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유다'(배신자)로 전락해 버린 스페셜원

조회수 2017. 6. 1. 18: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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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첼시 No.1 감독은 유다?

“You are not Special One any more.(당신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Special One’이라고 칭송했던 전 감독을 향한 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나아가 언론들은 ‘Humalited One’(굴욕적인 사람)이라는 헤드라인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열렸던 첼시와 맨유의 리그 9라운드 경기 후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리벤지매치의 현장 스탬포드브릿지

작년 10월 23일의  환희와 굴욕이 공존하는 그 현장에서 두 팀이 다시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그가 아닌 FA컵이었습니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유도 초반의 부진한 모습이 아닙니다. 첼시는 리그에서 승승장구하며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리그11경기를 남겨 둔 시점에서 2위와도 승점 10점 차이가 납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나 팬들은 첼시의 우세를 예상하고 있었죠. 또 다시 맨유에게는 굴욕을 첼시에게는 환희를 안겨 줄 경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매치업이었습니다.


두 감독의 경기 전 이야기

무리뉴 감독도 맨유 TV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즐라탄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지고 간다. 우리는 리저브팀과 함께 갈 수 없으며, 우리팀 안에서 첼시와 경쟁할 수 있는 좋은 팀을 만들도록 관리하고 노력할 것이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다.”라고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각오를 보였습니다. 특히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라는 말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맨유라는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그의 발언이 첼시팬들에게는 서운함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면서 “첼시는 나에게 다른 점이 없다. 나는 경기 전과 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날 것이다”라고 하면서 팬들에 대한 의식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콘테감독은 승패에 대한 언급보다 양팀의 키플레이어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이 가르치던 선수와 가르치고 있는 선수인 맨유의 포그바와 첼시의 캉테입니다. “폴(포그바)은 훌륭한 기술과 체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훈련과정에서도 열정이 있는 최고의 선수다.”며 과거의 제자에 대해 그리고 “은골로(캉테)는 팀을 위해 위대한 헌신을 하는 환상적인 선수다. 그는 경기 뿐만 아니라 훈련에서도 100%를 하는 성실한 선수다.”며 현재의 제자에 대해 극찬을 합니다.

과연 과거와 현재의 제자중에
누가 경기를 지배할까요? 


훈련중인 맨유선수들과 핵심선수 포그바


'유다'(배신자)가 된 '스페셜원'과 첼시팬들의 애증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미디어석 취재가 불허될 정도로 각국 언론의 관심이 많은 경기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FA컵 8강전 중에 가장 큰 이슈를 모으는 경기였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팬들은 토트넘과 밀월의 8강전이 더 흥미로웠을지 몰라도…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이미 ‘조세 무리뉴~’가 연호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스탬포드브릿지에서 늘 듣던 소리입니다. 그런데 이 날은 첼시팬이 아닌 맨유팬들이 외치는 소리였습니다. 낯설었습니다. 무리뉴를 연호하던 맨유팬은 “무리뉴는 세계 최고의 감독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더 많은 트로피를 선사할 것이다.”며 그를 칭송하였고, “오늘 경기는 우리가 이길 것이다. 지난 경기와 같은 굴욕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4대0 패배의 아픈 기억을 갚아주고 싶은 듯 했습니다.

대대로 첼시팬이라는 조엘씨는 “무리뉴는 예전에는 특별하였지만 이제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콘테가 특별한 사람이다.”며 현재의 감독을 치켜 세웠고, 양팀의 키플레이어인 포그바와 캉테에 대해서는 “캉테는 태클을 자주하고 포그바는 머리스타일을 자주 바꾼다.”며 은유적인 표현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인 캉테가 훨씬 도움이 되는 성실한 선수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재미있는 표현이었습니다. 

대대로 첼시팬이라는 조엘과 대니

인생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리뉴는 2013년 6월 첼시로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나는 여러분들 중의 한 명(I'm one of you)’이라는 표현으로 팬들을 열광시키며 스탬포드 브릿지로 입성했습니다. 이후 팬들에게 ‘스페셜원,의 특별한 대우를 받았고, 2015년 12월 첼시를 떠날때만 해도 안타까워하는 팬들의 격려를 받으며 떠났던 그였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 10월 붉은 유니폼을 입고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는 참담한 경기결과와 더불어 “You are not Special ONE any more’이라는 팬들의 굴욕적인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이번 경기에도 역시 “You are not Special ONE any more, You are Judas.”(당신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이 아니야. 당신은 배신자 유다일 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Judas(유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예수의 12제자 중에 한사람이었으나 은30냥에 예수를 팔아버린 사람. 배신의 대표적인 인물.


왜 첼시 팬들은 유독 무리뉴에게 가혹할까요?

무리뉴를 너무 사랑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관계가 꼭 사랑했다가 헤어진 연인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증의 관계처럼

무리뉴감독을 왜 유다라고 부르는진 그 이유를 설명해 준 첼시팬

그리고 첼시 팬들은 맨유 응원석을 보며 “We are top of the league. We hate Tottenham.(우리는 리그 1위다. 우리는 토트넘이 싫다.)”고 외쳤습니다. 경기와는 상관없는 참 뜬금없는 내용입니다. 아스널팬들에게서 듣던 소리였는데…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FA컵 4강전에서 첼시는 토트넘을 만나게 되네요. 미리 4강을 예측한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현장은 재미있습니다.

갑자기 손흥민선수가 떠오르네요. 최고의 팀, 최고의 미드필더와 맞붙게 될 물 오른 쏜의 모습이…


베스트플레이어와 현재 첼시의 No.1 감독 '유다'

경기 결과는 지난 번과 같은 일방적인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무리뉴와 맨유 선수들 그리고 팬들은 전반에 에레라가 퇴장을 당한 것이 변수가 되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과가 1대0이었으니까요. 포그바와 캉테의 키플레이어 대결에서는 캉테가 승리를 거두었구요. 경기 후에 첼시의 주장인 케이힐은 “캉테는 최고의 선수다.”라고 하였고, 첼시레전드인 램파드는 “캉테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라는 극찬을 했습니다. 무리뉴에게 “넌 최고의 선수다”라는 극찬을 받았던 램파드가 그 극찬의 주인공 배를 침몰시킨 캉테를 향해 극찬을 한 것입니다.

캉테를 극찬한 첼시 레전드 램파드

캉테는 첼시의 레전드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억되는 마켈렐레, 제2의 마켈렐레를 찾던 팀에게 ‘마켈렐레’를 넘어선 선수라는 칭송도 받게 됩니다. 포그바도 뛰어나고 핫한 선수이지만 현재 프리미어리그 미드필드의 지배자는 캉테라는 생각입니다.

무리뉴 감독이 팬들의 반응을 그냥 지나쳤을까요?

“당신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이 아니야. 배신자 유다일 뿐”이라는 팬들의 야유에 대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무리뉴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이 날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다. 난 프로페셔널이다. 그들에게 프리미어리그를 4회 우승시킨 감독이 올 때까지는 내가 넘버원이다. 그것을 넘어설 감독이 오면 난 넘버투가 되겠지. 그러나 그 순간이 올 때까지는 유다가 넘버원이다.”


스페셜원의 칭송을 받다가 한 순간에 배신자 소리를 듣게 되었고, 자신을 배신자라고 외치는 전 소속팀 팬들에게 ‘배신자가 여전히 이 팀의 No. 1'이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무리뉴 감독.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제자가 양팀의 핵심선수로 경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콘테감독, 그리고 세계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포그바와 캉테. 그들의 현 상황과 관계 그리고 현장에서 보여 준 모습은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경기력 뿐만 아니라 이런 요소들이 인기 리그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과연 언제까지 무리뉴 감독은 첼시팬들에게 유다로 남아 있을 것이며, 첼시는 언제까지 유다가 No.1감독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인지.. 앞으로 전개될 그들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그런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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