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PO리포트2]철벽 방패를 뚫은 발레리노의 일격

조회수 2016. 10. 23.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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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말 투아웃에서 역투하던 LG 선발 허프를 상대로 박석민 결승 2점포 터뜨리며 NC에 2승째 선물

22일 플레이오프(PO) 2차전, 예상됐던 투수진은 그러나 1차전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NC 다이노스의 우완 재크 스튜어트와 LG 트윈스의 좌완 데이비 허프는 전날 ‘해커와 소사’ 이상의 투수전을 펼치며 이틀 연속 0의 행진을 경기 중반 너머까지 끌어갔습니다. 포스트 시즌 단기전의 습성은 당연히 강한 투수들 위주로 등판하는데다, 선발 투수도 정규 시즌과는 또 다른 각오와 집중력으로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 붓기 때문에 투수들이 득세하곤 합니다. KBO리그든 MLB든 흡사합니다. 게다가 PO 1,2차전 연속으로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비교적 넉넉한 편이어서 타자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은 면도 있습니다.


NC 이적 후 포스트 시즌 첫 안타를 결승 홈런으로 장식한 박석민이 귀환하는 것을 전날 홈런을 친 LG 히메네스가 쳐다보고 있습니다. <사진=스포츠조선>

 

막강 스튜어트

치렁치렁 머리카락으로 ‘마산 예수’ 별명의 스튜어트는 4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치 않았습니다. 그러다 5회초 1사 트윈스 6번 채은성이 볼카운트 1-1에서 스튜어트의 140km 커터를 모처럼 제대로 받아쳐 우중간을 뚫었습니다. NC 우익수 나성범이 서두르다 공을 잠깐 놓치는 사이에 채은성은 3루로 치달려 0의 균형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위기와는 무심해 보이던 스튜어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양석환을 3구삼진으로 잡은 후 볼카운트 3-1에 몰린 유강남마저 135km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뺏고 유격수 땅볼을 끌어냈습니다. 그리곤 다시 순항했습니다. 전날 트윈스가 히메네스로 일격을 가하며 0의 균형을 깼던 7회초에도 4번 히메네스, 5번 오지환, 6번 채은성을 공 12개로 간단히 삼자범퇴 처리했습니다.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는 없지만 포심, 커터, 체인지업, 슬라이더의 다양한 구종과 함께 유독 꿈틀대는 좋은 움직임의 공으로 엘지 타선을 무력화시켰습니다. 특히 트윈스가 자랑하는 김용의-이천웅-박용택-오지환의 왼손 라인을 완벽히 틀어막았습니다. 11타수 무안타에 삼진 5개. (전날 해커도 이들에게 딱 1안타만 내줬습니다.)


막강 허프

올 포스트 시즌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3에, 52타자를 상대하며 단 1개의 볼넷을 내주는 완벽에 가까운 제구를 사랑하던 허프도 막강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초반 3이닝 연속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후속타는 전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148km에 이르는 포심과 절묘한 체인지업에 이날 유독 많이 구사한 커터, 그리고 타자의 안팎을 넘나드는 위력적이면서도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이닝이 흐를수록 위세를 떨쳤습니다.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냉철함과 정교함을 앞세우며 다이노스 타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겼습니다.

3회말 선두 손시헌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후로는 13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는 위세를 떨쳤습니다. 외야로 간 공도 딱 두 개밖에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완벽함에 균열이 생긴 것은 7회말입니다. 와일드카드와 준PO에서 KIA와 넥센을 상대한 허프는 총 14이닝을 던지며 단 9안타만 허용했습니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52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내준 볼넷이 단 1개뿐이었다는 것. 허프는 정규 시즌에도 9이닝 당 볼넷 허용이 단 1.08개에 불과했습니다. 5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에 허프보다 볼넷 허용 비율이 좋았던 투수는 단 한 명, 넥센 마무리 김세현이 1.01을 기록했을 뿐입니다.

그런 허프가 7회말 1사 후에 NC 4번 타자 테임즈에게 볼넷을 내줬습니다. 별것 아닌, 그야말로 어쩌다 한 번 나오는 볼넷일 뿐이었지만, 많은 재앙도 그렇게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일도 시작됩니다. 그리고 운명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발레리노 박석민

테임즈가 걸어 나간 직후 타석에 선 5번 이호준은 허프의 초구를 노렸습니다. 145km 포심 패스트볼을 제대로 때렸는데 빠르게 날아간 타구는 트윈스 우익수 채은성의 호수비에 잡혔습니다. 투아웃은 됐지만 볼넷에 이은 강한 타구가 어떤 전조였을까요?

그리고 박석민, 지난겨울 NC 구단이 FA 사상 최고액인 96억 원을 투자해 잡은 3루수는 정규 시즌 126경기를 뛰며 3할7리에 생애 최다 32홈런과 함께 104타점을 올려 팀이 2위를 하는데 일조했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거액 투자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가을 야구, 특히 한국시리즈 우승입니다. 전날 시작된 NC의 올 가을 1차전에 이어 이날 두번째 타석까지 박석민은 안타가 아직 없었습니다.


허프는 변함없는 승부를 했습니다.

초구 140km 커터를 몸에 바짝 붙였고, 약간 높은 코스에 걸린 공에 박기택 구심의 손이 올라갔습니다. 이날 양쪽 외곽 특히 약간 높은 코스의 공에 비교적 후한 판정이 계속 나왔고, 좌타자도 우타자도 힘들어했습니다. 박석민은 타석에서 한 발을 빼며 크게 숨을 들이켰습니다. 2구째 127km 체인지업은 정반대의 코스, 즉 박석민에게 먼 외곽의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며 허프가 0-2의 아주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잠시 물러선 박석민은 잠시 난감한 표정에 빠집니다. 이어지는 승부, 3구째 139km 커터는 다시 몸을 파고들었지만 너무 깊어 볼, 허프는 4구째 다시 141km 커터로 파고들었고 박석민은 파울을 내며 버텼습니다.

여기서 허프와 유강남 배터리는 작전을 수정합니다.

5구째 공은 약간 가운데로 몰리는 듯 했지만 파울이 됐는데 146km 포심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커터나 체인지업보다 공의 움직임은 덜하지만 가장 빠른 구속의 포심 선택은 6구째도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는 148km의 더욱 강력한 포심. 박석민은 바로 이 공을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1,3,4구와 유사한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온, 그러기에 높이의 학습 효과는 있었던 코스로 파고든 이날 가장 빠른 공에 박석민은 주저 없이 배트를 돌렸습니다. 공이 너무 붙었다 싶으니까 왼손을 놓으면서 몸통을 돌려 스윙을 완성했고, 마산 구장 하늘을 비행한 이 공은 좌측 관중석에 떨어졌습니다. 0의 행진이 그렇게 깨졌습니다.

그런데 홈런이 나오기 바로 직전 파울 장면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워낙 빠른 공을 잘 치기도 하는 박석민이지만 146km의 강속구를 파울로 때리는 순간 박석민은 빙그르르 돌며 특유의 발레리노 회전이 나왔습니다. 그런 다소 코믹한 움직임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는데, 박석민은 그런 스핀 움직임이 나오면 컨디션이 좋다는 뜻이라는 답을 했었습니다. 정말 컨디션이 좋음은 바로 다음 공에서 증명이 됐습니다. 결국 이날 유일한 득점 장면은 이렇게 완성됐습니다.


박석민은 허프가 NC를 상대로 7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던 지난 9월21일 잠실 경기에 어깨 부상으로 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날이 첫 대결이었습니다. 2회와 5회의 두 차례 대결에서 박석민은 안타를 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회에는 7구, 5회에는 6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고, 7회 다시 6구 승부 끝에 자신의 NC 가을 잔치 첫 안타를 엄청난 파급력의 2점포로 장식했습니다.


트윈스 배터리로서는 허프의 장기인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수도 있었습니다. 2회 대결에서는 두 개의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헛스윙과 파울이 됐었고, 5회에는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던져 타이밍을 빼앗고 힘없는 땅볼 타구를 끌어냈습니다. 어쩌면 전 타석에서 체인지업이 효과적이었기에 이번에는 역으로 가장 강력한 패스트볼을 선택한 것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 아니라 장타로 연결됐을 수도 있습니다. 야구가 그렇게 어렵습니다.


스튜어트(7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에 이어 작년 PO에서는 암투병 끝에 시구를 했고 올해는 다시 투수로 돌아온 원종현에 8회까지 막힌 트윈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9회 1사 후에 이천웅의 안타, 2사 후에는 히메네스의 안타로 마지막 희망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투수로 올라온 이민호의 강력한 구위에 막혀 오지환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적지에서 2연패로 아주 힘든 지경에 몰렸습니다.

반면 2년 전 준PO에서 바로 LG 트윈스에게 홈에서 2연패를 당하며 결국 1승3패로 탈락했던 다이노스는 이제 잠실벌로 옮겨 복수전을 마무리하고 첫 한국시리즈 진출의 목표 달성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양 팀은 하루 쉬고 24일 잠실벌에서 PO 3차전을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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