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캠프 미니토크] 황재균 "미국 도전, 일말의 후회도 없다"

조회수 2017. 3. 16. 13: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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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활약을 펼치며 즐거운 도전

애리조나 스콧츠데일의 숙소에서 마주친 황재균(30)은 참 편안해 보였습니다.

굉장히 치열하고 불안정한 경쟁을 펼치고 있음에도 현재 닥친 상황이나 하고 있는 야구와 경쟁이 아주 즐겁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불안하고 중압감도 컸지만 마음도 아주 잘 다스리며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도 이제 황재균의 파워는 인정을 받고 있고, 의외로 빠른 주력이나 수비력도 그에게 눈을 돌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주전이 있고, 베테랑 선수들이 즐비하게 경쟁 상대여서 개막전 로스터는 아직은 낙관할 수 없는 상태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도전 자체만으로도 황재균은 후회 없이 모든 것을 던지고 있습니다.

치열한 캠프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황재균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민기자: 와서 뛰어보니 기분이 어떤가?

황재균: 재미있다. 진짜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민기자: 몸 컨디션은 어떤가?

황재균: 아픈 데는 없어 다행이긴 한데 매일 매일 긴장해서인지 좀 피곤하긴 하다. (웃음) 원래 긴장을 진짜 안 하는 성격인데 타석에서도 그렇고 나도 모르게 긴장을 많이 하는 모양이에요.

민기자: 그때문에 타격 코치가 타격 자세 얘기도 했다는데

황재균: 타석에서 내가 꽤 긴장을 했던 모양이다. 타격이 끝나고 데커 코치가 부르더니 한국에서도 투수가 사인 보내는데 그러고 있냐고 물었다. 무슨 소리냐고 나는 그냥 편하게 하고 있다고 했더니 (어깨 쪽으로 양손을 올리고 잔뜩 굳은 포즈를 취하며) 근데 왜 이렇게 하고 있느냐고 하더라. 그러면 경직돼서 더 느리다는 말을 해줬는데 그래서 나도 그런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됐었던 모양이었다.

민기자: 상당히 좋은 타격감을 보이는데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황재균: 그게 좀 힘들기는 한데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같은 초청 선수 신분이라고 해도 다른 애런 힐이나 지미 롤린스, 고든 베컴 같은 선수들은 메이저 경력이 많은 베테랑이니까 당연히 먼저 기회를 주는 것은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하루에 한 타석 나가면 여기서 쳐야한다,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좀 어려운 것 같다.

민기자: 그래도 홈런도 계속 치고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황재균: 나도 깜짝 놀랐다.(웃음) 첫 번째 홈런은 대수비 들어가서 무사 1,3루에서 투 스트라이크에 몰렸다. 전날 삼진도 두 개 당하고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됐는데 갑자기 1,2루간이 아주 넓어보였다. 그래서 저기다만 치면 일단 병살은 안 되고, 타점도 올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쳤는데 들어오는 공이 높았다. 그래서 그게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두 번째 홈런은 변화구가 높았는데 궤도가 높게 잘 떠서 넘어갔다.

*인터뷰 다음 날 황재균은 3호 홈런을 쳤습니다. 좋은 궤적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는데 맞는 순간 좌익수나 현장 중계진도 전혀 넘어가리라 예상을 못할 정도로 어려운 타구를 퍼 올린 괴력의 홈런이었습니다*

민기자: 작년부터 뜬공이 더 많아진 건가?

황재균: 꼭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닌데 스윙 궤도 자체가 그렇게 좀 바뀐 것 같다.

민기자: 작년에 롯데에서 타격 코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데.

황재균: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장종훈 코치님은 타석에서 심적으로 안정을 시켜 주셨다. 작년 초반에 홈런도 안 나오고 FA라 초조하기도 했는데 어차피 시즌 끝에 가면 너의 홈런 개수 나오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안정을 많이 시켜 주셨다. 프랑코 코치는 그때 내가 팀의 4번 타자니까 상대 투수들이 나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타석에서 공격적으로 하되 상대가 나와 승부를 할 타이밍인지, 승부를 하지 않은 타이밍인지를 알려주셨다. 이런 상황, 이런 볼 카운트에서는 절대 좋은 공을 안 준다 등을 알려주셨는데 하다 보니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민기자: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황재균: 여기서는 내가 그런 신분이 아니니까 사실 어떻게 승부해야 할지 어렵고 다시 헷갈리기도 한다. (웃음) 지금 같으면 변화구가 들어와야 하는데 뻥 강속구가 들어오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는데, 지금은 카운트 싸움이고 뭐고 그냥 본능적으로 치고 있다. (웃음)

민기자: 커쇼와 짧은 대결을 펼친 소감은?

황재균: 커쇼 커브가 휘리릭 하면서 정말 빨리 떨어지더라. 현진이가 시즌 가면 더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하더라. 어쨌든 아쉬웠다. 좀 더 쳐보고 싶은 마음도 크고 시즌 때 꼭 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러나 그런 대단한 투수와 상대를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그런 것만으로도 여기 오길 잘했다, 야구하면서 나도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투구 동작이 타이밍을 잡기가 힘든 투수였다. 원래 초구 속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한 가운데 실투가 왔다. 그런데 투구 동작에서 타이밍을 잡기 못해 놓치고 말았다. 다리를 들었다 내렸는데도 공을 던지지 않았다. 자주 상대하면 타이밍을 잡을 것 같다."

민기자: 전반적으로 투수들 상대하기는 어떤가.

황재균: 일단 전반적으로 좋은데 또 안 좋은 투수도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투수가 더 좋은 선수도 있고. 그러나 역시 메이저 선수나 톱 유망주들은 구위가 아주 좋더라. 근데 이제 슬슬 변화구가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정말 변화구가 아예 안 보이더라. (웃음)

현지에서 황재균을 보는 시선은 점점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황재균은 매일 매일 눈을 뜨게 만든다'는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민기자: 첫 두 타석에서 연속 헛스윙 당한 사연이 있다던데. (웃음)

황재균: 근데 그게 공 6개에 헛스윙 연속 삼진이 아니다! 볼 파울 파울 헛스윙, 그리고 스트라이크 파울 헛스윙이었다. 공 6개에 연속 헛스윙 삼진이 아니었다.

민기자: 김현수 선수가 잘못된 정보를 준건가?(웃음)

황재균: 어휴 정말 그 XX (웃음) 처음에 스프링 캠프 어떻게 해야 되냐고 현수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내가 신인이고 캠프에서는 투수들이 점검 차원에서 나한테 직구만 던질 테니까 그것만 노리고 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첫 타석 초구가 진짜 직구와 왔는데 볼이 됐다. 그래서 정말 직구만 노리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두 타석 연속 삼진 먹은 두 타석에서 직구는 그거 하나였다. 나머진 전부 다 변화구였다.

민기자: (같이 웃음) 당황됐겠다.

황재균: 그래서 애들한테 물어봤다. 나는 루키이고 캠프인데 왜 내게 직구를 안 던지냐고. 그랬더니 베테랑들은 자기가 시험해보는 구질을 많이 던지고 마이너 애들은 짧게 올라오기 때문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변화구도 많이 보여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현수에게 바로 전화했다, 미쳤냐고. (큰 웃음)

민기자: 동료들과는 어떤가? 특히 포지를 만나고 싶어 했는데.

황재균: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내가 루키이고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먼저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어서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래서 처음에 내 자리에 앉았는데 의외로 애들이 생각보다 처음부터 먼저 와서 인사도 건네고 그러더라. 특히 헌터 펜스는 내게 와서 얼굴을 보자마자 ‘나 너 안다!’면서 배트 플립 흉내를 내기도 했다. (웃음) 애들이 너무 잘 해줘서 팀을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지는 생각했던 그대로 아주 젠틀하고 야구 얘기도 하고 또 동갑이라 더 친해질 것 같다. 분위기도 그렇고 왜 명문 팀인지 알겠다는 느낌이었다.

민기자: 통역이 있지만 직접 소통을 잘한다고 벌써 얘기들 하든데.

황재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닌데, 에이전트 얘기가 내가 의외로 아는 단어가 많다고 하더라. 문장을 다 알아듣는 게 아니고 내가 아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와 상황과 눈치로 알아듣는다. (웃음) 아직 말은 잘 못하고 단어로 이야기하고, is나 to나 이런 것을 어디에 쓸지 말 몰라 아무데다 막 같다 붙인다. 그러면 옆에서 통역이 그럴 때는 이렇게 쓰면 된다고 알려준다. 그래도 애들이 알아듣기도 한다. 그리고 차타고 다니면서 통역이 영어를 많이 알려주는데 들어도 잘 모르겠더라. 그래도 듣는 건 잘 한다고 그런다. 

민기자: 이제 슬슬 선수들이 사라지기 시작할 시기다.

황재균: 벌써 6명이 (마이너로) 갔다. 경기 중이었는데 통역이 SNS에 6명이 내려간다고 떴다고 알려줬다. 그 애들은 아직 더그아웃에 있었는데. ‘끝나고 알게 되면 기분 정말 안 좋겠다며 나도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했더니 통역이 ‘형, 저도 그러면 큰일나요,’라고 말해 웃기도 했다.

민기자: 1루수로도 나섰는데 수비는 어떤가?

황재균: 3루 수비는 점점 편해지고 있다. 갈수록 한국에서 하는 그런 느낌이 온다. 맷 무어 선발 때 주자 1,3루에서 3루 선상 빠지는 공을 다이빙해서 잡아 1루 송구로 잡았을 때 모두 약간 놀라는 것 같았다. (웃음) 그런데 1루수로 나섰을 때는 많이 긴장되더라, 워낙 오랜만에 1루를 보는 거라. 넥센 루키 때 전체 백업했을 때 해보고 처음이었다. 다행히 무난하게 끝나긴 했는데 앞으로도 1루와 외야도 계속 연습을 할 것이라고 하더라. 그 점은 나를 다양하게 쓰려나 싶어 나쁘지 않다.

민기자: 지금까지 느낌은 어떤가? 개막전 전망.

황재균: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른 선수들도 잘하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운이 조금 따라야할 것 같기도 하다. 베테랑들이 많아서 내가 감독이라도 비슷하면 베테랑을 쓰지 않을까. 한 가지 밀고 나갈 수 있는 건 파워, 그거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웃음)

민기자: 그렇다고 장타를 의식해서 타격을 하긴 어렵지 않은가?

황재균: 처음에는 솔직히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가끔 (타석에)들어갈 때는 내가 보여줄 건 그것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얘들을 이길 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스윙도 커지고 삼진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정확히 중심에만 맞추다 보면 넘어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바꿨다.

황재균은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이 어려운 도전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말의 후회도 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민기자: 얘기를 잠깐 돌아가 보면 롯데에서 거액을 제시했는데도 이 불안한 선택을 한 가장 큰 이유는

황재균: 돈 많이 받고 내 수비 위치 있고 내 자리 있고 팀의 중심 타자로 뛸 수도 있었지만 후회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만약 안 왔으면 한국에서 아침에 일어나서 내 친구들 MLB 뛰는 것도 보고 하이라이트도 보고 할 텐데 그것을 보면서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되게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해보고 경험이라도 해보고 잘되면 엄청 좋은 거고 그래도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미국 야구라는 것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긴 싫었다.

민기자: 혹시 안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안 됐나

황재균: 물론 안 될 수도 있을 텐데 걱정도 들었다. 쇼케이스도 반응이 좋았는데 너무 미국 FA 시장이 미지근하더라. 협상 요청도 안 들어오고. 사실 나는 그런 것을 잘 알지도 못하고. 게다가 한국에서는 국내 구단과 만나지도 않았는데 계속 그런 기사가 나오고 많이 힘들었다. 그러다가 부모님과도 상의를 하고 스플릿 계약이라도 가자고 결심을 했다.

민기자: 지금까지 일말의 후회도 없나.
황재균: 후회도 없고 내 스스로에게 너무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민기자: 아직 결정된 것도 없고, 최악의 경우 마이너로 갈 수도 있는데.

황재균: 결정된 것은 없지만 지금이 너무 좋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혹시 마이너로 가도 내가 열심히 잘만 하고 있으면 두 달 안에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기자:그 정도로 의지가 단단한 건가?

황재균: 그래도 남자가 한 번 왔는데 메이저에서 한 경기라도 뛰어봐야 되지 않겠나.

민기자: 개막전 엔트리도 들어가고 잘되면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라면?

황재균: 뛸 수 있는 한 오래 뛰고 싶은 게 목표다. 자유롭고 운동하고 야구하는 분위기도 아주 마음에 든다.

민기자: 여가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

황재균: 시범 경기 시작하니 여가 시간이 거의 없다. 아침 6시에 일어나 6시 40분경에 야구장에 도착한다. 워밍엄 하고 핫팩 그런 것 하고 아침 먹고 웨이트 골반 운동 등 하고 수비 코치에게 가서 수비 받고 케이지 가서 배팅 하다보면 미팅 시간이다. 그리고 단체 운동하고 점심 먹고 경기 나가면 끝나고 치료나 회복 운동하면 저녁 먹을 시간. 그러면 숙소로 와서 조금 쉬다가 잔다. 그런데 신기한 게 선발 나가도 5회에 교체되면 운동하고 그냥 집에 간다. 처음엔 신기해서 계속 물어봤다, 나 루키인데 가고 되냐고. (웃음) 수석 코치가 할 것 있으면 알아서 하고 가라고 하더라.

민기자: 캠프 끝나고 계약 파기 권리도 있는데.

황재균: 옵트 아웃 권리가 있지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일단 캠프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물론 여기(메이저에) 계속 있고 싶다. 그러나 조건 같은 것 생각하지 않고 내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민기자: 팬들에게 한 마디.

황재균: 생각보다 더 많은 응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매일 아침 기분 좋은 소식 전해드리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황재균의 각오는 아주 단단합니다. 전화번호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번호인 415번으로 개통했고, 이름은 모두 영문으로 입력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즌을 시작한다는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그 정도로 단단히 목표를 잡고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편안하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입니다.

당초 자이언츠는 백업 보험용 정도로 황재균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캠프가 이어질수록 점점 그를 쳐다보는 눈이 긍정적이고 기대 이상이라는 시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연 치열한 경쟁을 뚫고 25인 로스터에 포함될지는 여전히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거쳐고 이겨내야 하지만, 그의 도전은 결과적인 성패를 떠나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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