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미국서 훈련 시작한 황재균, "무모함이 아닌 가치 있는 도전이다"

조회수 2017. 2. 7. 0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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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을 걸어야 하지만, 후회 없는 도전이다. 꿈에 투자하는 건 가치 있는 일이기에..”

기자가 황재균을 만난 건 4일(이하 한국시각). 긴장과 설렘보다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의외의 모습에 기자는 “힘듦의 연속일 텐데 긴장되지 않느냐”고 물었고, 황재균은 담담하게 답했습니다.

“긴장은 나와 맞지 않는다. 힘든 길인 걸 알고 택했고,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오히려 결정(SFG와의 계약)되기 전, 무성한 소문과 추측들로 인해 힘들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모든 각오가 되어있다.”

계약하고 난 후에는 되레 마음이 편해지고, 이제부턴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이라며 야구에만 집중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꿈을 향해 달리는 황재균

<동영상=미국서 훈련을 시작한 황재균은 남다른 각오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열심히 함은 물론이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

 #01. 후회 없는 도전이고, 가치 있는 투자다.

보장되지 않은 자리, 예측할 수 없는 결과. 스플릿 계약도 감수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히자 우려,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네가 미국 가서 커쇼의 공을 칠 수 있겠어?’

가장 많이 들었던 걱정의 말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커쇼의 공은 쉽게 치지 못합니다. 황재균의 1차 목표는 메이저리그 타석에 오르는 것입니다. 지금은 그 목표를 향해 전진할 뿐입니다.

황재균은 “어머니도 걱정을 하셨다."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절대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잘 알고 계셨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었기에 잠시 만류를 하기도 하셨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를 잘 알고 계셨기에 지금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고 계신다.”

무엇이 그토록 간절하게 만들었을까. 야구선수에게 메이저리그란 어떤 무대일까.

그는 “메이저리그니까 도전의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야구선수에게 메이저리그는 가장 큰 무대, 도전하고 싶은 무대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야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메이저리그는 한 번쯤 밟아보고 싶은 꿈의 무대다. 나 역시 메이저리그 타석에 올라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바람이 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뀐 순간 멈출 수 없었다.”

황재균은 바람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고 말합니다. 메이저리그. 그리고 무모한 도전이 아닌 가치 있는 도전이라고 전합니다. 야구선수로서 가진 하나의 꿈. 그 꿈에 투자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기에.

“진짜 힘든 길이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가시밭길이라고도 말하고,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표현을 할 정도로 힘든 여정이다. 하지만 한국에 남았더라면 평생 후회로 남았을 것 같다. 만약 한국에 남았다고 해도, TV를 통해서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보고, 인터넷을 통해 기사들을 접할 텐데, 그때마다 후회가 됐을 것 같다. 마음 한구석에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남아있는데, 야구가 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올해가 아니면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았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02. 미국 야구에 맞춰야 한다.

황재균은 준비가 철저한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하고, 실천합니다. 그럼 어느새 그 목표를 달성한 모습을 보게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대학 대신 프로로 가겠다고 선언했고, 프로에 입단해서는 1년 안에 1군에 합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후로 올스타, 국가대표, 그리고 타율 등 내가 설정한 목표를 모두 이뤄냈다.

목표를 세우면 연구를 한다. 막연하게 하고 싶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계획을 세운다. 그대로 하다 보면 목표를 달성하게 되더라. 이렇게 했을 때 이루지 못한 것이 없었고, 그 성취감을 알기에 계속 크고 작은 목표들을 세워나가는 것 같다.”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이뤄나가는 ‘맛’을 알고 있는 황재균은 메이저리그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스프링캠프에서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상황,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입. 그러기 위해선 미국 야구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 첫 번째 과제가 ‘빠른 볼’이라고 말합니다.

“현수, 정호한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확실히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직구가 빠르다고 하더라. 게다가 공이 휜다고 했다. 처음엔 그들도 어떻게 공을 띄워야 할지 몰랐는데, 그 공을 계속 보다 보니 적응이 된다고 했다. 야구를 이제 시작하는 신인은 아니기 때문에 볼에 적응만 하면 때려내는 건 내 몸이 감각적으로 반응할 거라 믿는다. 무조건 타석에 계속 올라서 어떻게든 공을 많이 보라고 조언해줬다. 특히 정호가 이 부분을 많이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을 치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했다고 알려진 황재균. 그는 메이저리그에 맞는 야구를 할 것이라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 타격폼은 한국에서도 꾸준히 수정해 왔다. 바꿀 건 바꾸고, 부족한 건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지금까지 뛰었던 곳은 한국이고, 한국 야구를 해왔다. 올해는 미국에서 미국 야구를 해야 한다. 코치들이 해주는 조언을 잘 새겨듣고, 고칠 게 있다면 고쳐나가겠다. 메이저리그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이들이고, 그들이 해주는 조언은 모두 받아들일 것이다. 정말 루키의 자세, 바닥부터 시작할 각오가 되어 있다.”

#03. 진정성 있고, 현실적인. 그래서 더 빛나는 도전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고 이곳에 왔다. 집도, 차도 모두 팔고 왔다.”

훈련을 마친 후,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터뷰라는 명목하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황재균이 적어도 ‘그냥 한 번 도전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고’라는 마음으로 미국행을 택한 건 아니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기자는 황재균에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여러모로 훨씬 더 훌륭한 선수 같다.”는 말을 건넬 정도였으니까요. 

언론에 알려진 그의 계약 조건은 1년 최대 310만 달러. 메이저리그에 진입했을 때, 인센티브를 포함한 최대금액입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 남게 된다면 연봉은 어떻게 될까.

황재균은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 한국에 있는 집과 차를 모두 처분했음을 알렸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은 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내가 메이저리그에 진입하지 못하고, 트리플 A에 남는다면 연봉 12만 5천달러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 5천만원. 세금 떼고 나면 정말 얼마 남지 않는다. 한국에서 매달 1천 만원씩 연금보험&저축을 했는데, 절대적으로 부족한 금액이다. 그렇다고 지금껏 부었던 저축과 연금보험을 해약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동차와 아파트를 처분하고 왔다. 그리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당분간 생활이 힘들겠지만, 아들의 도전에 조금만 고생해 달라고.”

진정성. 황재균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자세에서 기자가 느낀 그 단어입니다. 막연한 바람, 허황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 목표를 세우고, 차분하게 준비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시밭길을 걸어야 함을 부정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가시밭길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만 할 뿐이었습니다.

“부상만 없다면 모든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황재균. 스프링캠프에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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