017 고교야구에 주목할 만한  투수 자원이 많은 것은 굉장한 호재다. 대표적인 선수로 작년 여름 봉황대기 MVP 안우진(휘문고),  리틀 시절부터 동 나이 대 최고의 에이스로 인정 받아온 양창섭(덕수고), 그리고 수원야구 에이스 계보를 잇는 김민(유신고)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두 최고시속 145km를 훌쩍 넘기는 강속구와 준수한 제구력, 변화구 구사능력 등을 겸비해 장래성을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지난해 청소년대표팀 2학년 멤버들. 좌로부터 양창섭, 강백호, 김형준, 김민, 하준영> <사진제공-김민>

이외에도 지난해 가장 먼저 시속 150km를 기록하며 유명세를 탄 박신지(경기고), 하준영(성남고), 최민준(경남고), 최건과 성동현(이하 장충고), 노윤상(제주고), 김유신(세광고), 김동찬(덕수고), 최현일(서울고) 등 전도 유망한 투수들이 다수다.  

# 경기고 박신지의 150km 투구 영상  (영상: 김민준)

하나같이 뛰어난 구위와 잠재력을 지녀 야구인들은 물론이고 고교 야구에 관심을 가진 팬들에게도 기대를 받고 있는 유망주들이다.

비단 투수 뿐이 아니다.  투타를 겸비해 '한국의 오타니'로 불리는 강백호, 이재원(이하 서울고), 예진원, 한동희(이하 경남고), 김형준(세광고), 배지환(경북고), 유호산(경동고) 등 야수 중에도 눈에 띄는 걸출한 선수들이 많다. 

# 서울고 강백호의 타격 영상 (장충고 정윤호 상대)

그렇다면 최근 유례없는 유망주 풍년의 배경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과 2009 WBC 에서의 선전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당시 야구 대표팀의 활약에 고무되어 신체 조건이나 운동 능력이 좋은 초등학생들이 대거 야구에 입문했다.  이른바 '베이징 키즈'들이 쏟아진 것이다.
실제 올해 고교 2·3학년 선수 중에는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유독 많다. 유소년 스포츠의 경우 타 종목과 유망주 영입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제대회 선전을 통해 촉발된 국민적인 야구붐은 재능있는 유소년들을 야구로 견인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클럽야구의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동인이다.
현 고교선수들이 야구에 입문할 당시 기존의 학원 야구 이외에 리틀야구로 대표되는 클럽야구 가 활성화되면서 취미로 야구를 즐기는 어린이들이 늘어났고, 자연스레 야구선수를 지망하게 된 유망주들이 많아졌다는 주장이다.
2008년 이후 리틀야구 팀과 선수 수는 과거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2007년 리틀야구 39팀, 선수 813명/ 2009년 리틀야구 73팀, 선수 1434명)

# 고교 3학년 주요 투수들의 야구 입문 경로

[자료1] 고교 3학년 주요 투수들의 야구 입문 경로 / 이도영
실제로 위 표를 살펴보면 클럽야구 활성화가 엘리트 선수층에도 긍정적 효과를 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올해 고교 3학년이 되는 주요 투수 33명의 야구 입문 경로를 직접 확인한 결과 초교 출신은 19명, 리틀야구 출신은 1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전 같으면 재학 중인 학교에 야구부가 없을 경우 야구와 인연이 없었을 선수들이 클럽야구를 통해 야구에 입문한 경우도 확인할  수 있었다. 리틀야구로 대표되는 클럽야구 시스템의 정착이 엘리트야구 선수층 확대에도 기여한 것이다.
종합해보면 야구대표 팀의 국제대회 선전과 그에 따른 야구붐이 유소년 클럽야구의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그 결실이 올해 고교 2·3학년 유망주 들이라 할 수 있다.
대형 선수 기근으로 고민 중인 한국 야구계는 모처럼 찾아온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비하여 이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육성할 필요가 있다. 

올해 고교 3학년 선수들이 내년 프로에 데뷔하면 2020년엔 프로 3년차가 된다. 빠르게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가 있다면 활력을 잃은 대표팀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특히 현재 한국야구에 부족한 정통파 에이스와 대형 슬러거를 육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렇다면 '베이징 키즈'로 대변되는 야구유망주 호황은 계속 될 수 있을까?

08년 이후 유소년 야구 선수의 증가로 풀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흐름이 지속 가능한 상황이라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2000년대 이후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 유소년 야구선수 기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록 초교선수 및 리틀야구연맹 등록 리틀선수의 합계     
실제로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재 고교 1학년인 2001년생 이후 연령별 인구 그래프가 급격히 꺾이기 시작한다.
기존까지 60만 명 이상을 유지해오던 각 연령 별 인구가 40만 명 대 수준까지 내려간다. 2008년 이후 유소년 야구선수 풀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향후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키 어렵다.  만약 연령별 절대 인구수 감소 추세가 지속된다면, 어쩌면 베이징 세대가 ‘한국야구의 마지막 불꽃’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든 한국 야구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능을 가진 유소년들이 야구에 입문하게 하는 유인 요소가 필요하다.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겠지만 국제대회에서의 선전과 KBO리그를 포함 한국 야구의 체계적인 산업화가 절실하다. 야구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직업 야구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내년이면 베이징 세대들이  KBO리그에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대형 선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야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까? 향후 20년 간 한국 야구의 중심이 될 베이징 키즈들의 활약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 

[관련 기사:  최고구속 152km, '2008 베이징 키즈'들이 온다 ]


이도영 아마야구 전문필진 /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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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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