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 원사이드컷]가브리엘 제주스가 펩을 만났을 때

조회수 2017. 2. 2. 10: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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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23R, 웨스트햄 v 맨체스터시티 매치 리뷰
첫 선발, 첫 골, 첫 도움. 맨체스터시티의 신성, 가브리엘 제주스 (epl.com)

“2017년 2월 2일, 가브리엘 제주스가 데뷔골을 기록한 경기를 해설하다.“

오늘 경기 중계를 마치고 다이어리에 적은 내용이다. 왠지 나중에 자랑거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97년 4월 생, 아직 만 20살이 되지 않은 제주스는 단 세 경기 만에 이번 시즌 유럽 겨울 이적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가 되었다. 아마 당분간 맨체스터시티 팬들은 제주스의 플레이를 보며 감탄사 ‘지저스’를 여러 차례 외칠 것 같다. 맨체스터시티는 대단한 재능을 확보했다.

# ‘신성’ 가브리엘 제주스

생각해보니 제주스의 맨시티 데뷔전이였던 지난 토트넘 전도 직접 해설했다. 교체 투입되어 단 10분을 뛰었지만 매우 강렬했다. 이어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FA컵에서 제주스는 풀타임 출전하며 한 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브라질 리그에도 관심이 많다. 제주스의 경기를 처음 본 것은 파우메이라스 시절인 2015년 이였다. 이미 브라질에서는 핫한 선수였고 지난 리우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제주스는 올림픽 직후 곧바로 브라질 A대표팀에 합류했고 새롭게 부임한 티테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월드컵 남미 예선 6경기에 출전, 5골을 기록 중이다.

남미 예선 중계 때도 느꼈지만 가브리엘 제주스의 플레이는 담백하다. 19살이지만 참 간결하다. 화려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동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또한 공격 지역 전 포지션을 소화 할 수 있다. 최전방, 셰도우 스트라이커, 윙어 포지션에서도 편안하게 뛴다. 뿐만 아니라 수비 습관과 감각 또한 뛰어나다. 과거 수많은 남미 출신 공격 유망주들의 공통적인 약점은 수비 능력이였다. 멀게는 호비뉴가 그랬고 가깝게는 네이마르, 피르미누도 처음엔 그랬다. 현대 축구에서 공격 자원들의 수비 능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수비다. 수비에 대한 개념이 습관화되는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공격수들에게 결코 쉬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스는 이미 좋은 습관을 갖고 있다. 여기에 유럽 축구에 정통한 티테 감독이 브라질 대표팀을 맡으면서 대표팀 경기를 통해 제주스는 자신의 좋은 습관을 더욱 극대화 시켰다.

가브리엘 제수스의 볼 터치 분포 (후스코어드닷컴)

공격수가 좋은 수비 습관을 갖고 있으면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이 편해진다. 전방에서 공격수들이 한번 걸러주면 수비수들은 그만큼 에너지를 비축 할 수 있다. 불필요한 스프린트 횟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스의 포지션 소화 능력 때문에 아구에로와 제주스는 공존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스는 지난 세 경기를 통해 아구에로가 갖지 못한 능력을 너무나 잘 보여줬다.

호비뉴가 10대 시절, 산토스에서 맹활약 할 때 브라질에서 그의 플레이를 직접 봤던 기억이 있다. 분명한 건, 그 때의 호비뉴 보다 지금 가브리엘 제수스가 더 강렬하다.

맨체스터시티 미드필더와 제주스의 히트맵, 웨스트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있다. (후스코어드닷컴)

# 미드필드

맨시티는 오늘 웨스트햄을 상대로 4-1-4-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같은 포메이션이라도 선수 구성과 감독 스타일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만약 누군가 ‘4-1-4-1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오늘 이 경기를 보라고 말하면 될 것이다. 야야 투레가 홀딩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했고 그 위에 다비드 실바, 케빈 데 브라이너, 르로이 사네, 라힘 스털링이 위치했다. 속도와 볼 관리 능력이 잘 어울어진 이 미드필드 구성은 지난 토트넘 전과 동일했다. 밑바탕은 역시 기동력이였다. 최전방 제주스부터 미드필더 네 명의 기동력이 우수하다보니 공수 모든 상황에서 웨스트햄을 압도했다.

지난 토트넘 전과 오늘 웨스트햄 전은 수비 시작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맨시티의 수비 시작점은 지난 토트넘 전과는 달리 그리 높지 않았다. 웨스트햄은 단순하지만 확실한 공격 패턴을 갖고 있는 팀이다. 풀백 크레스웰의 전진에 이은 크로스, 안토니오 또는 란치니 같은 윙어들의 개인 돌파, 그리고 앤디 캐롤의 페널티 에어리어 영향력. 웨스트햄의 빌리치 감독은 지난 1월 FA컵에서 맨시티에게 당한 0-5 대패를 염두해 두었겠지만 가뜩이나 색깔 뚜렷한 팀이 갑자기 한 달 사이에 전략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는 어려운 법이다. 맨시티는 경기장 2/3 지점에서 수비를 시작했고 전반에 터진 3골 모두 빠른 카운터에 의한 팀 골로 기록했다.

맨시티 2선에 위치한 네 명의 유닛들과 최전방 제주스가 가장 큰 영향력을 뿜어냈다. 공격 상황에서는 동시에 다양한 방향으로 빠르게 침투 동작을 시작했고 수비 상황에서는 웨스트햄의 전개를 측면으로 몰아넣어 실수를 유도했다.

측면에서 빛난 르로이 사네는 맨시티의 미래다.
르로이 사네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드리블 돌파(8회)를 기록했다.


미드필드 2선의 기동력은 야야 투레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특히 르로이 사네의 경기력은 제주스 만큼 인상적이였는데 스피드가 우수한 선수가 스타팅 포인트를 잡는 능력까지 좋은 경우 얼마나 위협적인지 오늘 경기를 통해 재확인 할 수 있었다. 2선에서 오늘 같은 영향력을 꾸준하게 유지한다면 야야 투레도 편안하게 경기를 운영 할 수 있다. 오늘 투레의 몇 차례 전진 패스는 전성기 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 페르난지뉴도 징계에서 복귀했다. 펩의 선택지는 더욱 넓어졌다.

맨체스터시티의 패스맵, 투레는 위치를 지키며 볼을 적절히 배분했다.

# 펩 시티는 분명 발전하고 있다.

리그 5위, 14승4무5패, 상위 6개팀 중 리버풀과 더불어 가장 많은 28차례의 실점. 분명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다. 시즌 개막 후 공식전 10경기 연승, 하지만 9월 말 셀틱과의 무승부를 시작으로 이어진 3무3패의 부진. 이후 조금씩 흐름을 타려했으나 첼시, 레스터시티, 리버풀, 에버튼에게 리그에서 덜미를 잡히며 꾸준함을 이어가지 못했다.

오늘 있었던 웨스트햄 전은 맨시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치르는 35번째 공식 경기였다. ‘펩 시티’의 키워드는 다양함이다. 과거 만치니, 펠레그리니 감독 시절과는 다르게 과르디올라 다운 다양한 전술적, 전략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포백, 스리백, 론 스트라이커, 더블 스트라이커, 또는 제로톱,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두 명, 풀백의 중앙 동선 그리고 사발레타 또는 콜라로프 같은 측면 자원들의 중앙 포지션 배치 등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필드 위에서 현실에서 그려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동안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시즌 펩은 맨시티 부임 이후 35차례의 공식전을 치르면서 벌써 7번이나 패했다. 하지만 기계는 작동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면 폐기되지만 사람의 경우 실수는 경험이 된다. 돌이켜보면 이번 시즌 현재까지 맨시티의 패배는 오히려 좋은 보약이 된 경우가 많았다. 12월, 첼시, 레스터시티에게 패했지만 아스널을 잡았고 1월에는 리버풀과 에버튼에게 패하며 위기에 몰렸지만 색다른 전략적 접근으로 상승세의 토트넘과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실수를 보완해서 다음 경기에 임했다는 것, 그리고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분명 축구 감독 과르디올라에게는 다른 감독이 지니지 못한 특별한 열정과 감각이 있다.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에서 그것을 증명했고 지금 시티에서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과르디올라는 종종 자기 스스로 만든 덫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필요 이상으로 깊게 생각하면 지나치게 복잡해진다. 과거 챔피언스리그 승부처에서 그랬고 가깝게는 에버튼을 상대 할 때도 그랬다. 토트넘 그리고 오늘 웨스트햄 전처럼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 시켜서 상대가 맨시티의 리듬을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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