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는 챔피언스리그 8강에 갈 자격이 있다.

조회수 2017. 3. 16. 14: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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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AS모나코 v 맨체스터시티 매치 리뷰

3주 전 맨체스터에서 열린 1차전은 화끈했다. 양 팀 역사상 유럽대항전에서 첫번째 대결, 맨시티와 모나코는 서로의 매력을 파악했고 5-3 이라는 결과는 양 팀 모두에게 2차전에 대한 가능성을 제공했다. 오늘 열린 2차전은 3주 전 경험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경기를 준비한 두 감독의 대결이였다.

모나코의 3-1 승리, 합계 스코어는 6-6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다득점 원칙에 따라 모나코가 8강에 진출했다. 모나코는 오늘 2차전의 첫 45분을 주도했고 그걸로 충분했다. 맨시티에서 과르디올라의 첫 번째 챔스 캠페인은 16강에서 마무리되었다. 반면 모나코에서 세 번째 시즌을 치르는 자르딤은 두 시즌 전 16강에서 아스널을 꺾고 8강에 진출했던 좋은 기억을 다시 현실로 만들었다. 맨시티에게 기회가 있었지만 2017년 3월 현재 기준으로 볼 때 보다 더 완성도 높은 팀은 모나코다.

모나코는 자격이 있다.

테크니컬 라인업 (UEFA.COM)


# 레오나르도 자르딤 vs 펩 과르디올라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의 키워드는 ‘준비’였다. 1차전은 서막에 불과했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더라도 상대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거나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을 갖고 2차전을 맞이한 팀은 하나같이 고전했다. 도르트문트와 레스터시티는 1차전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여 2차전에서 승부를 역전시켰고 바르셀로나 역시 PSG를 상대로 축구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대 역전승을 선보였다.

자르딤과 과르디올라 모두 전략가다. 그리고 아마 지난 1차전은 살라딘과 사자왕 리차드처럼서로를 진심으로 인정하는 계기가 된 듯 하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과르디올라는 PSG의 예를 들며 ‘2골을 지키는 축구는 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선발 명단을 확인하기 전부터 페르난지뉴의 위치가 가장 궁금했다. 1차전과 같이 풀백? 아니면 안전한 운영을 위해 미드필더? 과르디올라의 선택은 미드필더였다. 2골의 리드와 불안요소인 수비, 그리고 모나코의 공격력은 인정한 선택으로 판단되었다.

자르딤 vs 과르디올라. 자르딤은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하나다. (UEFA.COM)

자르딤에게는 모나코에서 맞는 세 번째 시즌이다. 14/15시즌 모나코에 부임하여 곧바로 견고한 수비력을 조직했고 첫 시즌에 아스널을 꺾고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부진했다. 안토니 마샬 등 주축 선수들의 이적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챔스 플레오프에서 탈락, 유로파리그에서도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다. 이번 여름 벤자민 멘디, 카밀 글리크, 지브릴 시디베 등 알찬 영입을 통해 전력을 보강했고 현재 모나코는 과거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2004년 이후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르딤은 43살의 젊은 감독이다. 과거 올림피아코스,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쌓은 경험과 최근 모나코에서 보낸 두 시즌은 자르딤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14/15시즌 모나코는 실점이 매우 적은 팀이였다. 조별리그 여섯 경기에서 단 한골만 내주며 16강에 진출했고 확실한 역습으로 아스널을 무너뜨렸다. 기억해보면 2년 전 모나코는 실점은 매우 적지만 수비 자체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상대에게 슈팅도 종종 내줬지만 블로킹 비율이 높았고 팀원 전체가 다같이 페널티 에어리어를 보호하는 느낌이였다. 그랬던 모나코가 이번 시즌 현재 45차례의 공식 대회에서 총 126골을 넣었다. 경기당 2.8골로 유럽 5대 리그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아직 3월인데 리그 득점은 총 84골. 2위인 PSG보다 무려 26골이나 더 넣었다. 자르딤 감독은 부임 첫 해 수비를 정립했고 지난 해 혼란기를 거쳐 이번 시즌 “완전체 모나코”를 만들었다.

4-4-2 포메이션, 크로스 능력과 활동량을 갖춘 풀백, 기술 좋고 빠른 윙어, 튼튼한 중앙 미드필더, 그리고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투톱 포지션까지 견고한 중앙과 폭발적은 측면은 속공 뿐 아니라 지공 상황에서도 장점을 발휘했고 리그에서 총 14명이 골 맛을 본 것처럼 득점 분포와 루트 역시 다양하다. 오늘 모나코는 ‘인간계 최강’ 팔카오와 수비의 핵심 카밀 글리크가 결장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모나코는 두 선수 없이 많은 경기를 치렀고 경기 스타일은 일관적이였다.

모나코 패스맵 - 좌우 측면 플레이시 중앙 유닛과 연계 과정이 활발했다. (OPTA)
맨시티 패스맵 - 후반전부터 경기력을 회복했지만 풀백에서 중앙으로 투입되는 패스가 적었다. (OPTA)

# 모나코, 전반 45분을 지배하다


‘모나코가 준비를 정말 잘해왔구나!’ 전반전을 중계하며 받은 느낌이다. 사네-실바-데브라이너-스털링으로 이루어진 맨시티 공격 2선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다. 공의 속도와 신체의 속도 모두 빠르게 진행 할 수 있다. 하지만 2선에서 속도가 발생하려면 3선 이하에서 양질의 패스가 공급되어야 한다. 전반전, 자르딤 감독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둔 것 같았다.

모나코의 수비 시작점은 다소 애매했다. 그렇게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았다. 맨시티가 1차 빌드업을 시도하면 공이 측면으로 이동했을 때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여기까지는 맨시티도 많이 겪어봤기에 익숙한 상황이다. 상대가 높은 지점에서 압박을 시도하면 맨시티는 20미터 정도 전진하는 중거리 패스로 ‘한 칸 건너’ 그 압박을 벗어났다. 하지만 전반전 모나코는 맨시티가 짧은 패스를 주기에도, 킥을 하기에도 애매하게 수비 범위의 거리를 조절하여 맨시티의 기초 빌드업을 차단했다. 모나코는 맨시티의 기초 빌드업 루트를 확실하게 연구했고 맨시티의 약점이 측면에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여 구체적으로 공략했다.

모나코의 애매한 수비라인 설정은 맨시티를 곤란하게 했다. (SPOTV 캡쳐)
한 칸 건너가는 패스에 대한 대비 (스포티비 캡쳐)

결과는 전반전 모나코의 두 골 리드. 그리고 맨시티의 49% 점유율과 ‘0’ 의 슈팅 숫자 였다. 하프라인 밑에서부터 꼬이다보니 하프라인 위의 개인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한계가 있었다. 페르난지뉴는 세컨볼을 따라다니기 바빴고 사냐와 클리시 두 풀백은 빌드업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맨시티에게는 이번 시즌 가장 무기력했던 전반 45분 이였다.


# 맨시티에게 가장 치명적이였던 두 번째 실점

6분 만에 터진 음바페의 첫 번째 골 장면, 맨시티에게는 사냐의 라인 컨트롤이 아쉽겠지만 이는 긴박한 상황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오늘 맨시티에게 가장 치명적인 실점은 28분에 발생한 파비뉴의 골이였다. 측면에서 멘디의 크로스를 시도했던 순간이 포인트다. 발이 공과 만나기 전에 멘디는 고개를 들어 가운데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여유가 있었고 목표는 비어있던 파비뉴였다. 이 장면에서 스털링은 수비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했다. 멘디가 크로스를 위해 르마의 뒤로 움직일 때부터 파비뉴가 이동하는 만큼 함께 움직였다면 맨시티는 실점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나 수비 상황에서 게으르면 뭔가 일이 터진다.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보지 못해서 따라가지 못한 것과 봤음에도 불구하고 따라가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공격 포지션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수비력은 결코 대단한게 아니다. 수비는 수동적이기에 부지런해야하며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 파비뉴가 터뜨린 모나코의 두 번째 골은 오늘 경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다.


# 풀백의 차이

맨시티의 불안요소는 풀백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상대의 압박을 예방하기 위해 종종 측면 미드필더를 좌우로 넓고 깊게 배치시키고 풀백들을 가운데로 이동시켜 기초 빌드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오늘 클리시와 사냐는 그 역할을 원활하게 해내지 못했다. 빌드업 과정에서 보다 공에 직접적인 관여가 필요했는데 그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속도, 폭발력, 수비력, 크로스 등 풀백이 해야 할 모든 역할에서 모나코 풀백이 그들보다 나아보였다.

맨시티 기초 빌드업 과정에서 풀백의 동선

모나코의 두차례 필드골은 모두 측면 크로스에서 비롯됐다. 벤자민 멘디는 훌륭했고 후반기에 다소 폼이 떨어진 지브릴 시디베 역시 준수했다. 맨시티 벤치에 앉은 선수 중 풀백 자원은 사발레타가 유일했다. 과르디올라의 팀에는 항상 재능 넘치고 영리한 풀백이 있었다. 펩 축구에서 풀백은 그냥 단순한 풀백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가올 여름 맨시티에게 가장 시급한 자원은 두말할 것 없이 풀백이다.

모나코 풀백의 전진 패스 능력

# 야야 투레, 꺼내지 못한 한 장의 카드


전반전 두 골을 내준 맨시티는 골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장점인 2선 유닛들을 살리려면 볼 공급원이 필요했다. 하프타임에 투레에 대한 생각을 했다. 수비적인 리스크는 있겠지만 우선 순위는 2선을 살려야 했기 때문이다. 중계 화면에서도 투레가 워밍업 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고민하는 모습이였다. 하지만 후반전 맨시티 후방에서 조금씩 공이 돌기 시작했다. 데브라이너가 내려와 기초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모나코의 1차 수비 집중력이 전반전보다 하락하면서 조금씩 전진패스가 투입되기 시작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전방 45도 각도로 전진 패스를 투입하면 다양한 가능성이 생긴다. 그 패스 하나로 측면과 중앙을 동시에 공략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전 이런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사네의 추격골도 결국 이 과정에서 시작됐다. 과르디올라는 유일한 교체 카드로 이헤아나초를 투입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없었다. 투레나 나바스 등 추가적인 공격 유닛이 투입되었다면? 결국 모두 가정에 불과하다. 축구에서 모든 전력과 전술은 결국 결과론이다.


# 바뀐 팀 정책의 결실, 킬리안 음바페

1998년 생, 이제 겨우 18살이다. 모나코 유스 출신으로 프랑스 U19 대표팀의 주축이다. 지난 1차전에서도 골을 넣었고 오늘도 다시 한번 득점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리그 21경기에서 10골, 12월 이후 두 차례 헤트트릭을 기록했다. 빠르고 역동적이며 우수한 슈팅 능력 때문에 ‘제 2의 앙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모나코의 러시아 재벌 리볼로프레프 회장은 구단을 인수한 후 1부리그로 복귀한 13/14시즌에 팔카오,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며 2천억 가까운 비용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 이후 해마다 그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자르딤 감독이 빠르게 팀을 궤도에 올렸고 팀의 정책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스타급 선수 대신 스타가 될 어린 선수를 영입했다. 유소년 시스템과 스카우트 팀을 확대하고 비야레알 단장이였던 안토니오 코르돈을 테크니컬 디렉터로 영입하며 내실을 다졌다. 실제로 두 시즌 전 여름 이적 시장에서 티무에 바카요코, 베르나르두 실바를 포함하여 15명을 영입하는데 사용한 이적료는 470억에 불과했다. 현재 22살에 불과한 바카요코와 실바는 팀의 핵심 선수이며 두 선수 모두 빅클럽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모나코는 젊은 팀이다. 오늘 맨시티 전에 선발 출전한 선수 중 6명은 23세 이하의 젊은 자원이다. K리그에 이 팀을 옮겨놔도 23세 이하 출전 규정에 의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빅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고 이번 여름이 지나면 모나코의 몇몇 선수들은 우리에게 보다 익숙한 유니폼을 입고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모나코는 자르딤 체재에서 경기 스타일 뿐 아니라 구단 스타일까지 확립했다. 모나코는 훌륭한 스타 양성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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