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EPL 코리안리거, 이제는 자신들의 기량을 입증할 때
“아직은 이 곳에서 더 뛰어야 할 것 같아요”
1월의 마지막날 밤,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경기가 열렸습니다. 지난 FA컵 위컴 원더러스 경기에서 영화같은 활약을 펼친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의 선발출전 여부와 부상으로 인해 지난 리버풀과의 22라운드 경기에 결장했던 스완지시티 기성용 선수의 회복과 출전여부가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리그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도 계속해서 촉각을 세우게 된 것은 이청용 선수의 움직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날 경기에서 이청용 선수는 명단제외였습니다. 샘 앨러다이스 감독으로 바뀐 이후 단 한번도 명단에서 제외된 적이 없었기에 혹시나 모를 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 있었습니다.
조용히 마감된 유럽발 겨울 이적시장
겨울 이적시장이 마감되었습니다. 중국은 큰 이슈를 몰고 다니며 이적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한데 반해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의 겨울은 여느 때보다 조용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석영 선수가 덴마크 브뢴비에서 일본 가시와 레이솔로, 그리고 김진수 선수가 독일 호펜하임에서 K리그 전북 현대로 이적을 하였을 뿐 다른 선수들의 이적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우리나라 선수들은 이적이야기가 간간히 흘러나오기는 하였지만 결국은 자신의 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기성용 선수의 중국의 거액의 영입설로 시작된 겨울 이적시장은 손흥민 선수에 대한 PSG의 관심 그리고 이적시장 막바지에 흘러나온 이청용 선수에 대한 영입설로 마무리되었습니다.
SON, 왜 이적불가를 선언해야하는지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볼프스부르크 이적설로 이슈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적설을 잠재우며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고, 이달의 선수상도 수상하며 고공행진을 펼쳤습니다.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에 잠시 주춤하였으나 새해들어 다시금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며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컵경기를 제외한 리그경기에는 선발로 출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현재 기량으로 볼 때는 팀에서 이적을 보낼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는 이번시즌 리그 19경기 출전해서 7득점, FA컵 2경기 출전에 3득점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6경기 출전에 1득점을 기록하며 총 11득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록으로 볼 때도 오히려 팀에서 이적불가 선수로 지명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팀에서 출전시간을 늘려주고 그가 지금처럼만 계속 해준다면 이라는 가정이 필요하겠지만요.
KI, 왜 그의 결정이 옳은 결정이었지
지난 여름 이적시장의 중심이 손흥민 선수였다면 이번 겨울 이적기간동안 가장 큰 이슈와 감동을 준 뉴스는 기성용 선수의 이적 이야기였습니다. 유명한 선수들이 유럽과 남미에서 중국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이적시장만 하더라도 비첼과 오스카를 비롯해 테베즈까지 중국행에 몸을 실었습니다. 나아가 야 야투레와 디에고 코스타같은 프리미어리그 빅 플레이어들의 이적루머가 이적시장이 열리는 동안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현재 중국이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거부하기 힘든 천문학적인 액수로 세계적인 선수들의 영입에 기를 쓰고 있는 중국과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중국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축구관계자들이 우려와 더불어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대다수가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거절하며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선언한 기성용 선수의 결정이 놀랍게 다가옵니다. 기성용 선수는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가족과도 가깝고 국가대표경기를 갈 때도 장거리 비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내게는 이상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깊은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갈 수가 없었어요. 아직은 이 곳에서 더 뛰어야 할 것 같아서요. 더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야죠. 제가 이 곳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도 유럽무대에 대한 도전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라며 힘든 결정이었지만 후배들이 유럽무대에 도전할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절친인 이청용 선수도 “성용이의 결정을 존중해요. 저같으면 사실 많이 흔들렸을텐데 그런 조건을 거절하고 잔류를 결정했다는 점이, 친구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결정이 옳은 결정이었음을 입증할거에요. 그만한 실력이 있으니까요.”라며 절친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 같이 활약하는 선수의 입장에서 그의 결정과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의 기성용 선수에 대한 관심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 언론들은 기성용 선수의 결정이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대단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외국인 선수 보유규정이 바뀌어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앞으로 중국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성용 선수는 충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국가대표 캡틴인 기성용 선수를 한국축구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의 기량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LEE, 왜 관심을 가져야하는 선수인지
지난 주까지도 이청용 선수는 “아직 이적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어요. 우선 열심히 주전경쟁 해야죠.”라며 이적하지 않는 것이 우세할 것이라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적시장이 닫힐 시기가 가까워 오면서 현지 언론에 이청용 선수의 이적에 관한 뉴스들이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계속해서 출전시간을 늘린다면 경쟁력이 있는 윙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지 팀들도 자신들의 팀에서는 그런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을 것입니다. 이청용 선수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팀들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기성용 선수가 뛰는 스완지시티가 이적에 연결되어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이적시장을 마감하는 날, 스완지에서 만난 스완지시티 관계자는 “우리는 이적시장이 끝났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출전하지 못한 이청용 선수는 경기 후에 만난 한 언론사기자의 질문에 “다른 곳으로 안 가요. 다만 오늘 경기 결장이 아쉽네요.”라며 이적설에 대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다른 팀으로 가기 보다는 팀에서 더 도전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조용한 이적시장이 되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되는 이적시장이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상황에 충실할 때
중요한 것은 이번 이적시장에 보여 준 우리나라 선수들의 모습은 긍정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핫이슈였던 손흥민 선수는 토트넘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며 팀의 중요선수로 자리잡으며 이번 이적시장에서는 어떤 이슈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기성용 선수는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 국가대표 주장이 어떤 자리인지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떠한지에 대해 그리고 물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에 대한 사실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청용 선수는 주전경쟁에 어려움이 있지만 아직도 많은 팀들이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 이적시장이었습니다.
이제 이적시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6개월 후에 다시 이적시장이 열립니다. 그 때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우리선수들은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그래서 다시 찾아 올 이적시장까지 손흥민 선수는 왜 이적불가를 선언해야하는 중요한 선수인지, 기성용 선수는 왜 그의 프리미어리그 잔류가 옳은 선택이었는지 그리고 이청용 선수는 왜 다른 팀들이 관심을 갖는 선수인지 입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기를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비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