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2연패 김세진 "이제 좀 '예체능' 편하게 하겠네요"

che 2016. 3. 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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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예체능’ 편하게 하겠네요”

2015~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의 우승을 이끈 김세진 감독이 경기 뒤 펼쳐진 우승 축하연에서 남긴 말이다.

‘김세진과 아이들’ OK저축은행은 지난 24일 챔프전 4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1로 제압하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로써 OK저축은행은 올 시즌으로 12해를 맞는 V-리그에서 2연패 이상을 달성한 팀으로 삼성화재(2007~08시즌부터 2013~14시즌, 7연패)와 현대캐피탈(2005~06, 2006~07)에 이어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세진 감독이 그간 V-리그를 대표해온 명장인 신치용-김호철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OK저축은행은 우승 직후 상록수체육관 근처의 웨딩홀에서 우승 축하연을 개최했다.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과 그의 가족들, OK저축은행 임직원이 함께 모여 V-리그 챔프전 2연패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축승연의 주인공인 김 감독은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른 뒤 취재기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와 허심탄회한 심정을 들려줬다.

기자가 “이제 ‘우리 동네 예체능’ 감독 좀 편하게 하시겠네요”라고 묻자 김 감독은 “내가 선수들에게 ‘이제 예체능 좀 편하게 하겠다’라고 말하니 다들 배꼽을 잡고 웃더라”라고 대답했다. 

KBS의 예능 프로그램인 ‘우리 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은 유도에 이어 배구를 후속 종목으로 택했다. 종목 선정 이후 연예인 배구단을 이끌 사령탑으로 많은 이들의 거론됐고,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김 감독이 선정됐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때부터 화려한 입담으로 유명했고, 은퇴 직후 7년 가까이 KBSN의 해설 위원으로 활약해 방송 노하우도 빠삭하다. 현역 사령탑 중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가장 재치 있고, 솔직하게 답변해 주는 이가 김 감독이기에 수긍이 가는 캐스팅이었다.

다만 ‘예체능’의 배구 촬영 시기가 미묘했기에 김 감독의 캐스팅이 배구계 안팎으로 비판적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첫 촬영이 지난달 17일이었는데, 당시 OK저축은행은 현대캐피탈과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팀을 이끄는 수장이 방송 출연을 한다고 하니 당연히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OK저축은행 구단측도 당시 김 감독의 출연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올 시즌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팀 감독의 정규 시즌 중 방송출연에 대한 부담과 비판이 있겠지만 고심 끝에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며 “구단 성적과 배구붐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선택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OK저축은행은 후반기 18경기를 모조리 승리하며 역대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운 현대캐피탈에게 정규리그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은 평소의 활기찬 모습이 아닌 진중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이나 미디어데이에 임했다. 평소 김 감독은 사전 인터뷰나 사후 인터뷰 뒤 기자회견실을 빠져나가며 ‘아~오늘 죽다 살았네’, ‘아이고~경기는 선수들이 했는데, 내 허리가 더 아프네’ 등 특유의 재치있는 한 마디를 날리곤 했다. 그러나 예체능 출연 이후엔 그런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기자가 “감독님의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네요”라고 묻자 김 감독은 “이제 좀 그만 까불려구요”라며 답했다. 농담인 듯 진담같은 대답이었다. 그만큼 김 감독 본인도 ‘예체능’ 출연 결정과 이후 정규리그 우승을 내준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러나 김세진 감독은 본업인 프로배구단 사령탑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하게 해냈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를 2전 전승으로 셧아웃시켰고, 챔피언 결정전마저 3승1패로 끝냈다.

김 감독의 지략과 용병술은 챔프전에서 더욱 빛났다. 1차전에선 1세트 후반 뒤지던 상황에서 ‘원포인트 서버’ 전병선과 ‘원포인트 블로커’ 김정훈을 동시에 투입해 경기를 역전해냈고, 세트 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에서도 6-10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경기도 뒤집어냈다. 3차전을 내주고 현대캐피탈의 역전 우승이 감돌던 4차전에서도 서브 범실을 29개나 저지르면서도 선수들에게 강서브를 주문했고, 이 작전이 그대로 적중하며 현대캐피탈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 3-1 승리를 이끌어냈다.

챔프전 우승이라는 해피엔딩으로 2015~16시즌을 마친 김 감독은 이제 편하게 ‘우리 동네 예체능’의 사령탑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 OK저축은행의 젊은 선수단을 이끌고 창단 3년차 만에 V-리그 2연패를 이끌어낸 지도력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욱 잘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PS. ‘우리 동네 예체능’을 보며 의아했던 점 하나. 방송에서 프로그램의 메인 MC인 강호동씨는 김 감독을 ‘OK저축은행 감독’이 아닌 ‘프로배구단 감독’으로 소개했다. 축승연 자리에서 김 감독에게 그 이유를 묻자 “우리 구단의 모기업 성격 때문에 브랜드 이름이 노출이 안 되는 모양”이라면서 “배구편 2화 때 박희상 해설위원과 최천식 감독님이 나왔을 때 ‘대한항공’ 출신이라는 것이 명확히 언급되는 것을 보며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의 모기업인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 대부업체인 것은 대부분 아는 사실. 공중파의 규제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번 챔프전 2차전을 공중파인 KBS1에서도 중계하는 등 OK저축은행의 경기는 몇 차례나 공중파에서 중계된 바 있다. 그런데도 굳이 ‘예체능’에서 김 감독을 OK저축은행 감독이 아닌 프로배구단 감독으로 소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기사가 부디 김세진 감독이 OK저축은행 감독이라는 명함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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