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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윤의 스탯토리] 커터, 공격하는 투수의 무기

조회수 2016. 10. 23. 14: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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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경기를 치른 올해 포스트시즌의 키워드는 ‘투고’이다. 경기당 5.6점으로 역대 최고치에 가까웠던 정규시즌과 달리 가을야구는 타자가 아니라 투수가 지배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의 선발투수들은 8경기 전체 139이닝 중 68.6%인 95.1이닝을 소화했고 ERA 2.45다. 7이닝+ 를 던진 경우도 16번 등판 중 56.2%인 9번이다. 정규시즌 720경기에서는 선발투수가 57.3%의 이닝을 담당하며 ERA 5.29에 그쳤다. 7이닝+ 는 215번으로 선발등판 횟수 중 14.9%에 불과하다.

이들이 공통점은 강력한 구위, 정교한 제구에 더해 ‘공격적 피칭’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 양팀 선발투수 스튜어트-허프 사이에는 공통점이 더 있었는데 ‘커터’ 그리고 ‘몸쪽 승부’다. 그리고 이 둘은 다시 ‘공격적 피칭’과 연결되어 있다.

커터(cutter)는 컷패스트볼(cut fastball)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기본적인 움직임은 슬라이더처럼 우투수가 던졌을 때 우타자 바깥쪽으로 휜다. 하지만 변화는 더 작고 속도는 더 빠르다. 짧고 빠르게 꺽이거나 미끄러지듯 가라앉는다. 속구와 슬라이더의 중간이다.

200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었으니 역사는 짧다. 하지만 가장 트렌디한 공이다. 양키스의 전설적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타의 커터가 유명하다. 그의 커터는 좌타자 몸쪽에서 더 몸쪽으로 빠르게 꺽이며 배트 손잡이 가까운 쪽에 맞곤 했다. 날카롭게 꺽이는 패스트볼이란 뜻도 있지만 배트를 부러뜨리는 공이라는 뜻에서도 커터란 이름을 얻었다.

던지는 방법은 투수마다 제각기 다르다. 포심이나 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슬라이어와 비슷한 팔스윙으로 던지는 투수도 있고 반대로 슬라이더 그립을 잡고 패스트볼과 비슷한 스윙으로 던지는 투수도 있다. 패스트볼과 똑같지만 그저 손가락 힘의 배분만 달리 하는 투수도 있다. 그래서 공의 속도와 움직임 또한 제각각이다. 속구와 다른 제3의 구종이라고 봐야 할 수도 있고 그저 속구에 무브먼트를 주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봐야 할 수도 있다. 패스트볼이라도 손가락 힘의 배분에 따라 여러가지 무브먼트가 만들어지듯 커터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커터가 공격적 피칭의 무기인 이유는 몸쪽승부에 주로 쓰기 때문이다. 우투수의 커터는 좌타자의 몸쪽을 좌투수이 커터는 우타자의 몸쪽을 타겟으로 삼는다. 스트라이크존을 가로지르는 대각 피칭의 잇점 때문도 있지만 구종의 특성과 배경 때문에도 그렇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대체로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밖으로 움직일 때 효과적이다. 그래서 우투수의 슬라이더는 좌타자보다 우타자 바깥에서 더 잘 먹힌다.  패스트볼은 직구라는 이름과 달리 곧바로 날아가지 않는다. 우투수의 패스트볼은 포심이라도 우타자 몸쪽 방향으로 역회전하며 꺽인다. 이 변화폭은 생각보다 크다. 투수마다 다르지만 보통 10-30cm 범위다.   몸쪽으로 던진다면 역시 존 안에서 존 밖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구종마다 움직임은 달라도 원리는 같다. 흘러나가는 공은 먼곳에서 더 먼곳으로, 떨어지는 공은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움직일 때 효과적이다. 라이징 무브먼트가 있는 하이패스트볼은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위력적이다.

그런데 손방향이 다른 타자를 상대할 때는 변수가 생긴다. 우투-좌타 승부에서 바깥쪽 슬라이더나 커브를 던지면 먼 쪽에서 가까운 쪽으로 움직인다. 사용하기 어렵다. 이럴 때 ‘백도어’ 피칭을 하는 투수도 있긴 하다. 바깥쪽 먼곳에서 안쪽으로 휘어들어가며 존에 걸치는 슬라이더 같은 것이다. 하지만 어렵고 위험한 선택이다. 조금만 몰리거나 읽히면 크게 맞는다. 그래서 우투-좌타 승부의 무기는 주로 체인지업이다. 아웃코스 먼쪽에서 더 먼쪽으로 움직이며 떨어지기 때문이다. 체인지업이 좋은 우투수는 그래서 좌타자에게 더 강하다.

문제는 몸쪽 승부다. 패스트볼은 손방향이 같은 타자를 상대할 때 깊은 곳에서 더 깊은 곳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반대손 타자를 상대하면 거꾸로다. 우투수가 좌타 몸쪽에 패스트볼을 던지면 타자 앞에서 좀더 존 가운데 쪽으로 휘어들어간다.  물론 간단하게 해결할 방법은 있다. 160kmh 짜리를 던지면 된다. 압도적 구속은 공의 움직임 따위와 상관없이 타자를 압박할 수 있다. 아니면 155kmh짜리 역회전 뱀직구를 던져도 된다.  하지만 채프먼도 한 명 오타니도 한 명 뿐이다.    

그래도 마운드의  투수는 싸우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160kmh 짜리 강속구는 오직 하늘이 허락한 재능이지만 구종과 로케이션의 조합으로 싸우는 것이 인간의 전략이다.

원리는 이렇다.  같은 구속의 공이라도 로케이션에 따라 효과적인 타격이 달라진다.  몸쪽 공은 좀더 투수 가까운 곳에서의 컨택이, 바깥쪽 공은 좀더 포수에게 가까운 곳에서의 컨택이 좋은 타구를 만든다.  예를들어 같은 138kmh 공이라도 인-하이에서는 145kmh에 해당하는 빠른 반응이 필요하고 아웃-로에서는 130kmh 초반에 해당하는 느린반응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효과구속(effective velocity)라고 한다.  커터는 이것을 이용할 수 있다. 

우투수가 좌타자 몸쪽에 슬라이더를 던지면 존 깊은 곳에서 더 깊은 곳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투수에게 유리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하다.  느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쪽에는 느린 공보다 빠른 공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읽히면 크게 맞는다. 한번의 제구 실패가 곧바로 공짜 출루가 될 수도 있다.  공을 제구하는 것도 변화구보다 패스트볼 계열이 대체로 더 쉽다.


그렇다면 슬라이더와 비슷한 움직임의 공을 변화이 폭이 작더라도 더 빠른 구속으로 더 정확하게 제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게 커터다. 파고드는 공에 좋은 타격을 하려면 더 빨리 반응해야 한다. 효과구속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터는 반대손 타자를 잡아내기 위한 몸쪽 승부의 무기가 된다.

컷패스트볼은 싱킹패스트볼과도 다르다. 둘다 배트 중심을 비껴내는게 목적이지만 가라앉는 싱커가 배트를 피해간다면 커터를 더 깊게 꺽이며 배트로 달려든다.

우리는 흔히 공격하는 것은 타자, 수비하는 것은 투수라고 말한다. 타자가 타석에 섰을 때만 득점할 수 있는 야구의 룰을 기준하면 그렇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반대가 더 맞을 수 있다. 모든 플레이는 투수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타자는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을 지켜야 한다. 투수의 공을 3번 통과시키면 타자는 아웃이다. 배트를 들고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을 지키는 것이 타자이고 그 존을 공격하는 것이 투수다.  타자가 수비하기 어려운 공을 던지는 투수가 좋은 투수다. 

플레이오프 마산라운드 2경기에 선발등판했던 선발투수 중 스튜어트, 허프, 해커 모두 몸쪽 공략에 능한 투수였다. 그들은 쉼없이 타자들을 몰아붙였다. 불펜투수의 컨디션과 팀타선의 득점지원 차이로 승패가 갈렸지만 이들의 공격은 성공적이었다. 그때 사용한 무기가 커터였다. 인하이를 공략하는 장면도 많았다.  해커는 속구의 절반 이상이 커터였고 허프와 스튜어트 역시 중요한 순간마다 이 무기를 꺼내들었다.

엘지트윈스는 시리즈 스코어 0-2 로 몰렸고 이제 잠실라운드로 넘어왔다. 3차전 선발투수로 예고된 류제국은 커브에 강점이 있지만 역시 커터를 잘쓰는 투수 중 하나다. 정규시즌과 전혀 다르게 투고성향이 짙은 포스트시즌은 공격하는 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준플레이오프에 부진했던 그는 막다른 곳에 몰린 팀을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다시한번 공격하는 투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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