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코리언리포트]박병호, 마음과 근육의 긴장감을 풀어라

조회수 2017. 2. 11. 1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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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변화와 적응 만큼이나 정신적인 긍정적이고 자신있는 접근법도 대단히 중요해

지난겨울 그 누구 못지않게 치열한 준비 끝에 2년째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했던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전혀 예측 못한 황당한 상황에 몰렸습니다.

작년에는 거포 능력과 함께 콘택트 부재라는 약점, 그리고 부상으로 인한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쉽지 않은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약점을 파악하고 보강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했고, 심기일전 새로운 도전의 마음으로 다시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그런데 현지에 도착하자 그를 맞은 것은 40인 로스터 제외였습니다. 그간의 과정은 언론을 통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히 소개되고 반복됐으니 재설명은 필요 없겠습니다.


2016년 메이저리그 첫 시즌 박병호에게는 짜릿한 순간도, 그리고 힘겨웠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MIN SNS


물론, 박병호의 경우는 구단에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웨이버에 공시한 케이스입니다.

그 발표 직후인 2월4일 SNS를 통해 박병호가 마이너리그 신분으로 메이저 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7일에는 ‘박병호의 40인 로스터 제외는 다분히 구단의 계산적이고 현실적인 결정’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 남은 계약으로 볼 때 웨이버에 공시해도 데려갈 팀이 나오긴 희박하다.

- 박병호도 마이너행을 뿌리치고 (100억 잔여금과 기회를 뿌리치고) 떠날 가능성도 희박하다.

- (박병호 대신)젊은 유망주를 웨이버 공시하면 바로 빼앗긴다.

- 어차피 캠프에선 메이저 경쟁 기회를 충분히 줄 것이고, 신분 상관없이 자신을 입증해야 한다.

- 만에 하나 박병호의 조건을 포함해 데려간다는 팀이 나온다면 ‘섭섭시원’ 넘겨줄 의향도 있다.

결론은 하나! 자신이 이겨내서 개막전 엔트리에 당당히 들어가는 것. 가능해 보입니다.’

 결국 박병호는 신분이 마이너로 이관됐고, 구단 수뇌부에서는 캠프에서 박병호에게 충분한 기회를 줄 것이며 팀의 미래 계획에 박병호가 당연히 포함돼 있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요?


아, 확실히 달라진 것은 미네소타 트윈스의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그의 이름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이제 박병호는 트윈스 산하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 소속입니다. (작년에 레드윙스에서 31경기를 뛰며 10홈런 19타점을 기록하다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습니다.)

그러나 박병호의 3년간 925만 달러 계약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2019시즌까지는 여전히 트윈스가 보유권을 갖고 있으며 설령 박병호를 팀이 포기한다 해도 이 액수는 보장됩니다.

만약 박병호가 40인 로스터에 그대로 머물며 스트링 캠프를 치렀다고 했을 때, 만에 하나 박병호가 훨씬 나아진 콘택트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가정한다면 팀에서는 여전히 박병호의 개막전 25인 로스터를 보장했을까요? 답은 단연코 NO입니다.

반면 박병호는 이제 초청선수 신분으로 메이저 캠프에 참가하게 됩니다. 똑같은 훈련을 하고 시범 경기에도 충분한 기회를 줄 것은 분명합니다. 투자한 상품을 그냥 썩힌다는 것은, 아무리 단장이 교체되고 라인이 바뀌었다고 해도 구단 입장에서는 명분이 없습니다. (구단 운영도 정치처럼 줄타기 등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전임 단장의 작품이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박병호의 케이스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이나마 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합니다.)


결국은 박병호가 경쟁을 치러 이겨내야만 메이저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현재 트리플A 소속이나 40인 로스터와 무관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차피 힘겨운 도전입니다.


올해도 미네소타 트윈스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정신적인 접근법도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새롭게 또 도전을 하고 있는 박병호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아마도 스포츠 심리학적으로 198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을 고 하비 도프만 박사의 ‘선수의 관점(Perspective)’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관점이란 판단하고 관찰하는 각 개인의 견지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점에 따라 모든 것을 해석하고 이해한다. 선택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수가 꾸준히 긴장을 풀고 능력을 발휘하려면 긍정적인 관점이 시작이다... 모든 선수들이 긴장을 풀고 경기에 임하면 훨씬 좋은 능력을 발휘한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나 고뇌가 오기 시작하면 관점은 흐려지게 된다. 잔뜩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선수에게 내가 항상 해주는 정석적인 말이 있는데, “너의 근육들도 매일 밤에 모여 맥주 한 잔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 알아? ‘만약 이 친구를 우리를 믿고 그냥 놔두기만 하면 전부 아주 좋은 결과로 이어질 텐데 말이야.'"

 

지나치게 자극되거나 흥분된 상태에서는 어떤 선수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소위 향상성이라고 불리는 - 심리학적인 평정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자신의 관점과 침착성을 보유한 선수는 향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긴장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점점 만연하는 불안의 감정을 지워낼 수 있다..

 

UCLA 대학의 전설적인 농구 감독이었던 고 존 우든 옹은 행복을 '자기 자신과 평화로운 상태’로 규정했었다. 자기 자신과의. 외부의 혼란과 무관하게 내부적인 평화. 그렇게 내부적인 평화로운 상태는 선수가 평온을 유지할 능력을 향상시키며, 그런 신호를 근육에도 전달하게 된다. 그러면 모든 시스템이 편안한 방식 - 능력 발휘를 위한 최상의 운동 상태로 움직이게 된다. 조리 정연한 관점은 근육으로 하여금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한 가운데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수행하도록 격려한다. 우든 감독이 얘기한 바로 그 행복이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시즌인 2016년의 성적이나 기록에 대한 자신의 평가도 중요합니다. 절반의 성공으로 볼 것인지, 절반의 실패로 볼 것인지.

1할대 타율이나 삼진 수자 등에만 매달린다면 첫 시즌은 실패에 중량이 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 시즌을 풀로 뛰었다고 가정할 때 계산된 홈런의 수자가 31개로 나온 것이나, 안타가 될 확률이 높은 잘 맞은 타구 비율이 18.7%로 개리 산체스(뉴욕 양키스, 18.8%)에 이은 리그 2위, 라인드라이브 타구 속도는 리그 10위(156.43km)라는 박병호의 기록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도 박병호의 파워에 대해서는 이미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ESPN.com은 올해 풀타임으로 뛰면 20홈런 이상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놨고, 팬그래프탓컴은 박병호가 올해 타율 2할5푼5리에 21홈런, 55타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타격 동작을 간결하게 수정한 박병호에게는 긍정적이고 자신 있는 관점도 필수입니다.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관점으로 시작하면 육체적인 운동 능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타이밍 싸움이 관건이 박병호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오른손 중지 힘줄 교정수술 등으로 일찍 시즌을 접어야 했던 박병호도 귀국길에 ‘생각을 많이 바꿔야할 것 같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누구에게도 노력이라면 뒤지지 않는 박병호이고, 또 성실함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입니다.

미국에서의 첫 시즌의 충격이 그의 시야를 넓히게 만드는 자극제가 됐을 것이고, 이번 구단의 웨이버 공시 조치 역시 또 다른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의식 갖게 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MLB 구단은 선수의 심리적인 면에서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쓰므로, 그런 것을 잘 활용하면서 시즌을 준비한다면 2017시즌 박병호는 다시 우리를 놀라게 하는 낭보들을 종종 전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미니아폴리스의 타깃필드의 중앙을 가르는 장쾌한 홈런이 올해는 주자가 많을 때 자주 터져주길 기대해 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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