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김현수, 멀티히트 후 잘생겨짐 현상

조회수 2016. 5. 28. 08: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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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시간으로 26일과 27일 열렸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경기를 중심으로 구성됐습니다. <…구라다>는 여러분과 함께 김현수의 28일 경기도 응원하겠습니다.)

선발 투수도 이런 경우는 없다. 메이저리그라면 적어도 닷새 한번은 등판시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일주일에 한 번은 일본에서나 볼 수 있는 기용법이다.

쇼월터가 아시아 야구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인가? 5게임 내리 완전 휴가다. 그 흔한 대타조차도 없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공이 보이기나 하겠나.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푹 쉬면서 힘은 남아 돌겠지. 그런데 아니란다. 체력이 떨어져 큰 일이란다. 타격 훈련을 너무 많이 한 탓이다. 한풀이를 피칭 머신에 하는 건 아닌지.

드디어 잡은 출전 기회. 비록 9번 타자지만 이게 어딘가. 타석하고 남 될 뻔했다. TV 화면에 큼지막하게 클로즈업~.

그런데 화들짝. 깜짝 놀라겠다. 그 새 몇 년은 '확' 늙어 보인다. 표정은 어둡고, 눈 밑에 다크 서클도 언뜻 비치는 것 같다(괜히 기분이 그래서겠지만). 부아가 치민다. 아니, 팔팔한 20대 총각을 보내놨더니 몇 달만에 저렇게 만들어? 족히 30대 중반은 돼 보인다.

처음엔 왠지 어둡고 불편해보였다. 하지만 거듭된 안타 후에 눈에 띄게 잘생김 현상이 나타난다.    mlb.tv 화면

사실은 첫 타석이 제일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역시 뭘 안다. 급하면 진다는 사실을. 거듭된 유인구를 잘도 참아낸다. 볼넷을 얻으며 비로소 한 줄기 여유를 찾았다. 실전에 대한 감(感)과 타이밍, 분위기까지 빠르게 젖어들었다.

이윽고 3안타, 다음날도 2안타. 이틀 동안 5개를 치며 4할대 고감도를 유지했다. 안타가 하나둘 늘 때마다 표정도 바뀐다. 어둡고, 무겁던 분위기가 사라졌다. 자신감과 활기가 확연히 느껴진다. 맞다. 잘 생겨짐 = 멀티 히트의 효과다.

그 무렵 짠한 댓글이 하나 작렬된다. "현수야, 이제 게*레이 눈치보지 말고 마셔도 돼."

감독님, 어디서 수비해야 돼요?

26, 27일(한국시간). 이틀동안 홈 팀 애스트로스는 특유의 압박 수비로 원정 팀 공격을 막아냈다. 치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시프트 구사였다. 잘 맞은 타구들이 쏙쏙 글러브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하지만 딱 한 명. 최첨단 세이버메트릭스도 어쩔 수 없는 타자가 있었다. 타구 방향이 도대체 일관성이 없다. 우익선상, 우중간, 좌익수….

그러니 제 아무리 강력한 수비 시프트도 소용이 없다. 내야가 펑펑 뚫린다. A.J. 힌치 감독도 결국에는 포기했다. 가장 마지막 9회초. 시프트를 풀어버렸다. 내야수 모두 정위치.

그러자 '얄미운' 타자는 1,2루 사이로 타구를 굴린다. 골드글러브 수상자 알투베가 몸을 날렸다. 하지만 팔이 짧다. 글러브에 들어갔던 공이 쏙 빠져 나온다. 다섯번째 안타가 허용된다.

넘어졌던 알투베가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곤 이렇게 묻는 것 같다. '감독님, 어디서 수비해야 돼요?'

맹렬한 타격 기세에 시프트도 무용지물이었다. 부챗살을 펴 놓은듯한 안타 방향들.   mlb.tv 화면

감독님, 뭐 던져야 돼요?

첫날(26일) 안타 3개는 모두 80마일대 공들이었다. 각기 다른 투수가 던진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이것저것 해봤지만 통하질 않는다. 잔뜩 배가 고픈 타자는 부페식으로 먹어치운다.

① 88마일(142km)   직구       우익수 옆 2루타

② 82마일(132㎞)  슬라이더   우중간 2루타

③ 82마일((132㎞)   커브       좌전안타

다음 날 경기에 그 타자가 또 나온다는 소식이다. 홈 팀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이 머리를 맞댔다. '소문 못 들었어? 한국에서 새로 온 타자들은 빠른 볼 못 친대.' 이미 그쪽 리그에 파다하게 퍼진듯하다. 약점 잡혔다.

사실 그런 소문의 대표적인 주인공이 그였다. 쇼월터 감독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툴툴거린 첫번째 이유도 그것이었다. 방송 해설자, 기자들이 꼽은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3안타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든 배터리는 볼배합을 바꿨다. 강력한 패스트볼로 응징하리라. 6회 두번째 투수 마이클 펠리즈가 초구에 마음먹고 빠른 볼을 꽂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타자의 배트가 완벽한 타이밍으로 나왔다. 좌익수 앞으로 총알 같이 배달되는 타구다. 분명히 스피드건에는 96마일이 찍혔는데. 아무리 가운데 몰린 공이라고 해도, 저런 반응이?

9회. 이번에는 더 빠른 공이다. 켄 자일스가 98마일짜리로 윽박질렀다. 하지만 역시 타자는 타구를 페어 그라운드로 집어넣었다. 제법 빠른 타구였다. 2루수 알투베쪽 안타.

④ 96마일(155㎞)  직구  좌전안타

⑤ 98마일(158㎞)  직구  2루 내야안타

홈 팀 배터리는 혼란스럽다. 90마일 후반대 빠른 볼은 손도 못 댄다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벤치를 쳐다본다. '감독님, 뭐 던져야 돼요?'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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