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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이럴 땐 오승환이 진짜 소방관 같아 보인다

조회수 2017. 3. 17. 13: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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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한 그 이름, 대한민국 소방관.' 제목부터 숙연해진다. 초기 화면도 인상적이다. 온통 땀범벅이다. 그럼에도 두꺼운 방화복을 어쩌지 못한다. 극한의 갈증인 것 같다. 커다란 생수를 통째로 벌컥벌컥.

동영상은 뉴스 화면으로 시작된다. 며칠전 서울 용문동에서 일어난 화재 현장이다.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마지막으로 3층에서 뛰어 내린다. 용산소방서 소속 김성수, 최길수 대원이다. 이들은 2도 화상과 허리 부상으로 입원 치료중이다.

'Share & Care' 초기 화면. 열악한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SNS를 기반으로 한 기부 플랫폼 '쉐어앤케어'의 메인 화면이다. 열악한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공유/공감을 클릭하는만큼 기부액이 늘어난다. 제안자의 목표는 자신의 등번호(26번)와 비슷한 2,600만원. 건강음료 광고 모델로 받은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뜻이다.

그의 소속사는 짤막한 설명을 보탰다. "평소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에 노출된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에 늘 관심을 가져왔다." 아, 맞다. 그도 불끄는 게 직업이지.

로젠탈 5년만에 처음 선발 투수로 등장

어제(한국시간 17일) 경기는 특별했다. 홈 팀의 선발 투수 때문이다. 트레버 로제탈이었다. 그가 무려 5년만에 1회를 시작하는 임무를 맡았다.

한때는 손꼽히는 마무리였다. 하지만 천직은 아닌 듯했다. 지난 해가 최악이었다. 끝내기 홈런을 비롯해 몇 경기를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미국에 그런 메뉴가 없는 게 다행이었다. 있었다면 그도 유명한 시리즈에 동참했을 지 모른다. 부산 돼지 국밥, 전주 콩나물 국밥, 병천 순대국밥….

평일 낮이었다. 그런데도 플로리다 주피터의 로저딘 스타디움은 가득 찼다. 모두가 가슴을 졸이며 로젠탈을 지켜봤다. 아슬아슬했다. 첫 2아웃은 잘 잡았다. 그런데 고질이 도졌다. 계속된 볼질이 시작됐다. 연속 볼넷으로 2사 1, 2루. 내야 플라이로 간신히 막았다.

2회도 비슷했다. 연속 안타를 맞고 휘청거렸다. 결과는 2이닝 무실점. 그러나 4명의 주자를 내보냈다. 안정감하고는 거리가 한참이다. 소원하던 선발 전환의 꿈은 여전히 물음표다.

비정규직에서 일약 팀장까지...헌신적인 태도

그의 선발 경기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또 한사람이 있었다. 불펜의 보스였다.

로젠탈의 임무 전환은 말 그대로 자의반, 타의반이다. 본인이 원하긴 했다. 하지만 대체할 적임자가 없었다면 감독의 결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르고 달래서, 계속 마무리를 맡겼겠지.

그런데 동양에서 온 '신묘한 힘'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 처음엔 비정규직에 불과했다. 거기서 한 단계씩 올라가더니, 결국 불펜 팀장 자리까지 꿰차고 말았다. 사실 로젠탈은 밀려난 거나 다름없다.

새 팀장의 특징? 물론 실력도 된다. 하지만 그보다 뚜렷한 장점이 있다. 탁월한 업무 태도다.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마인드다. 조직 사회에서 가장 큰 덕목으로 치는 가치들이다.

일 시키면 싫은 내색 한 번 없다. 언제나 'OK'다. 핑계? 변명? 그 딴 거랑 절대 안 친하다. 2연투, 3연투도 마다하는 법 없다. 심지어 하루 두 번(더블 헤더)도 괘념치 않는다.

이날 등판도 그랬다. 불과 2주 사이에 태평양을 왕복했다. 아무리 좋은 자리 타고 다닌다 해도 그렇다. 직항 없어 환승해야 하는 코스다. 편도만 족히 20시간은 걸린다. 게다가 시차도 무려 15시간이다.

가서 놀았냐? 아니다. 엄청 스트레스 받는 경기를 2번이나 던졌다. 그리고 숨돌릴 틈도 없이 돌아왔다. 이윽고 이틀만에 실전이었다. 마운드에 오른 게 한국시간 새벽 3시 무렵이었다. 한참 몽롱한 시간대다. 스스로 "딴 거는 몰라도 시차에는 약하다. 보통 열흘은 걸린다"고 했다.

시차란 동쪽으로 갈 때, 그러니까 미국에 돌아와서 심한 법이다. 그런데도 군말이 없다. 아니, 스스로 던지겠다고 자청했다. 1이닝 1안타, 2K 무실점. 박병호 등등 주력타선이 빠진 트윈스 쯤이야.

매시니와 김인식 감독이 특별히 고마워 하는 이유

3년전 이맘 때였다. 다저스가 시끄러웠다. MLB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호주 개막전 탓이다. 선발 투수들은 모두 꺼리는 눈치였다. 특히 잘 나가던 2선발 잭 그레인키가 노골적이었다. "(그 먼 거리를 가서 던져야 한다는 게) 신날 일이 전혀 없다. 그럴 이유는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대놓고 가기 싫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종아리 부상을 핑계로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결국 호주 시리즈 2게임은 커쇼와 류현진이 몫이 됐다. 그 시즌에 둘은 공교롭게도 잔부상에 시달렸다. 3월의 장거리 이동이 이유로 꼽혔다. (반면 그레인키는 2014년에 17승으로 펄펄 날았다.)

매시니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입에 침이 말랐다. 미디어에 들려줄 칭찬 때문이다. “(공백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은 준비가 잘 됐다. 우리는 그를 WBC에 보낼 당시부터 믿고 있었다. 돌아올 때도 준비가 잘 돼 있을 것이라는 알고 있었다. 그는 매우 뛰어나 보였다.”

매시니 감독이 (미안하지만) 한국의 초반 탈락에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복귀를 학수고대한다며 "오면 원하는 대로 쉬게 해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쉰 날은 이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숙소에서 꼼짝 않고 잠만 잤다. 그리고 곧바로 실전 스케줄을 잡았다. "이 시기에 계속 놀고 있을 순 없다"며.

김인식 감독은 대만과 최종전이 끝난 뒤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극도의 긴장과 부담감, 그리고 맹렬한 비난을 견뎌야했던 시간 탓이리라. 목소리마저 내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핸드폰을 켰다. 꼭 통화해서 직접 고마움을 전할 사람이 있었다. 플로리다로 돌아가려던 짐을 싸던 오승환이었다.

지척에 있던 선수들도 몸을 사렸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군소리 하나 없었다. 그 먼 거리를 달려와 힘이 돼 줬다. 과정도 순탄치 않았고, 온갖 부담이 엄청난 자리였는데 말이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소방관은 가장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다.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다. 헌신과 희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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