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단독 인터뷰 '욕심없는 축구 선수 이청용'

조회수 2017. 6. 1. 17: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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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축구가 좋고 잘하고 싶은 선수 -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선수

“머리는 머무르라고 하지만 가슴은 떠나라고 한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한 팬이 지난 14라운드 사우스 햄튼과의 경기 후에 한 말입니다. 경기는 승리해서 기뻤지만 감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입니다. 지난 14라운드 경기는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경기가 많았습니다. 1,2위 팀들의 경기인 첼시와 맨시티, 우리나라 선수들이 속한 팀인 토트넘과 스완지시티를 비롯해 웨스트햄과 아스널의 런던 더비 등이 그런 경기였습니다.

그 경기들을 뒤로 하고 셀허스트파크를 찾았습니다. 크리스탈 팰리스와 사우스 햄튼의 경기를 보기 위해… 정확히 말하자면 이청용 선수가 뛰기를 기대하며 그를 응원하기 위해… ‘내 머리는 핫이슈가 되는 경기를 보러 가라고 하지만 가슴은 블루드래곤이 비상할 수도 있을 그 경기를 보러 가라고 합니다.’ 바로 그 팬의 이야기처럼…

"머리는 머무르라고 하지만 가슴은 떠나라고 한다.' 라는 명언을 남긴 크리스탈 팰리스 팬


축구가 좋았던 소년, 이청용

'블루 드래곤' 이청용 선수. 사실 그는 축구 선수가 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축구부도 없던 월촌 초등학교에 다녔고, 운동을 하셨던 아버지도 그가 운동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축구부가 없었어요. 전 축구선수가 될 생각도 없었고, 그냥 축구가 좋아서 친구들이랑 방과 후에 축구를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분이 우리들을 불러서 이름을 적고 여름방학이 시작하는 날 근처에 있던 창동 초등학교로 오라고 하더라구요. 그 날 거기에 친구들과 함께 갔고, 그 곳에서 축구 경기를 하였어요. 경기 후에 그 감독님이 전학와서 축구를 해보자고 하더라구요. 그 날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시작이 되었어요.”라며 우연히 시작된 축구 선수의 길을 이야기 합니다.

이르지 않은 나이에 축구를 제대로 시작하였고, 이후에 지역에 있는 도봉 중학교로 진학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축구인생 최고의 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FC서울의 입단입니다. “제가 진학한 학교가 굉장한 축구 명문학교는 아니었어요. 저 역시도 대단한 선수는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축구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버지도 적극 후원 해주셨구요. 그러다가 중2때 감독님 덕분에 구리에 있는 FC서울 아카데미와 몇 번의 연습경기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연습 경기를 조광래 감독님도 보셨나봐요. 그리고 제안이 들어왔어요. 운이 좋았죠.”라며 FC서울에 들어가게 된 상황을 설명합니다. 운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런던의 밤거리를 함께 걸으며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청용 선수의 모습.

운이라고 이야기했던 그 시절과 더불어 스스로 자신을 어떤 선수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프로에서 요한이랑 성용이 그리고 지금은 강릉시청에 있는 해민이랑 2군 생활 할 때가 제일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친구들과 마음껏 축구를 할 수 있었고, 축구를 배울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보통선수였어요. 그 친구들이 잘 했어요.”합니다. 그래서 ‘기성용 선수는 이청용 선수가 진짜 잘했다고 하던데?’하니까 “성용이가 그래요? 아닌데 나보다 더 잘했는데…”라며 웃습니다. 자신은 어떤 목표를 이루어서가 아니라 마음껏 축구를 하고 배울 수 있었던 그 시간이 좋았다고 합니다.

출처: FC서울 뉴스


때로는 승부욕에 불타고 싶은 선수

“전 유명해지고 싶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지금도 그래요. 그리고 내가 주인공이 되겠다고 욕심을 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축구가 좋았고,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 그런 내 생각들이 좋지 않다고 생각될 때도 있어요. 그라운드에서는 욕심도 내고 이기적이기도 해야 하는데…”라며 자신의 성품과 그로 인한 아쉬움을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경기장에서 욕심도 부리고 이기적인 플레이도 했으면…’하는.. 지금까지도 그런 그의 성품이 경기장 위에서 이어져오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 그에게 지금까지도 전혀 다른 캐릭터 ‘상암동 미친 개’라는 별명을 남겨 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2008년 11월 부산과의 경기에서 일어난 일명 ‘이단 옆차기’사건입니다. 그 경기 후에 그의 이미지는 과격한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뛰면 상태 팀 선배들이 자극을 했어요. 어린 나이에 그런 자극에 지기 싫어서 그런 반응이 나온 거에요. 그래도 자중했어야 하는데…”라고 합니다. ‘지금은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인데?’라고 하자 “지금은 안 그러죠. 그러면 나만 손해죠.”라며 웃습니다. 이제 그런 그의 모습은 상상할 수 도 없습니다.

과거 인터뷰 당시 자전거를 빌려타고 공원까지 직접 몰고 왔던 이청용 선수.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그는 FC서울에서 2006년 1군 데뷔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시즌부터 였습니다. 이 후 리그와 국가대표에서 주축선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던 그 소년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그 선수는 꿈의 무대인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게 됩니다. 


잉글랜드에서 겪은 행복과 불행

볼튼에서의 그의 활약은 최고였습니다. 그 역시도 “볼튼에서의 시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선수들도 스탭들도 모두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팬들도 그랬구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그 시절이 제게는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이에요.”라며 영국에 와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묻는 질문에 그런 대답을 합니다.


행복한 시간 속에서 악몽같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2011년 프리시즌에 당한 정강이 골절입니다. 톰 밀러의 태클에 의해 당한 그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잃어버렸습니다. 많은 팬들은 지금까지도 톰 밀러를 원망합니다. 그 사건만 아니었으면 이청용 선수는 더 잘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전 그 선수를 원망하지 않아요. 그 당시에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을 뿐이지 지금 내 상황이 그 선수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원망의 마음은 없어요.”라며 팬들과는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축구를 하면서 한 번도 후회하거나 원망한 적은 없었는지’ 궁금하였습니다. “글쎄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원망한 적도 없던 것 같고. 부상당하였을 때도 부당한 징계를 받을 때도 그리고 벤치에만 앉아 있을 때도 후회한 적 없었어요. 여러 가지 사건이 터졌을 때도 원망한 적은 없었어요. 그냥 받아들였어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그는 이런 사람입니다. 구단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을 때에도 그냥 받아들이는…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벤치에만 앉아 있어도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그리고 힘든 순간에 대해서도 “특별하게 힘든 적은 없어요. 지금처럼 경기를 뛰지 못하는 때가 제일 힘들어요.”라고 합니다. 부상도 징계도 그리고 악플도 아닌 오직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그 순간이 가장 힘이 들다고 합니다.


그에게 마음이 향하는 이유

이청용 선수와 소박한 인터뷰를 진행하며 듣게 된 그의 말이 다 진심으로 믿겨집니다. 왜냐하면 현지에서, 옆에서 지켜 본 그는 그럴만한 사람이기에… 그와 10년 넘게 우정을 지속하고 있는 친구들도 그는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어릴때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착한 친구'라고 합니다. 

출처: 이청용 선수 제공

이청용 선수. 그는 개인적인 욕심도 없어 보입니다. 그냥 축구가 좋고, 그래서 축구를 잘하고 싶은 선수입니다. 그는 내색하지 않아도 요즘이 가장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이기에 내 가슴은 늘 그에게로 향하고 있는 듯 합니다. ‘다시금 그렇게 좋아하는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빌 그 순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편에는 이청용 선수의 또 다른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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