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손흥민은 우리의 생각보다 강합니다

조회수 2017. 3. 14. 14: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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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입단 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의 기억과 위기마다 더 강해져서 돌아오는 손흥민
손흥민의 EPL 첫 시즌이었던 2015/16시즌 초반기 첼시와의 홈경기에서 손흥민의 모습. 토트넘 홈구장인 화이트하트레인은 기자석과 피치의 거리가 아주 짧아서 왼쪽 윙 포지션에서 뛰는 손흥민의 모습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사진출처=스포츠서울
"저 괜찮아요." 

손흥민의 토트넘 입단 후 첫 시즌이었던 2015/16시즌, 부상과 EPL 적응 등의 문제를 겪으며 팬들 사이에서 그의 토트넘 입단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느냐라는 우려가 나오던 2016년 겨울의 일입니다.

그 당시 많은 경기에서 그랬듯(돌아보면 아마도 그 때가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을 것입니다) 손흥민은 그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몇 경기 째 경기에 못 나서고 있는 선수에게 인터뷰를 위한 질문을 하는 것은 너무 부담이 되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다만 그 과정을 모두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에게 그저 힘내라는 한 마디를 하고 싶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시간 쯤 기다려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5분만 더 기다려보자라고 생각하던 찰나 손흥민이 믹스트존을 걸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지 기자들은 이미 모두 철수하고 저를 포함 한국에서 온 통신원 두 명과 손흥민, 그리고 그와 함께 걸어나오는 토트넘의 미디어 담당자 네 명만 남아있던 조용한 믹스트존에서 저는 손흥민에게 "손흥민 선수 요즘 괜찮으세요? 많이 답답하실 것 같아서..."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나 그는 저의 질문에 오히려 활짝 웃으며 "저 괜찮아요. 에이 제가 뭐..."라며 그를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과 따뜻하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 때 그의 모습과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현장의 분위기 속에는 몇 경기째 경기에 못 나서고 있어서 침울해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그 상황에서도 당당했고 자신감 있어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시즌 후반기에 들어 그는 축구팬들께서 보셨던 것처럼 첼시 등을 상대로 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 무대 위에서 자신의 기량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토트넘에서의 두번째 시즌인 2016년 12월, 스완지 전에서 골을 터뜨린 후 믹스트존에서 현지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있는 손흥민의 모습. 그는 현지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도 전혀 주눅들거나 긴장하지 않고 늘 당당하고 침착한 모습이다. 사진출처=스포츠서울 
토트넘 훈련장에서 열렸던 '코리아미디어데이'에서 취재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있는 손흥민. 자신의 첫 시즌에 대해 돌아보는 질문이 많았던 이 자리에서 그는 사진 속 모습처럼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사진출처=스포츠서울

두 시즌 째 그를 잉글랜드의 축구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늘 웃는 얼굴이지만 내면으로는 강인한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느꼈던 경우는 그 외에도 더 있었습니다.

그는 믹스트존에서 이뤄지는 짧은 인터뷰가 아니라 정식으로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도, 또 한국 취재기자들과의 인터뷰가 아니라 영국 및 유럽 미디어들과의 인터뷰 현장에서도 늘 공손하고 침착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입니다. 때때로 몇 경기 연속으로 경기를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본인이 몇 경기째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현지 및 국내 매체로부터 질문을 받을 때에도 그는 늘 침착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당당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하는, 제가 그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런 말입니다.

"선수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토트넘에 입단했던 2015/16시즌부터 현재까지 두 시즌 동안 그가 뛴 상당수의 경기를(모든 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할 수는 없었지만) 눈앞에서 지켜보고 또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그를 만나서 인터뷰를 가졌던 취재기자로서 손흥민 선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또 걱정을 하는 모든 축구팬들께 제가 확실하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짧고 간단한 한마디입니다.

손흥민은 우리의 생각보다 강합니다. 그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강한 선수입니다.

(손흥민이 밀월 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다음날 잉글랜드 현지에서 발매된 스포츠 신문들. 다양한 매체에서 손흥민의 활약을 집중조명했다. 위에서부터 데일리 익스프레스, 더 선, 데일리메일)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는 밀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특히, 이번 그의 활약은 그가 최근 몇 경기 동안 제대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손흥민이 토트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확실한 카드라는 것을 토트넘 내부적으로도, 또 비단 한국의 축구팬들만이 아닌 잉글랜드와 유럽의 축구팬들 앞에서 당당히 보여줬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일각에서는 그가 해트트릭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스리백 체제에서(익히 알려진 것처럼, 포체티노 감독이 사용하는 스리백 시스템에서는 손흥민의 기량이 아닌 전술적인 이유로 손흥민의 출전기회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손흥민이 앞으로도 꾸준히 기회를 잡을 것이냐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분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토트넘에서 직접 운영하는 토트넘 코리아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서 축구팬분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토트넘이 대승을 거둔 상황에서도 손흥민이 출전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왜 손흥민을 출전시키지 않느냐'라는 애정 섞인 불만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그런 축구팬분들께 저는 잠시 손흥민의 토트넘 이적 이후의 행보를 가만히 돌아보자고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손흥민은 제가 이 칼럼의 서두에서 소개했던 2016년 겨울 이후(그에 대한 팬들의 걱정이 가장 극심했던) 첼시 등 강팀을 상대로 골을 터뜨리며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고, 지난 2016년 8월 말 이적설에 휘말린 직후였던 9월에 토트넘 입단 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며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포체티노 감독이 본격적으로 스리백 시스템을 사용하며 출전기회가 제한되며 또 한 번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샀던 바로 그 상황에서 잉글랜드 무대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터뜨렸습니다.    

즉, 그는 토트넘 입단 이후 지금까지 늘 위기가 있을 때마다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사실 그 자체가 다시 한 번 이 칼럼을 통해 제가 축구팬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은 메시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손흥민은 우리의 생각보다, 혹은 우리의 걱정보다 훨씬 더 강한 선수라는 것을.

현장에서 그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또 바로 앞에서 그가 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과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는 한국의 축구 기자로서 저 역시 손흥민이 앞으로 더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되길 희망합니다.

그러나, 그와 관계없이 저는 제가 겪은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제가 두 시즌 동안 지켜본 손흥민은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갖추고 있는 선수이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 모든 축구팬들께 앞으로 분명히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선수라는 것입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알기에, 저는 축구팬 여러분께 그의 활약을 조금 더 넓고 너그러운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지켜보셔도 괜찮으실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앞으로도 그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중계화면이나 현지언론의 보도 뒤에 숨겨진 그의 모습을 전해드리겠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축구팬 여러분, 그리고 다음 스포츠 독자 여러분. 축구 칼럼니스트 이성모입니다. 다음 스포츠를 통해 축구 칼럼을 연재하며 여러분과 만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 연재를 통해 항상 축구팬 및 독자 여러분과 소통하는 칼럼니스트가 되고자 합니다.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 제 칼럼에 대한 의견은 물론, 칼럼을 통해 알고 싶으신 점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시면 하나도 빠짐없이 확인하고 그 점을 참고해서 다음 칼럼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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