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한화 비야누에바 15승? 이닝 관리가 관건

조회수 2017. 3. 19. 03: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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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영의 외인 리포트] 한화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지난 1월 10일, 베테랑 메이저리거 알렉시 오간도(1년 180만 달러) 영입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의기소침했던 한화 팬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두번째 외국인 투수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설상가상 스프링캠프 첫날 빚어진 감독과 단장 간 갈등이 여러 매체를 통해 공공연히 보도되고 영입 리스트에 오른 외국인 투수들이 한화와의 계약을 꺼려한다는 루머까지 돌며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 계약이 계속 미뤄진 끝에 시즌을 앞두고 급히 영입한 알렉스 마에스트리(총액 5000만엔)가 9경기 2승 2패 ERA 9.42라는 참담한 성적을 남기고 떠난 전례가 상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화 프런트는 2월 24일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의 계약(1년 150만 달러)을 공식 발표하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에서 476경기 51승 55패 ERA 4.31을 기록했으며 1000이닝(998.2) 가까이를 소화한 베테랑 투수다. 지난해까지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뛰며 51경기 2승 2패 ERA 5.96을 기록한 바 있다.

오간도와 함께 한화 선발진을 이끌게 된 비야누에바 (사진: 한화 이글스)

지난해 한화가 최악의 4월(6승 17패 .261)을 보낸 가장 큰 원인은 선발진이 붕괴된 탓이었다. 15시즌 후반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로저스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제구 난조를 보인 마에스트리는 3경기 만에 한계를 드러냈다. 거기에 배영수, 안영명, 이태양 등 주요 선발들은 모두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한화 선발진의 4월 ERA는 6.83으로 압도적 최하위였다. (9위 LG 5.15)

한화가 지난 시즌 초반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간도-비야누에바가 선발진을 지탱해야 한다. 두 투수에게 투자한 금액(330만 달러)만 봐도 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직감할 수 있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의 계약총액은 작년 두산 선발진을 이끌며 40승-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0 가까이를 합작한 니퍼트-보우덴(320만 달러)을 넘어서는 금액이고 KBO리그 단연 최고다. 

History

비야누에바의 프로필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도미니카 출신의 비야누에바는 2002년 만 18세의 나이로 샌프란시스코와 국제자유계약을 하며 미국땅을 밟았다. 2년 간 샌프란시스코 산하 루키리그 팀에서 뛴 비야누에바는 04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밀워키로 트레이드 되었다.

새로운 팀으로 이적한 비야누에바는 04시즌 싱글A에서 25경기(21선발) 8승 8패 ERA 3.77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05시즌에는 하이싱글A에서 21경기 8승 1패 ERA 2.32로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AA(4경기 1-3 ERA 7.40)까지 승격했다.

그리고 11년 전인 06시즌에는 메이저리그로 승격해 5월 23일 데뷔전을 치뤘다.(구원 등판 1이닝 무실점) 이후 마이너리그를 오가면서 빅리그에서 10경기(6선발) 53.2이닝 2승 2패 ERA 3.69를 기록하며 무난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이후 10년 간 메이저리거로 생존한 비야누에바는 커리어 대부분을 롱릴리프 겸 임시 선발로 보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51경기 74이닝 2승 2패 ERA 5.96으로 다소 부진했던 35세의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 경력을 이어가는 대신 동향 선수를 둘이나 보유한 한화와의 계약을 택하며 15년 간의 미국 생활에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피칭 스타일

비야누에바의 프로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비야누에바는 마이너리그에서의 좋은 성적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은 유망주는 아니었다. 그 이유는 구속 때문이다. 그의 속구 평균 구속은 88-89마일(141.6-143.2km)로 메이저리그에서는 리그 평균(92.6마일)에 미치지 못하며, KBO리그에서도 리그 평균(141.5km)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통산 9이닝당 삼진(K/9)이 7.8을 기록할 정도로 삼진이 적은 투수는 아니다. 평균에 못미치는 구속을 보완해준 것은 바로 다양한 구종이다. 비야누에바는 포심(34.9%)-슬라이더(22.5%)-체인지업(21.2%)-커브(12.6%)-투심(6.8%)으로 무려 5가지의 구종을 던질 수 있다. 그리고 간혹 이퓨즈(초저속변화구)를 구사해 상대 타자를 얼려 버리기도 한다.

# 비야누에바 이퓨즈(시속 92km) 영상 

비야누에바의 다양한 구종 중 가장 위력적인 구종은 바로 슬라이더다. 그의 슬라이더는 헛스윙%가 무려  20.9로 지난 시즌 AL 탈삼진 3위에 오른 크리스 아처의 슬라이더(19.0%)보다도 높은 헛스윙%를 기록했다.

또한 비야누에바는 다양한 구종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컨트롤과 커맨드를 갖추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9이닝 당 볼넷(BB/9)도 2.91로 준수한 편이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할 때 바깥쪽 낮은 코스로 던지는 슬라이더의 커맨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아래 히트맵을 보면 스트라이크 존의 외곽으로 공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 개편이 예정된 KBO리그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 비야누에바의 투구 히트맵( 전체 투구(좌)/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우))

# 비야누에바의 투구 히트맵( 전체 투구(좌)/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우))  

오른손 투수인 비야누에바는 타자 유형에 따른 성적 차이가 거의 없다.(좌타자 피OPS .748 우타자 피OPS .744) 이는 좌타자를 상대하는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꽤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좌타자 상대 구사율 24.5%,  헛스윙% 14.5) 주력 구종인 슬라이더는 좌타자를 상대로 많이 구사하진 않았지만 위력적이었다.(좌타자 상대 구사율 15.6% 헛스윙% 20.7%)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비교

비야누에바의 프로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17시즌을 위해 한화가 영입한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모두 메이저리그 경력이 상당한 투수들이다. 다만 두 투수의 유형은 반대에 가깝다.

18일 시범경기에서 최고 150km를 기록한 오간도는 포심 평균 구속이 95마일(152.9km)에 이르고 속구 구사율이 58.4%에 달할 정도로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파워 피처다.

반면 비야누에바는 다양한 구종과 뛰어난 제구력으로 타자를 공략하는 이른바 피네스 피처다. 전혀 다른 유형의 투수들로 원투펀치를 구성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만 하다.

비야누에바 급의 커리어를 가진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가 KBO리그에 입성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메이저리그 커리어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비슷한 유형의 투수들로는 NC에서 5번째 시즌을 맞는 15시즌 투수 골든글러버 해커와 지난해 kt에서 뛰었던 피노가 있다.

같은 83년생이자 가장 흡사하다고 볼 수 있는 해커는 평균 구속이 141~2km에 불과하지만 뛰어난 컨트롤과 슬라이더-커브-싱커-체인지업으로 구성된 다양한 레퍼토리로 리그 정상급 선발로 활약하고 있다. 타고투저인 KBO리그에서 지난 4시즌 간 111경기 695.2이닝 44승 27패 ERA 3.56라는 매우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해커가 느린 구속-다양한 변화구-뛰어난 컨트롤로 성공한 사례라면 피노는 실패 사례다. 마이너리그에서의 기록만 보면 해커 이상이었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12경기 2승 3패 ERA 7.15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시즌 중 방출되었다.

비야누에바는 앞선 두 투수와는 비교 불가의 커리어를 가진 투수다. 비야누에바와 피노의 슬라이더 헛스윙%만 비교해봐도 수준차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비야누에바 20.9% vs. 피노 12.3%)  지난 커리어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11년을 생존한 비야누에바는 이른바 '급'이 다른 투수다.

체크 포인트

지난 13일 시범경기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LG를 상대로 3이닝 1실점(2안타 3삼진, 최고구속 143km)을 기록한 비야누에바는 기량면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올해 만 33세로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노쇠화를 걱정할 만큼  많은 나이도 아니다.

#  3/14 시범 경기 비야누에바 'KKK' 위력투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경력을 통틀어 가장 부진한 성적(ERA 5.96)을 남기기는 했지만 이는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피홈런 탓이 컸다.(HR/9 16시즌 2.07,  통산 1.25) 지난해 홈런/뜬공 비율이 21%(통산 11.8%)에 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피홈런은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유일한 불안 요소는 비야누에바가 전문 선발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롱릴리프 겸 임시 선발로 뛰었다.

가장 많은 선발 등판을 기록한 것은 12시즌 16선발 등판(총 38경기)이며, 프로 데뷔 후 최다 이닝은 05시즌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133이닝에 불과하다. 더구나 2015년 이후 최근 2시즌 동안은 선발 등판 기록이 전무하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위닝샷을 갖추고 있고 선발 경험(통산 154선발) 역시 적지 않은 만큼 선발 투수로 안착할 것이 예상된다.  다만 벤치가 원하는  4일 휴식 후 등판,  선발 30경기-18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이닝이터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도미니칸 3인방. 오간도-로사리오-비야누에바 (사잔: OSEN)

13시즌 종료 후 FA 정근우-이용규 영입(총액 133억원)을 기점으로 한화는 매년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박종훈 단장이 부임하고 FA 영입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팀 전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3명에게 무려 480만 달러(약 54억원)를 투자했다.

07시즌을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한화는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이제 공은 벤치로 넘어갔다. 경력이나 실력은 확실히 검증된 외국인 원투 펀치와 시즌을 시작하게 된 김성근 감독이 정규 시즌 중 어떤 활용법을 보일지에 올시즌 성패가 달려 있다.  

(관련 칼럼: "180만불 오간도, 건강과 제구가 관건" )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Baseball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길준영 기자 /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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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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