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정의윤, LG 떠나며 남긴 마지막 한 마디

서민교 2015. 7. 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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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만년 유망주’ 정의윤(29)이 결국 떠났다. 그가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뭐였을까.

LG는 24일 SK와 깜짝 3대3 빅딜을 성사시켰다. LG는 SK에 우타자 정의윤과 좌완투수 신재웅, 신동훈을 주고 좌타자 임훈과 좌완투수 진해수, 여건욱을 받는 3대3 대형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이번 트레이드의 시작은 정의윤이었다. LG는 정의윤 카드를 들고 SK와 빅딜에 나섰다. 끼워 맞추기로 번져 3대3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아쉬운 표정으로 잠실구장을 빠져 나가고 있는 외야수 정의윤. 사진=MK스포츠 DB
정의윤은 2005년 LG 입단 이후 최대 유망주로 꼽혔으나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하고 LG를 떠나게 됐다. 정의윤은 LG 유니폼을 입고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2할6푼1리 31홈런 233타점 205득점을 기록했다.

정의윤은 올 시즌에도 선발 출장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2군을 오가며 대타로 출전했다. 시즌 타율 2할5푼8리(66타수 17안타) 7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LG와 정의윤은 애증의 관계였다. LG는 정의윤에 대한 기대치가 늘 높았고, 정의윤은 출장 기회에 대한 아쉬움을 늘 갖고 있었다. 잠실구장에서 타오르지 못한 비운의 유망주였다.

양상문 LG 감독도 정의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양 감독은 “출장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하다. 여기서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아쉽다. SK에서는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윤이 LG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뛴 경기는 얄궂게도 노게임 선언된 지난 23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이었다. 이날 정의윤은 이진영의 손목 통증으로 3번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은 전국적으로 비가 쏟아진 날. 정의윤은 더그아웃에 힘 없이 앉아 “내가 선발로 경기를 나가는 날인데 또 비가 이렇게 오는 구나”라고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그의 간절한 심정이 담긴 한 마디였다.

정의윤은 1회말 1사 1루 이후 첫 타석에서 넥센 선발투수 김택형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려내 1, 2루 기회를 살렸다. 그러나 야속한 비에 노게임 선언. 정의윤이 LG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마지막 안타도 빗물과 함께 사라졌다.

정의윤의 이적 소식이 들린 24일 오후 3시50분. 잠실구장을 빠져나오는 정의윤을 만났다. 정의윤의 표정에서는 씁쓸한 미소만이 번졌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그동안 LG에서 못 이룬 꿈을 꼭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엿보였다.

“저도 탈LG 효과를 한 번 누려보겠습니다. 야구장에서 뵙겠습니다.” LG를 떠나는 정의윤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SK로 가는 길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잠실구장을 떠나는 정의윤의 옆에는 마지막 배웅을 위해 오지환이 있었다.

SK로 트레이드 된 정의윤 신동훈 신재웅(왼쪽부터)가 SK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목동)=김영구 기자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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