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한화는 어떻게 최고령팀이 되었나?

조회수 2017. 1. 26. 11: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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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부임 후 2년 간 KBO리그 최고령팀이 된 한화

‘나이’, 그리고 ‘경험’. 

이 두 가지는 프로 스포츠 팀을 구성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나이는 어릴수록 좋고,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침없는 유망주는 경험이 적을 수 밖에 없고,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은 점점 늙어간다. 많은 구단들이 유망주와 베테랑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유망주가 많은 팀은 미래가 밝을지 모르지만 당장의 결실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베테랑 위주의 팀은  눈 앞의 성적은 좋을지 몰라도 1~2년 후가 두렵다. 유망주냐, 베테랑이냐 하는 문제는 팀의 현재도, 미래도 포기하기 어려운 구단에게 큰 난제다.

당연하지만 해답은 '조화'다. 유망주들은 베테랑의 플레이를 보며 성장하고  베테랑들은 팔팔한 유망주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치열함을 보인다. 종목을 막론하고 신구 조화를 이룬 팀은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고 지난해 두산 베어스처럼 압도적인 결과를 남기곤 한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구단들은 항상 이 둘의 균형에 주의를 기울인다. 구단은 항상 팀의 평균 연령을 유지하려 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세대교체가 진행된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한화는 리그 최고령팀이 됐다. ⓒ 한화 이글스  

지난 2년 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한화 이글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경험'을 택했다. 리그 상위권 팀들이 젊은 유망주들을 육성해 팀의 기둥으로 키우는 동안 한화는 외부 베테랑들을 수혈하는 데 집중했다. 자연히 팀의 평균 연령은 급속히 높아졌다. 최근 2시즌 간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늙은 구단’이 되고 말았다.

한화가 ‘리그 최고령 구단’이 된 기간은 공교롭게 김성근 감독의 재임 기간과 정확히 겹친다. 김성근 감독 이전의 한화는 리그 평균보다 젊은 팀이었다. 

전임  김응용 감독 시절 한화의 평균 연령은 2013시즌 26.9세, 2014시즌 27.3세였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화의 평균 연령은 급격히 높아졌다. 한화는 2015시즌 평균 29.0세, 2016시즌 평균 29.4세로 2년 연속 리그 최고령 팀이 됐다.

최근 2시즌 KBO 각 구단의 평균 연령 (기록 출처 :  KBO 기록실)  

한화가 리그에서 가장 늙은 팀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의 선수 수급 정책에 있다. 한화는 지난 2년 간 지속적으로 즉시 전력 감 베테랑들을 수혈했고, 반대 급부로 어린 유망주들을 타 팀에 내줬다. 팀 평균 연령이 순식간에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년 간 한화의 선수단 구성 변화를 이하 자료를 통해 확인해 보자.

#1. ‘FA 영입 러쉬’, 그 이면의 보상 선수

2015~16시즌 간 한화 FA-보상 선수 이동 현황 (사진: 한화 이글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FA 영입에 따른 연령 상승이다. 한화는 지난 2년 간 총 5명의 FA 선수를 영입하면서 4명의 보상선수를 내줬다(배영수의 보상선수로 삼성에 내줬던 정현석은 현금 트레이드 형식으로 다시 한화에 돌아왔으므로 제외). 

한화가 영입한 FA 선수 5명의 당시 나이는 평균 31.6세, 반대 급부로 내준 보상선수 4명의 당시 나이는 평균 21.3세였다.

고졸은 9년, 대졸은 8년 간 기준 요건을 채워야 FA 자격을 얻는 현행 제도 상, FA 선수들의 나이는 당연히 많을 수 밖에 없다. FA 자체가 즉시 전력 감 영입을 통해 팀을 신속히 강화하는 방법이니만큼 이들의 평균 연령이 30세를 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보상을 위해 내준 선수들이 모두 ‘유망주’라는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권혁의 보상 선수인 포수 유망주 김민수는 데뷔 시즌 도루 저지율 34.9%로 수준급 수비력을 선보인 바 있으며,  송은범 보상 선수 임기영은 넥센의 한현희, 두산의 변진수와 함께 고교시절 ‘사이드암 3인방’으로 불리던 투수였다. 

조영우와 박한길 역시 1군에서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만 장래가 촉망받던 유망주 투수들이다. 심수창 보상선수로 롯데로 이적한 박한길은 김성근 감독의 ‘재미있는 투수’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게다가 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상당한 기회를 부여했던 선수들이다. 김민수는 신인 포수로는 상당히 많은 35경기에 출장했으며, 임기영 역시 KIA로 떠나기 전 3시즌 간 41경기에 등판했던 선수. 조영우와 박한길 역시 이적 이전까지 각각 1군에서 7경기와 10경기에 등판한 바 있다. 이들이 이탈하면서, 한화는 꾸준히 키워왔던 팀의 미래를 잃게 됐다.

#2. ‘즉전감’ 노린 트레이드, 결과는 실패

2015~16시즌 간 한화 트레이드 선수 이동 내역 (사진: 한화 이글스)  

트레이드 역시 한화의 팀 평균 연령이 치솟은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에는 트레이드를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2015시즌에는 두 차례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15년 4월 8일 넥센에 양훈을 내주며 이성열과 허도환을 영입했고, 이어 5월 6일에는 KIA에 김광수, 노수광, 오준혁, 유창식을 내주며 박성호, 이종환, 임준섭을 데려왔다.

한화가 이 트레이드들을 통해 의도한 바는 명확했다. 바로 당장의 성적에 집중하겠다는 것. 한화가 영입한 선수들은 대부분 추가적인 기량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이 대의 선수들이었지만 한화가 내준 선수들, 특히 노수광-오준혁 등은 병역까지 해결한 20대 초중반의 창창한 유망주였다.

결과적으로 한화가 기대한 ‘즉전 감’들은 팀 승리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허도환은 2시즌 내내 백업 내지는 제 3의 포수 자리에 머물며 1홈런 18타점을 기록했고, 이종환은 62경기에 나서 홈런 없이 16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박성호는 2015시즌 종료 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으며, 가장 젊은 선수인 임준섭은 단 6경기에 나선 뒤 부상과 수술로 다시 등판하지 못했다. 트레이드 이후 2시즌 간 183경기에서 19홈런을 때려낸 이성열 정도를 빼면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성적표다.

반면 한화가 내준 ‘유망주’들은 한화를 떠난 후 날개를 폈다. 먼저 양훈은 넥센 이적 후 2015시즌 16경기에 등판해 ERA 1.41을 기록했다. 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2016시즌 극도의 부진을 보였지만, 그 와중에도 +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0.02)을 기록하며 팀 전력에 민폐가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또 노수광은 2016시즌 KIA 외야의 한 축을 맡는 ‘3할 외야수(AVG.309 OPS 0.779)’로 성장했다. 지난해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보여준 그의 호수비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한화 소속이던 2014년 승부 조작으로 징계를 받게 된 유창식 등 트레이드 이후 추락한 선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두 건의 트레이드는 한화에 득이 되지 못했다. 

팀의 미래를 내주며 데려온 ‘즉전 감’들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고, 떠나보낸 이들은 대부분 한화에서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화는 트레이드를 통해 팀의 현재도, 미래도 잡지 못했다. 

#3. 타팀 방출 베테랑 영입, 남은 선수는 이재우 뿐?

잇따른 방출 선수의 영입 역시 한화의 ‘고령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한화는 타 팀에서 방출된 베테랑들이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팀이었다. 2015시즌을 앞두고 SK에서 방출된 임경완, LG에서 방출된 권용관, 넥센에서 방출된 오윤 등 30대 중 후반 선수들을 영입했고, 2016시즌을 앞두고  두산에서 방출된 이재우를 영입했다.

물론 황선일, 이주호, 윤중환 등 20대 초중반 나이의 선수들 역시 영입했지만, 역시 영입의 초점은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장 선수였다. 앞서 언급한 FA 영입, 트레이드와 마찬가지로 한화는 당장의 전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호기롭게 영입한 베테랑들은 감독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연봉 9000만원에 계약한 임경완은 1경기 출장 뒤 방출됐으며, 연봉 7800만원에 계약한 오윤은 1군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방출됐다. 

그나마 연봉 7000만원의 권용관은 2시즌 간 156경기에 출장하며 1군에 자주 모습을 보였지만, 2015시즌 WAR -1.62, 2016시즌 WAR -0.05로 팀 승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였다. 그는 2016시즌 도중 방출됐다. 연봉 9000만원의 이재우는 지난해 15경기에 등판해 25.1이닝 1패 ERA 6.04  WAR -0.41을 기록했다.

이외에 황선일은 2015시즌 13경기 출장 뒤 2016시즌 도중 방출됐고, 윤중환은 1군 경기에 단 한번도 나서지 못하고 시즌 도중 방출됐다. 이주호는 한화에서 단 한 번도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으며 2016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도 2경기 출장에 그쳤다. 타 팀에서 방출한 선수를 굳이 영입했지만, 막상 영입 후에는 별다른 기회도 주지 않은 것이다.

타팀 방출 선수를 영입하며 몸집을 불린 대가로 한화는 많은 선수들을 내보내야만 했다. 2015시즌 종료 후에는 13명을 무더기 방출했고, 2016시즌 종료 뒤에는 3명을 방출했다. 

이외에도 육성 선수를 정식 선수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시즌 중에도 많은 선수들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한화의 주장을 역임했던 한상훈과 고동진을 비롯, 수많은 선수들이 이 과정에서 팀을 떠났다.

특히 2015시즌 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최영환이 롯데로 이적한 사건은 웃지못할 촌극이었다. 최고 150km/h 속구를 구사할 수 있는 젊은 파이어볼러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 이를 두고 ‘한화가 보상선수로 최영환을 내주지 않기 위해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냐’는 ‘꼼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2년 간 한화는 ‘기용하지도 않을’ 30대 중후반의 베테랑들을 영입하면서 팀의 미래가 될 유망주는 타 팀에 내주거나 방출하는 기이한 운용을 이어간 셈이다. 결과적으로 한화의 평균 연령은 급속히 높아졌지만, 기대했던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4. '5년'걸린 리빌딩, 도로아미타불 만든 ‘김성근 2년’

2009시즌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이후 한화는 줄곧 리빌딩을 진행해 온 팀이다. 2010시즌 선임된 한대화 감독의 키워드는 ‘리빌딩’이였고  2013시즌 부임한 김응룡 감독도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젊은 선수들에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화가 ‘암흑기’에 빠진 주 원인이 '세대교체 실패'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 한화는 2000년대 중후반까지 노장들의 힘에 의존해 팀을 지탱하며 유망주들을 육성하는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타 팀들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많은 선수들을 지명할 때에도, 한화는 일찌감치 신인 지명을 끝내곤 했다. 전면 드래프트 시행 전인 2009년까지, 한화는 10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모두 소진한 적이 없었다. 이는 결국 한화를 이끌어온 ‘노장’들이 은퇴할 무렵, 리그 최하위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리빌딩과 세대교체였다. 앞서 언급했듯, 한대화 감독과 김응룡 감독은 모두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세대 교체에 힘을 기울였다. 한대화 감독은 야수진에서 최진행을 중심 타자로 키워냈고, 투수진에서는 양훈, 안승민, 김혁민, 장민재 등을 중용하며 이른바 ‘경험치’를 부여했다. 

또한 김응룡 감독은 신인 포수인 한승택과 김민수에게 기회를 주고, 투수진에서는 송창현, 임기영 등에게 경험을 쌓게 했다. 현재 한화의 선발진을 이끌고 있는 이태양 역시 김응룡 감독 밑에서 수준급 선발 투수로 성장했다.

이 기간(2010~2014년) 동안 한화는 4번의 최하위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젊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한화는 리빌딩을 주창한 2010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줄곧 리그 평균 연령보다 젊은 구단이었다.

2014시즌에는 27.3세로 리그 평균인 27.2세를 살짝 넘기긴 했지만, 평균 연령 순위는 6위였다. 이 기간 계속해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기회를 부여한 젊은 선수들은 분명 성장하고 있었다. 

2009~2016시즌 한화와 리그의 연도별 평균 연령 (기록 출처 : KBO 기록실)  

하지만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지난 2년 간, 무려 5년을 투자한 리빌딩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전임 감독들이 기회를 주며 키우려 했던 선수들 중 다수는 기회를 잃거나, 혹은 타 팀으로 이적했다. 

자연히 팀의 평균 연령 역시 높아졌다. 26~27세를 맴돌던 평균 연령은 29세를 가볍게 넘어섰고, 한화는 ‘리그 최고령 팀’이 되고 말았다.

미래를 내주고 현재의 성적을 얻고자 했던 한화는 설상가상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2년 연속 실패했다. ‘평균 연령은 올라가고, 팀 성적은 추락하는 상황'.  2000년대 후반의 한화, 즉 한화의 ‘암흑기’가 시작할 때 나타났던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첫번째 암흑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암흑기’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암흑기 이후의 암흑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위기 의식을 느낀 한화는 2016 시즌 종료 뒤 박종훈 단장을 선임하고 김성근 감독이 1군 사령탑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하게 하며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FA 나 방출 선수 영입 없이 외국인 선수 구성에 집중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보여줬던 극단적인 선수 수급 정책은 완전히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 

뼈저린 시행착오를 뒤로 하고 다시 리셋 버튼을 누른 한화.  그들은 ‘도로아미타불의 2년’을 딛고 ‘젊고 강한 팀’이라는 원래의 목표를  되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10개 구단 체제가 된 현 상황에서는 그 이전 5년(2010~14) 보다 더 고되고 혹독한 시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록 및 사진 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스탯티즈]


계민호 기자/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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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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