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인사이드]바실리의 키보드 난동, '타산지석' 삼아야

강영훈 입력 2016. 7. 26. 09: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실리' 리웨이준(출처=트위터).

최근 중국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ING 소속 프로게이머인 ‘바실리’ 리웨이준은 지난 20일 LSPL 경기 도중 게임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기를 포기하고 팀원들에게 항복을 강요했다. 한술 더떠 경기가 끝난 뒤에는 화를 참지 못해 자신의 키보드를 부수고 방송용 카메라를 넘어트리는 등 난동을 피웠다.


국내에서는 아마추어 리그에서조차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다혈질에 멘탈이 약하다고 알려진 중국 스타게이머 ‘우지’ 지안 지하오도 팀원들의 내부 갈등을 이런 식으로 외부에 표출한 적은 없었다. 유례 없는 바실리의 키보드 난동은 곧 전세계로 전해졌고, 팬들은 바실리의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바실리는 한때 한국 팬들에게 ‘마타’ 조세형의 팀으로 잘 알려진 비시게이밍 소속 선수였다. 고가의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다닐 정도로 프로게이머 데뷔 후 많은 돈을 번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시 게이밍과 결별 후 2부 리그인 LSPL에서 뛰게 된 바실리는 LPL로 승격하기 위해 승리가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팀원들의 수준은 기대에 못미쳤고, 경기 도중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순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일을 벌인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당 사건으로 바실리가 받은 페널티는 5만 위안(한화로 약 850만원)의 벌금과 팬들에 대한 공식 사과 조치라고 한다. 선수 관리의 책임을 물어 팀 매니저에게도 1만 위안의 벌금이 매겨졌다. 출장 정지나 선수 자격 박탈까지는 나가지 않은 듯 싶다.

 

게임이 잘 안풀리거나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를 때 마우스를 던지고 키보드를 부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이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면 말 그대로 ‘분노조절장애’다. 그것도 자신이 프로게이머라면 정신과 치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바실리는 비시 게이밍 때도 연습실에서 동료들의 컴퓨터를 모조리 부순 전과가 있다. 당시에도 그는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장비에 대한 변상을 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팬들 앞에서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출처=라이엇 게임즈 플리커).

그러나 방송 카메라가 돌고 있는 앞이라면 사안은 달라진다. 화를 못참고 키보드를 내리친 순간 부서진 것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다.  팀원들과의 신뢰,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부서져 버렸다.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게임에서 누구도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자와 경기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국 LoL 프로게이머들이 모인 ‘프로 플레이어 서밋’에서 프로배구 김세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프로의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월드스타’로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낸 김 감독은 “e스포츠를 스포츠라고 이름을 달 수 있는 것은 선수들에게 달렸다.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 인식되려면 '프로의식'을 보여주는 프로게이머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해외 리그에서 생긴 일이지만 국내 프로게이머들도 바실리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임요환이나 이제동, 이영호 등 사람들의 머리 속에 '프로게이머' 하면 떠오르는 이들은 예외 없이 뛰어난 실력과 함께 인내력과 끈기, 팬서비스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했던 선수들이었음을 잊지 말자. 


포모스 강영훈 기자 kangzuck@fomos.co.kr

Copyright © 포모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